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색채의 황홀, 마리 로랑생 展 [전시]

글 입력 2018.01.03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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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로랑생展
-색채의 황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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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

야수파 입체파 사이에서 살아남은 독자적인 화가. 여성이라는 성별로도 살아남은 화가. 뮤즈가 아닌- 같은 위치의 동료 화가. 예술가 중의 예술가. 그 어떤 타이틀로도 규정하기 힘든 마리 로랑생 그 자체의 전시회를 다녀왔다. 수 많은 표현들을 형언할 수 없어 그저 '아름답다'한 마디 밖에 남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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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시대순으로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는 마리 모랑생의 삶과 그림이 같이 흘러갔기 때문에 보기가 편했다. 시간 순서대로 작품을 감상하니 그림 스타일의 변화가 보였다.

처음에는 선이 보였으나 갈수록 선이 사라지고 면이 보였다. 그 이후로는 형을 벗어나 감각에 이끌려 그린 것이 확연하게 보인다. 얼굴에선 코가 사라지고 눈과 입만이 남았다. 팔다리가 늘어졌다. 머리카락과 얼굴의 구분이 약해졌다. 그리고 인물들의 눈이 다 비슷했다.자주 나오는 오브제는 여성, 푸들, 말, 개, 고양이가 있었다. 과감하게 형태와 색을 벗어나 독자적인 세계를 만들었다. 몽실몽실한 느낌이 전 화면을 덮었다. 우아한 세계였다. 후기에는 진주와 꽃이 나왔다.

형이 아닌 색으로 표현하자면 핑크가 대표적이다. 화이트와 블랙, 그레이의 조화 속에서 분홍, 파랑, 녹색만이 보였다. 저 핑크색은 분명히 튀는 색인데, 저 블루도, 그린도 전부 뭍히기 힘든 독특하게 튀는 색인데 그의 그림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색을 우아하고 부드럽게, 잘 어우러지게 그리면서도 모든 인물들의 눈은 전부 이상하리만치 차분해 보였다. 그 사랑스러운 색과 차분한 눈동자는 마리 로랑생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림 스타일이 너무나 신기해서 어떻게 그렸을지 과정을 상상하면서 감상했다. 상상하면서 보다보니 어느새 두시간이 흘러있었다. 분명히 전시 관람이라는 것은 정적인 행위인데 어찌 보는 것만으로도 역동적으로 즐길 수 있을까. 정말 즐거운 정신적 작용이어서 전시가 정말 알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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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화가의 연대기를 통해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독자적인 고유 개성을 느꼈다. 초기와 중기, 후기의 변화를 감상하면서 우울한 상태와 기쁜 상태의 기복이 미묘하게 차이가 났다. 하지만 전부 마리 로랑생이었다. 전시 후반부에 다른 예술가들과의 교류편을 보니 마리아 릴케와도 지냈다는 게 놀라웠다. 샤넬과 친구로 거절당한 초상화를 그대로 둔 것도 정말 흥미로웠다. 하긴 마리 로랑생은 브라크가 발탁한 인재인걸. 예술가들은 진정한 예술가를 알아보나 보다.

죽을 때까지 자신이 재능이 있기를 바라며 탄식했다는 일화에 무한으로 공감하면서도 슬펐다. 그리고 안쓰러웠다.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평생을 고민해야할 과제. 마리도 피해갈 수 없었구나. 나도 나중에 나이가 들고, 이렇게 작품을 쌓으면 이런 전시를 열 수 있을까. 대규모 회고전처럼. 보는 이들에게 자신의 세계와 색을 보여주는 그런 드넓은 공간으로. 마리처럼 나도 할 수 있을까 라는 한줄기 희망이 느껴졌다.

그림 속에 묻혀 있다보니 마리 로랑생이 궁금해졌다. 이렇게 귀품있고 우아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실제로 어떤 사람일까. 포근함 속에 잘 다녀왔다. 전시 공간도 마리의 대표색인 핑크와 그린으로 깔려있어 풍부하게 느끼고 왔다. 대표작 하나를 꼽기 힘들 정도로 작품이 다 좋았다. 자화상에 드러나듯이 패기로운 젊은 여성의 모습부터 나이든 우아한 노년의 여성 모습까지 인상 변화도 흥미로웠다.

마지막에 본 마리 로랑생이 작업한 의상과 무대로 꾸며진 발레 영상이 인상 깊었다. 발레하는 자세를 보고 문득 느꼈다. 발끝으로 서는 발레는 내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리라.(물론 해본적도 없으니까) 하지만 정말 그 이상의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이처럼 모든 예술은 고통을 담보로 모든 이들에게 쾌락을 주는 걸까. 음악도, 미술도 내가 아는 모든 예술 전부.

전시를 즐긴 후 보는 아트샵의 제품들도 너무나 좋았다. 예전에 내가 기억하기로는 전시 관련 상품들은 디자인으로 적용하는데 있어 프린팅 뿐이고 정말 촌스러웠던 걸로 기억하는데 요즘은 많이 변한걸까? 디자인 제품이 왜 이렇게 다 예쁘지. 마리 로랑생의 대표 색, 혹은 자주 쓰이는 오브제 이미지로 다양한 패턴과 디자인으로 만든 제품들이 너무 예뻤다. 한 번쯤 둘러보고 구매해도 후회없을 것 같다.

<마리 로랑생> 전시는 전시 내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특정 작품은 촬영이 가능하니 잘 살펴보는 것이 좋다. 마리 로랑생의 작품을 잘 정리하여 구성한 좋은 전시였다. 다른 이들도 마리 로랑생의 전시를 보기를, 추천하며 이만 줄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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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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