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행] 새벽을 닮은 이들, 오프온오프(offonoff)

글 입력 2017.10.0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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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ent  
  [동사] 선사하다
  [형용사] 현재의
  [명사] 선물


 모든 것이 잠든 시간, 어둠이 내려앉은 고요한 공간 속에서, 여러 감정들이 물 밀 듯이 밀려온다. 상념에 잠긴다. 나의 새벽은 지나간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후회,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그에 모순되는 나른함 속 안정감으로 가득하다. 오롯이 감정에 몰두 할 수 있는 시간. 새벽은 그렇게 감성적인 시간이다.

 얼마 전 새벽을 노래하는 아티스트를 알게 되었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그들의 음악은 새벽을 닮아있는 것 같다. 그들은 싱어 송 라이터를 담당하는 콜드(Colde)와 프로듀서를 담당하는 영채널(0channel)로 이뤄진 94년생 동갑내기 듀오, 오프온오프(offonoff)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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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이들을 정말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되었다. 지난 7월, 언더와 오버를 넘나들며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음악을 선보이는 2인조 프로듀싱 팀 그루비룸의 음원이 발매되었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발매된 한 앨범이 눈을 끌었고, 그것이 바로 오프온오프의 첫 정규 앨범[boy.]였다. 마침 그들도 둘로 이루어진 듀오였다. 감각적인 음악을 하는 듀오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루비룸과 오프온오프의 음악적 색깔은 확연히 달랐다. 그루비룸이 청춘들의 신선하면서도 역동적인 느낌이라면, 오프온오프는 잠들기 전의 나른함을 떠올리게 했다. 한 날 한시에 발매된 음악들은 다른 방식으로 내 일상에 스며들게 되었으며, 듀오의 시너지란 무엇인가, 둘(2)이 갖는 의미란 무엇인가, 같은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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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프온오프는 YG 산하 힙합 레이블 하이그라운드(HIGHGRND)에 소속되어 있으며, 딘, 크러쉬, 펀치넬로 등을 비롯한 트렌디하고 핫한 신진 아티스트들로 이루어진 크루 클럽 에스키모(Club eskimo)의 일원이기도 하다. 유명한 레이블과 크루에 소속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상이나 사진을 비롯한 정체가 잘 드러나 있지 않다. 포털사이트 속엔 프로필사진조차 등록되어 있지 않으며, 공개된 대부분의 사진 속에서도 모자로 얼굴을 가린 모습을 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잘 찾아볼 수가 없다. 이는 오프온오프가 음악 자체로 더욱 기억에 남는 이유일 것이다.

 새벽을 닮은 그들의 음악은 나의 새벽을 채워주었다. 새벽의 상념을 함께 하게 되었다. 이들의 음악을 소개하려한다. 언제 들어도 좋은 음악이지만, 새벽에 들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bath


▲[OFFONOFFILM] offonoff - bath [영상 출처-OFFONOFF]


거긴 날씨가 어때
 나의 하늘과 밤엔 자꾸 떠오르는 기억이
계속 내게 말을 건네네.
우리는 함께일 때 참 많이도 웃었네.
 지금 나는 무표정을 해. 너가 없이 무슨 말을 해


 bath는 음원 플랫폼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음원을 선보이던 오프온오프의 메이저 데뷔 싱글이다. 이들은 이 곡을 통해 여러 아티스트와의 협업해 그림, 글, 영상이라는 다양한 창작물을 만들어냈다. 시인 ‘오은’은 한 페이지의 분량의 시를 썼고, 이를 영어로 번역해 영상 자막으로 다시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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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오은의 시


 이 곡은 헤어진 인연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새벽녘 떠오르는 그 감정을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로 보여주고 있다. 새벽은 이상하게도 떠나간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혹자는 술에 취해, 감정에 취해 돌아오지 않을 것들에게 의미 없는 물음을 던지기도 한다. (새벽감성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새벽감성에 젖은 누군가가 후회만을 남길 연락을 해야 하나, 고민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들의 흔한 모습일지도.) 이 곡은 딱 그 감정과 무드(mood)를 담고 있다. 그리움에 사무치기도 하며, 외로움을 견디는 법을 배우기도 하는 그 새벽의 시간을 잘 보여준다.


 
Photograph


▲[MV] offonoff - 'Photograph' [영상 출처-HIGHGRND]


함께 이 순간을 나눌 때면
세상이 멈춘 듯한 걸
close your eyes take my time remember this moment


 지나간 시간은 순간을 남긴다. 사랑하는, 사랑했던 사람과 함께한 순간이 멈춰진 사진처럼 기억에 남을 것이다. 아프고 괴로운 순간이 존재했더라도 우리에게 남는 것은 사진과 같은 순간들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리워하고, 후회한다. 이 곡에선 이러한 세밀한 감정을 퍽 솔직하게 표현한다. 그 솔직함은 우리의 감정을 무던하게 건드릴 것이다. 물론 새벽과 같은 몽환적이고 나른한 분위기를 유지한 채 말이다.
 
