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을 아침에 만나는 '인생의 일요일들' 정혜윤 에세이

글 입력 2017.09.2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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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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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매일이 일요일 같을 수는 없을까? 다가올 월요일을 바라보며 벌써부터 월요병을 앓는 어떤 이의 간절한 바람이다. 주말의 끝을 알림과 동시에 새로운 한 주가 다가옴을 알리는 일요일. 솔리드의 노래 제목처럼 이 일요일의 끝을 잡고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만 싶어진다. 가는 일요일이 아쉬운 건, 일요일 아침 그 특유의 나른함이 내게서 점점 멀어지는 그 느낌이 아쉬워서다. 큰맘먹고 주말이니 늦잠을 자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생각했던 시간보다 일찍 일어나서 침대 위에서 무료하게 있는 그 시간. 그 시간은 내가 제일 애정하는 일요일의 시간이다.
 
 어느 일요일 아침은 특별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읽겠노라 머리맡에 올려두고 잔 ‘인생의 일요일들’을 펼치면서 시작되는 그런 아침이다. 창문 틈새로 조금은 달라진 계절의 공기가 들어오고, 그에 맞춰 커튼도 나부낀다. 커튼 틈 사이로 일렁이는 햇빛은 그 자체로 책 읽기에 적당한 조명이 된다. 푸른 빛깔 표지를 펼쳐 든 순간, 나는 누군가의 기억 속으로 들어간다. 푸른 바다에 풍덩 빠져야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것처럼, 나는 누군가의 한 여름 속으로 빠져들어 여름의 기억들 사이를 헤엄친다. 바다 속으로 한줄기 빛이 들어오고, 빛은 편지가 되어 이름 모를 누군가를 향해 퍼져간다.
 
 왜, 많고 많은 날 중에서 일요일인가. 문득 궁금했다. 정혜윤 에세이스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일요일 아침의 게으른 시간 속에서, ’언제였더라! 그때 참 좋았었는데‘ 하고 저절로 떠오르는 기억들, 그 기억들 속에서 근심은 힘을 잃고 사라져요. 현실의 속박들도 잠시 사라지죠.

졸음 속에서 여행을 해요. 미소와 즐거운 회상, 기쁨이 함께하죠. 시들지 않는 즐거움이 함께해요. 마음은 다른 것이 아니라 다시 그런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갈망해요. 이렇게 기억 속에 떠오른 날들을 인생의 일요일이라고 이름 붙였어요.(물론 일요일에 쓰기도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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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불 속에서는 다른 생각들 다 제쳐두고 딱 두 가지 생각만 든다. 지난날에 대한 추억, 다가올 미래에 대한 고민. 정혜윤 에세이스트는 인생에 좋았던 순간으로 돌아가는 추억행 열차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녀는 추억행 열차에 탑승한 승객들을 그녀가 경험했던, 2015년 그리스 여행으로 안내한다. 누군가의 여행기를 읽는다는 건, 여느 에세이를 읽는 것 보다 흥미로운 일이다. 특히 그 곳이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이라면 더더욱이다. 낯선 땅 그리스에서 정혜윤 에세이스트가 보고 느낀 것을 편지라는 (감정이 생생하게 담겨있는) 도구를 통해서 만나니 여행지의 공기마저 편지에 담겨 온 것만 같았다. 낯선 땅, 낯선 곳에서 순간순간 드는 생각을 써서 바람에 실어 보낸, 그런 편지들로 가득한 <인생의 일요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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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일요일을 꿈꾸는 것은, 그 날이 크리스마스처럼 특별한 어느 날이라서가 아니다. 그저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일상 같지 않은 무료함과, 시간 속에서의 부유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유유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내 인생에서 빛나던 순간들을 떠올리고 마음만이라도 다시금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 그건 오로지 일요일의 시간에서만 가능하다.



어떤 생각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가을 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행복이야’

'IU-가을아침 中‘
 
일요일 아침, 너도 내겐 정말 커다란 행복이란다.
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공기가
어느덧 가을아침을 알릴 어느 구월에.

'여름의 기억, 빛의 편지'라는 부제가 무색하리만치 
여름의 빛이 다 사라진 즈음에야 이 책을 만났다.
언제나 젊고, 푸르고, 빛난다면
여름의 순간은 언제라도 존재한다.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이라는
어느 시구의 글귀처럼
'모든 것이 빛난다면 언제라도 여름!'이라 외치고 싶어지는,
그런 뜨거운 여름 태양을 닮은 글.



도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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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인생의 일요일들
-여름의 기억, 빛의 편지-

지은이
정혜윤

출판사
로고폴리스

출간일
2017년 6월 23일

정가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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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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