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스테디 레인 [공연]

글 입력 2017.11.27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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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스테디 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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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와 대니는 시카고의 경찰이다. 그러나 멀쩡한 인물은 아니다. 조이는 혼자 집에서 술을 마시며 지내는 소심한 인물이며 대니는 창녀촌을 다니며 뒷돈을 받고 지낸다. 그리고 집에서는 폭력적인 가장이다. 극의 전개는 이렇다. 대니는 창녀와 뒹구며, 이를 안 포주에게 총상을 맞는다. 그리고 집에 왔더니 대니 집에 누군가 총을 쏘아 대니의 아들이 다치게 된다. 이렇게 갑자기 일이 시작된다. 대니는 범인을 찾으며 쥐잡듯 수색하고 일은 뒷전으로 한다. 조이와 대니는 순찰을 돌 때 벌거벗은 한 아이를 마주했는데 보호자라고 자칭하는 어른에게 맡긴다. 그러나 나중에 그 아이는 시체로 발견되고, 보호자라는 사람은 살인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조이와 대니는 경찰 자격을 박탈당할 위험에 처한다. 가정에도, 주위 사람들에게도 폭력적인 대니를 지켜보며 조이는 '대니 가족에게 대니만 없더라면, 그 자리에 자신이 들어간다면 완벽한 가족이 될텐데'라고 생각을 하며 둘 사이가 멀어진다. 대니는 미쳐 날뛰고, 범인을 쫓다가 죄 없는 사람도 죽이고 증거 조작까지 하게 된다. 대니는 언제나처럼 아내를 때리려하자 조이가 막아선다. 그리고 갈 곳 없어진 대니는 조이에게 자신의 죄를 뒤집어써서 조이가 경찰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준다고, 자신의 가족을 부탁한다며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보는 내내 너무 싫었다. 고통스러웠다. 끔찍했다. 극장을 나가고 싶었다. 2인극 인물인 조이와 대니는 어떻게 하나같이 다 비정상적이고 미친 사람일 수가 있는 거지. 처음부터 끝까지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귀가 너무 아팠다. 그리고 성인 남성이 소리를 지르는 것은 내게 너무나 큰 위협이 되었다. 그래서 연극인 것을 알고 있어도 그래도 두려웠고 무서웠다. 공포감에 젖었다. 피하고만 싶었다. 내겐 너무나 불편하고 끔찍하고 더러운 연극이었다. 불쾌감이 극에 달했다. 그만큼 몰입감이 강하고 연기를 잘해서일까.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그런걸까. 극을 보는 나는 폭력의 피해자 기분이었다. 그래서 주인공인 대니와 조이의 입장 보다는 피해를 입은 약자의 입장에서 극을 느끼며 보았다. 그래서 버티기 너무나 힘들었다..

대니는 전형적인 폭력적인 남자이다.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이다. 창녀와 잔 것을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우연한 일이라고 하며 성스러웠다고 한다. 그리고 포주에게는 돈을 뜯으며 폭력적으로 군다. 집에서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협하고 때리며 자신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게 만든다. 쓸 데 없는 고집과 자존심까지 더해져서 막내 아들이 다쳤어도 응급차를 부르지 않고 자신이 직접 운전해서 병원에 갔다. 그래서 오히려 더 위독해졌지만 자신은 가족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합리화만 하는 인간이었다. 온갖 쓰레기 행동을 다 했으면서 과격한 츤데레처럼 '가족을 위해' 했을 분이라고 자신의 감성만 호소했다. 치가 떨리도록 이기적이었다.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했다. 그리고 조이를 우습게 여기고 기만하면서 자신이 잘난 듯이 느꼈다. 조이는 정말 눈치 보고 약은 캐릭터다. 자신의 잘못과 약함을 합리화했다. 눈치를 보며 생활하고 끌려다니면서,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서, 벗어날 용기를 내지 않았으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이 두 남자는 끝까지 '어쩔 수 없었다' 라고 하면서 끝없이 합리화를 했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이 멋있을 것이라는 과한 자의식, 착각이 눈에 보여 너무 역겨웠다.