 뮤직비디오 또한 그 감성에 걸맞은 한 편의 영화처럼 느껴진다. 그 감각적인 음악 속에서 한층 더 깊어지는 새벽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OFFONOFF - 춤 [영상 출처-OFFONOFF]


우리는 춤을 출거야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볼 거야
다른 애들은 시시해서 넌 아마
이어폰을 낄 거고 내 노래를 듣게 될 거야
밤새 내 노래 안에서 쉬어도 돼
너가 없었으면 이 노래도 없기에


 이 곡은 필자가 지난 7월 이들을 처음 접하게 되었던 계기라 할 수 있는 첫 정규앨범 [boy.]의 타이틀곡이다. 앨범에는 총 12곡의 음악이 수록되어 있으며, 친구와 함께 한 곡 한 곡 감상하며 감탄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전곡이 다 좋아!’라며 한껏 흥분해 친구들에게 이 앨범을 소개해줬던 기억도 갖고 있다. 아무튼, 나에게 이러한 사소한 추억을 담고 있는 곡이다.

 [boy.]는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선보인 음원들과, 그간 발매해온 음원 bath, photograph, Moon,12:04am을 잇는 첫 정규앨범이다. 타블로, 펀치넬로, 딘과 같은 핫한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해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온 첫 앨범은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음악으로 그들의 정체성을 확고히 만들어주었으며, 그 음악성에 힘입어 앨범이 전량 매진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춤’에서는 내 음악의 뮤즈인 너와 함께 춤을 추고 싶다, 는 가사를 노래한다. 새벽녘 맥주 한잔과 함께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듯한 느낌을 절로 들게 한다. 뮤직비디오 또한 독특하면서도 감각적인 감성을 담고 있다. (사실 이들의 모든 뮤직비디오는 그들만의 감성과 정체성을 담아내고 있다. 새벽을 걷는 느낌이 들기도,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OFFONOFF - in the car [영상 출처-OFFONOFF]


- in the car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새벽의 시간을 감성적이면서도 생생하게 표현해낸 곡이라 생각된다.


▲OFFONOFF - Good2me (Feat.PUNCHNELLO) [영상 출처-OFFONOFF]


- Good2me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을 담아 솔직한 표현으로 노래한 곡이다. 뮤직비디오의 마지막 장면이 당황스러우면서도 기억에 남는다.


 위의 두 곡은 앨범 [boy.]의 수록곡들이다. 이외의 다른 수록곡들도 모두 추천한다. 단순한 '사랑'이 아닌 새벽의 복합적인 여러 감정들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OFFONOFF - Pink Ocean [영상 출처-OFFONOFF]


 두 사람 모두 디자인을 전공한 덕분인지, 이들이 비주얼 디렉팅한 영상들도 이들의 무드를 잘 나타낸다. 정식 음원을 발매하기 이전,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발매한 음원들의 영상에서는 기존 만화영화와, 흑백영화의 영상을 편집해 아날로그, 빈티지, 레트로의 분위기를 잘 드러냈다. 그는 이들의 확고한 정체성이 되었다. 모든 영상들이 독특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음악과 함께 감각적으로 잘 보여주기에, 한번 씩 감상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누군가가 이들에게 ‘하루 종일 새벽에 살고 있는 것 같다.’는 표현을 남겼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문장이었다. 새벽에 불쑥 찾아오는, 혹은 잔잔히 우리를 적시는 사랑과 그리움, 후회, 불안감과 확신과 같은 세밀한 감정들을 꽤 솔직하게 노래한다. 솔직한 노래가사와 어설픈 듯 하면서도 따뜻한 목소리는 그 자체로 소년과 같이 느껴진다.

 필자는 예술을 전공하고 있지만, 예술에 대해 어떻게 정의 내리고 구분 지어야 잘 알지 못한다. 음악과 관련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을 기반으로 한 활동은 하나의 온전한 예술처럼 느껴진다. (특히나 영상을 보면 이런 생각이 자주 든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감각적이다.’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아티스트라 생각된다. 포털 사이트에서 이들의 이름을 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 나의 새벽을 더 짙게 만들어 준 이들을 알게 되어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나만 알고 싶은 아티스트이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짙은 새벽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잔잔하게 가라앉은 새벽은 하루 중 가장 감성적인 시간이다. 모든 것이 멈춘 그 시간동안은 감정에 취하는 것이 허락된다. 해가 뜨고 현실로 돌아오면 그 감정들도 잠시 자취를 감추기 마련이다. 새벽의 감성을 더욱 깊고, 짙게 느껴보고 싶다면, 이들의 음악과 함께 하길 바란다.





[이미지 출처 - HIGHGR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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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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