[Review] 다르면 다를수록 [문학]

달라서 아름답고, 다르니까 특별하고, 다르므로 재미있다
글 입력 2018.01.2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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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당신은 흩날리는 벚꽃잎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합니까?

아름답다, 예쁘다, 사진으로 남겨야지.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 중, 벚꽃과 개미와의 상생관계, 벚꽃이 성질 급하게 꽃을 먼저 피우는 이유에 대해 알고 계신 분이 있나요? 저는 이 글을 쓰기 전, <다르면 다를수록>을 읽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 유전자에는, 그리고 자연의 유전자에는 공생의 유전자가 있어 지혜롭게 삶을 영위한다는 것과 별 생각 없이 재미를 위해 보러 갔을 동물원 속 동물들이 겪는 우울감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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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자연과학이라고 하면 진화론과 경쟁, 약육강식이 떠오릅니다. 이런 단어들은 감성적인 단어와 연결하기 어렵죠. 그러나 최재천 교수는 자연주의와 생태학적인 내용을 일러스트와 함께 감성적으로 표현합니다. 철학적인 이야기도 담겨있습니다. 생물들의 공생관계를 언급하면서 우리가 달라야 하는 이유를 말합니다. 모두가 같다면 공생할 수 없습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자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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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점에서 인간은 생태계에서 포악한 위치를 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 생태계 내에서도, 밖에서도. 한가지 일화로 최재천 교수님은 자연 생태 조사 중 반딧불이를 발견했는데, 그 사실에 대해 함구했다고 합니다. '학자로서 할 일이 아닌줄은 알았지만 학문도 그들이 살고 난 후에야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마음의 눈을 슬며시 감아 버렸다'고 합니다.

어느 지역에서 보기 드문 동물이나 식물이 발견되면, 우리는 그들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보기 위해, 사진으로 담기 위해, 내가 갖기 위해 '생태계와 그들의 터전을 훼손한다 하더라도' 달려듭니다. 철새 도래지에 철 맞춰 나타나는 철새를 찍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로 편히 쉴 수 없는 철새들을 생각해보세요. 그들의 입장에서 우리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무례한 동물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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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최재천 교수님의 시선을 따라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샌가 주변에 다니는 작은 곤충과 식물, 동물들이 우리들의 소중한 친구가 된듯 다정하게 느껴집니다.



Review


다르면 다를수록에서는 어려운 내용의 자연과학을 아주 쉬운 수준으로 풀어냅니다. 간단한 일화나 우화, 재치있는 일러스트로 글을 읽는 내내 우리에게 지루할틈을 주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가 공감할만한 내용으로 거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 그 일화를 설명하는 이론들까지 우리에게 유익한 정보를 많이 전달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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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라는 것이 때로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경험이 될 수 있는데, 최재천 교수는 유머러스한 문체로, 최진영 작가는 재치있고 따스한 일러스트로 우리에게 힐링이 되는 경험으로 다가옵니다. 이 책이 주는 교훈과 휴식과도 같은 시간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모르는 것이 약?
아는 것이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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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서 언급했듯, 우리는 벚꽃에 대해 아름답다는 것 외에는 크게 관심갖지 않습니다. 벚꽃은 왜 나무에 이파리가 채 피기도 전에 꽃을 터트리는지, 벚꽃에 달린 꽃밖꿀샘이라는 것이 개미와 어떻게 상생하는지 말입니다. 그렇지만 벚꽃은 아름다움으로 인간들의 마음을 훔치고 자신의 특성과 정체성을 우리에게 알리지 않아도 사랑받습니다. 그러나 다른 동물, 식물들은 어떤가요? 외관이 흉측하고 호감을 얻지 못하면 우리는 그들을 배척합니다. 때로는 흉물스럽다며 무자비하게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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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흔하고 모두가 공감할 한가지의 예로 뱀이나 거미를 들어볼까요. 간혹 애완거미나 애완뱀을 키우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뱀과 거미를 무서워합니다. '모르는게 약'이라고 했던가요. 우리는 그들을 외면하고 알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 무서운 외모와 걸맞게 얼마나 무서운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 겁부터 납니다. 하지만 자연과학에서는 '모르는게 약'이라는 말은 터무니없는 말입니다. 오히려 '아는 것이 약'입니다. 그들의 행동과 생태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하다보면 어느순간 친근하게 느껴지고, 예뻐보입니다.

기생충이나 벌레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그들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멀리하고 어려워합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들 나름의 삶의 지혜와, 살기 위한 필사적인 진화로 우리로 하여금 경외감을 품게 합니다.

우리는 다르다고 멀리하고 배척해왔지만 알고 보면 예뻐보인다며 '다름의 미학, 다름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보다 더 간결하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우리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이고,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와 다르다고 배척해오지 않았나요? 이유없이 싫어하고 미워하진 않았나요? 우리와 다른 것에 대해 조금 애정을 갖고 관심을 가져보면 우리 주변이, 우리의 삶이 더욱 아름다워질지도 모릅니다.



다르니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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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특별하다'에서는 저마다 다른 동물들이 지닌 차이와 그 다름의 가치를 보여줍니다. 이 장에서는 특히'성'에 초점을 맞춘 듯 보입니다. 보통의 자연사회는 모계사회를 이루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암컷의 몸집이 더 크고 암컷이 수컷을 선택하며 교미가 끝난 후에는 암컷 홀로 육아를 책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사회는 여성이 더 외모를 가꾸고, '교태'라는 단어와 어울립니다. 해서, 요즘 불어오는 남여평등의 바람에 대해 최재천교수는 '올 것이 왔구나'하며 초연한 태도를 보입니다. 아마도 그의 여유로움은 오랜 자연생태계 연구에서 비롯된게 아닐까요. 인간도 그 자연 생태계의 일부이니 자연의 대세를 따르는구나 생각하신 걸지도 모릅니다.