극 배경은 내내 비가 내린다. 비가 와서, 자신의 어둠이 비 때문에 퍼진 것이라고, 상황이 악화되어서 자신은 어쩔 수 없는 것 뿐이라고, 상황에 의한 피해자라고 호소한다. 자신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조차 모순이다. 비가 와서 퍼진 게 아니라, 원래 그 자체로 오염물이었는데 이제야 퍼진 것 뿐이었다.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진정으로 인정하고 보고싶지 않았을 뿐이다. 끝까지 비겁하며 민페였다. 더욱 무서운 것은 이 가상의 인물들이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마주하고 싶지 않은 군상이어서 더욱 싫었다. 너무나 실제 같아서 흡입력이 강했다. 그래서 더 견디기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성인 남자의 욕짓거리와 고함소리를 한시간 반동안 내내 듣는 게 너무 고역이었다. 욕하고 소리지르는 것도 언어폭력이니 폭력성에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분노만 계속 들어서 무서웠다. 이런 쓰레기 인물들은 역대급이다. 남자 둘의 느와르 라고 하나 화만 난다. 멋있기는 무슨, 폭력성의 합리화와 찌질힘과 비겁함 뿐이었다. 너무나 큰 불쾌함을 느꼈다. 밑바닥 인생의 총체적 난국 콜라보였다. 연극을 보고 나온 직후에는 너무나 기분나빠서 힘들었다. 지쳤다. 그러나 연극 <스테디 레인>은 그 블쾌함이 의도된 것이었다. 예술에서 저급하고 가벼운 것을 오히려 극대화시켜서 '키치'라는 것을 만들어냈듯이, 이 연극도 불쾌함을 극대화 시켜서 오히려 전하고자 하는 바를 더 명확하게 느끼게 해준다. 엄청나게 뼈저릴 정도로 와닿았다. 극 내내 벗어나고 싶을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사실적이고 현실적이라서 불쾌한 영화도 있다. 이 연극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저렇게 쓰레기 하나를 성공적으로 만들지? 보기도 싫은데 결국 끝까지 종말까지 기어이 보여주고마는 연극이었다. 카프카의 <변신>도 어떻게 보면 징그럽고 보기 힘든데도 끝까지 가게 만들었다. 극도의 불쾌함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한 연극이다. 캐릭터도, 극 내용도.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로 진행된다. 인물은 2명. 무대에는 탁자 하나와 의자 두개 뿐이다. 소품은 권총 하나. 한 명이 서술하고 중간중간  상황을 연기로써 보여준다. 중간중간 대화를 하고, 또 말로써 시간과 사건 흐름이 흘러간다. 단조로운 연출이나 내용 자체가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서 오히려 더 집중하게 되고 상상하게 된 것 같다. 별다른 행동 없이 대사로만 연극을 이끌어나간다는 점에서 특이한 것 같다. 움직임도 기껏해야 대각선에 서거나 의자에 앉는 것뿐. 2인극이라는 특이점과 단순한 무대는 그래서 더 독특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은 총이라는 소품이 마지막 씬에서 자살할 때만 사용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의자와 탁자만을 가지고도 다양하게 배치할 수 있고 앉는 방식과 위치도 바꿀 수 있었을텐데 처음부터 끝까지 고정된 방식으로만 연출해서 아쉬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불쾌함만을 주는 연극 <스테디 레인>. 내가 이렇게까지 불쾌하고 몰입한다는 건 그만큼 연극이 너무 사실적이라는 증거이다. 충격적인 스토리텔링, 현실과 구분이 힘들 정도로 흡입력이 강한 <스테디 레인>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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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연 명 : 연극 <스테디 레인>
공 연 장 : 아트원씨어터 3관
공연기간 : 2017년 10월 27일 (금) – 2017년 12월 3일 (일)
공연시간 : 평일 저녁8시, 주말(토,일) 3시/6시
러닝타임 : 100분
티켓가격 : 전석4만원
관람연령 : 만 13세 이상 관람가 (중학생 이상 관람가능)
기획제작 : 노네임씨어터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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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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