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작은 극장 위 맛있는 음악 한가득, 「집시의 테이블」 [공연]

여행이 길어질 즈음엔 지친 마음을 다독이듯 '배낭여행자의 노래'를 연주하고, 두 댄서의 정열적인 집시스윙으로 몸을 달싹이게도 만들었던 여행.
글 입력 2017.10.05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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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들과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했던 말이 있다. “사실, 자존감이랄게 별 거 아닌 걸지도 몰라. 하다못해 내가 저 머나먼 스웨덴과 아이슬란드의 음악을 많이 알고 있는 것도 내 하나의 자부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쑥갓은 아직 조금 기피하지만 음악만큼은 편식하지 않기에, 언제부턴가 다양한 음악을 듣는 것은 단순히 취미를 넘어 특기로까지 자리잡았다. 다양한 음악을 듣는 것은 많은 장점이 따라온다. 어떤 상황에 어떤 음악이 어울릴지 퍼뜩 떠올릴 수 있기도 하고, 또 반대로 어떤 상황에서 들었던 음악을 후에 다시 듣게 되면 머릿속에 영사기를 틀어 놓은 듯 그 때의 상황이 재현되기도 한다. 그리고 무슨 음악이든 귀 기울여 듣게 되고, 보다 더 높은 확률로 온 몸을 감동하게 만드는 노래를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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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중에 음악을 듣는 것은 이러한 장점을 더 극대화시켜준다. 사사로운 것에 신경을 안 써도 되니까, 그저 음악과 풍경에 온 몸이 젖어들 뿐이다. 그리고 돌아와서, 여행 중에 만났던 그 따스함들을 더 생생히 느낄 수 있게 된다. 하림이 왜 알앤비를 관두고 월드뮤직을 하겠다고 나섰는지 알 것만 같다. 「집시의 테이블」에 올려진 음악들은 무척 아름다웠고, 하림이 설명하고 마임이스트가 묘사하는 그 풍경들은 너무도 생생해서 정말로 그곳으로 여행을 떠난 기분이었다. 그가 본 것과 느낀 것들이 이토록 아름답기에, 보다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었으리라. 덕분에 나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프랑스, 그리스, 아일랜드의 음악을 배불리 섭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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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의 첫 시작은 ‘연어의 노래’라는 제목의 음악이었다. 드넓은 평원과 그 위를 달리는 말이 떠오르기도 하고, 선상에서 선원들이 럼주를 들고 유쾌하게 떠드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 곡이었다. 하림이 계속해서 손목을 돌리며 연주한 것은 ‘드렐라이어’. 몇 개의 줄과 건반이 달린 악기였는데, 예전에 잠깐 켈트 족 음악에 빠져있을 때 여러 번 들었던 것 같아 어딘지 모르게 구수한 느낌을 주는 소리였다. 하림의 담백하고 자유로운 목소리와 어우러졌던 가사도 참 매력적이었다. 여행의 시작을 알리면서, 왜 우리는 이 여행을 떠나야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어디로 가야 하나
왜 떠나야만 하나
모르던 나의 시작을 이제야 난 이해해
맨 처음 만난 바다는 날 꿈을 꾸게 하였고 
돌아와 만난 강물은 날 편히 쉬게 하네
끝도 없이 나 흐르는 것 
강에서 온 그 이유
이제야 나 돌아와 그대와 고향에 있네
아름다운 그 별들과 두려웠던 폭풍의 밤 
내가 떠나온 바다를 이제야 난 추억해 
끝도 없이 나 꿈을 꾼 건 
바다를 본 그 이후 
이제야 나 돌아와 그대와 고향에 있네 
라 라라 라라라라라···


  첫 번째로 떠난 곳은 프랑스. 예쁜 거리의 노천카페에서 한가로운 오후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집시음악이 시작됐다. 앙증맞은 바이올린이 어찌나 다채로운 소리를 내던지! 테이블 위에 있던 간소한 식사가 순식간에 코스요리로 변해버린 듯 했다. 프랑스하면 와인이 떠오르지 않냐며 발밑을 보라는 하림과, 또 몸을 수그리는 관객, 진짜로 와인 몇 개가 객석에 있었던 그 풍경이 참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고 유쾌하기도 해서 그만 긴장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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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행선지는 그리스였는데, ‘보조키’라는 기타 비슷한 전통악기가 등장했다. 하프시코드마냥 정감있는 소리를 내다가도 정열적인 스윙리듬에 맞춰 연주되기도 했다. 노르스름한 핑크빛 석양 아래서 머물고싶은 마음을 자극했던 첫 곡 때문에 한껏 늘어져 있었는데, 별다른 소개 없이 그리스 여신 컨셉으로 등장한 호란은 매혹적이고 강렬한 노래로 두 귀를 사로잡았다. 땅에 끌릴만큼 긴 로브를 입고서 리듬을 타는 그녀는 그 흥겨운 음악 때문인지 그리스 여신보다는 집시의 노래를 부르는 카르멘을 떠올리게 했다. 나를 포함한 관객들은 “Oppaa!”를 연신 외칠 수 밖에.

  아일랜드로 떠난 여행에서는 한 명의 댄서가 동행했다. 흡사 탭댄스 같던 아이리쉬 댄스는 두 발로 뛰어다니며 무대를 가로지르는 춤이었다. 지금껏 들었던 음악 중 가장 흥겨운 리듬과, 댄서의 발랄한 표정과 두 다리 덕분에 내 발도 어느새 꼼지락거리고 있었던 것 같다. 자유로이 발을 움직이면서도 있는 힘껏 뛰어오르는 모습을 보며 조르바가 춤을 춘다면 마치 저렇게 춤추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영화에서는 왈츠 추듯 얌전히 춤을 췄을지라도 책에서 만났던 조르바는 격동적이고 특별한 격식 없이 온 몸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상상했었다. 끌려나온 관객분이 아이리쉬 댄스를 멋지게 소화해서 더 기억에 남는 아일랜드 음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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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이 길어질 즈음엔 지친 마음을 다독이듯 '배낭여행자의 노래'를 연주하고, 두 댄서의 정열적인 집시스윙으로 몸을 달싹이게도 만들었던 여행, 「집시의 테이블」. 이완되기도 하고, 흥분하기도 하면서 즐겼던 이 세계테마기행은 아마 내 자존감 창고에 또 쌓일 것 같다. 집시의 테이블 위에 올려진 곡들로 충분히 그들이 느꼈던 그 나라의 오롯한 풍경들을 즐기고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정말로 이 음악들을 각 나라 현장에서 듣게 된다면, 초가을 밤 작은 콘서트홀에서 온 몸을 들썩이던 기억이 역으로 떠오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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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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