'특별하다'에서는 이런 인간과는 다른 성의 역할과 두기자의 성을 모두 가진 동물들, 암컷에게 선택받기 위해 진화한 수컷의 외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성'이라는 것은 결국 번식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우월한 유전자를 후손에게 남기려는 본능에 충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서는 좋은 유전자를 가진 배우자를 선택해야합니다. 그래서인지 암컷이든 수컷이든 진화한, 건강한 배우자를 선호합니다. 그리고 이런 본능은 인간보다 다른 동물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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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을 읽으면서 자연의 세계가 참 신비롭다는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만약 위에 말한 것처럼 모두가 우월한 유전자와 번식하길 원한다면, 그들보다 뒤쳐지는 유전자를 가진 동물들은 외면받을 수 밖에 없고, 번식 시스템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마치 암컷인 것처럼 수컷들을 유혹해 유혹한 수컷들끼리 다투도록 한 후 자신이 암컷을 차지하는 등 그들 나름대로의 숨쉴 구멍을 만듭니다. 이런 경쟁과 술수로 다양한 유전자들이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지배가 아닌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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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3부 '재미있다'에서는 다른 동물사회와는 달리 인간 사회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집단 문화와 개인의 습성을 포착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은 '세포에 관한 우화'입니다. 처음 말문을 열던 단어가 '나는 구의 삼사칠(9-347) 할구다.'였기 때문에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 했습니다. 읽어보니 이 목은 우리 몸의 '간'의 입장에서 글을 쓴 것이었죠. 간은 왜 자신이 뇌나 심장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위치가 아니라 고작 알코올을 해독하기나 하는 쓸데없는 '부서'에 배치되었는지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자신의 할 일을 다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간은 생각합니다. '나도 남들처럼 세포분열을 통해 자식을 낳으면서 의미있는 삶을 살아야겠다.' 그래서 간 한구석에 앉아 열심히 세포분열을 시작했고 드디어 자식농사를 짓기 시작해 자신의 삶에 의미가 생겼다며 뿌듯해합니다. 그렇게 간은 보람찬 나날을 보냈지만, 그 간이 몸담고 있던 주인어른은 몸져 눕게됩니다. '암'이었습니다.

우리 몸의 모든 기관들은 하나의 줄기세포로서 일정 숫자만큼 세포분열을 다 하면 (위에서 표현한 내용을 인용하여) '부서'를 배정받습니다. 부서를 배정받고 나면 세포분열을 금지한다는 계율을 지키며 자신이 배정받은 부서에서 열심히, 그리고 묵묵히 일합니다.

하나의 줄기세포로 시작해서 각기 다른모양을 갖고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신비로운데, 세포분열을 금지하는 계율이 있다니. 게다가 그 금기를 어긴 세포가 '암'이라는 것이 아닙니까. 암은 마치 외부에서 유입된 바이러스와 같이 이질적이고 악한 존재로 이해해왔는데 알고 보니 우리의 몸 안, 하나의 세포가 계율을 어기고 세포분열을 한 우리의 유전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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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용을 비롯해 도덕과 베풂,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장에서 저는,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보잘것 없는지'와 '그 자연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마치 개와 고양이 원숭이보다 인간은 훌륭한 유전자를 타고 났으며 훨씬 진화한 고등생물이라는 우월감에 도취되어 안하무인적인 태도를 보이는 듯 합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침팬지보다 우리가 아주 진화한 유전자를 타고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며 사실 하나의 유전자에서 갈라진 아주 먼 친척쯤 됩니다. 인간이 모든 강력한 맹수와 동물들을 이기고 생태 피라미드에서 꼭대기를 차지한 것은 고차원적인 지능 덕분 뿐 아니라 이기적이고 잔인한 생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얼마나 우리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내는 말입니까?

그렇지만 우리는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야합니다. 우리는 자연 '앞'에 설 수 없습니다. 그저 자연 '속'에서 살아갈뿐입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다른 생물들과 어우러져 살아가고 베풀며 양보하는 미덕을 실천해야 합니다. 우리가 우월하다는 우월감에 취해 무분별하게 이기적으로 행동하다 보면 결국 인간 생태계에도 종말이 찾아올지 모릅니다.



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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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움직임일지 모르지만 요즈음, 동물 보호 협회나 자연 보호 협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활동에 대해서 최재천 교수는 '너무 다른 동물이나 자연만을 위하고 인간을 고려하지 않는 움직임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하며 인간과 자연의 상생을 도모하며 움직이기 위해서는 자연과 생태계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많은 세월동안 자연을 훼손하며 편리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다른 동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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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 우리의 현실을 보십시오. 하루가 멀다하고 날아오는 황사와 미세먼지, 대기오염으로 인한 오존층 파괴와 이로 인한 피부병 발병 증가.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자연이 우리에게 모질게 구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벌인 일에 대한 책임을 지금 짊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다시 상생의 길을 걸어보자고 생각하신다면 우리 주변의 자연과 생태계에 극진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얼마나 다르고 그 다름이 갖는 아름다움에 대해 찬양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어느샌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자연이 아주 많이 건강해져 있을 것 같습니다. 자연 사랑의 첫 걸음을 최재천 교수의 <다르면 다를수록>으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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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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