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걷기왕: 숨차지? 그냥걸어! [영화]

때로는 걸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
글 입력 2017.09.07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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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강화도에 사는 7살 만복이가
아빠의 새 차 안에서 토를 하면서 시작된다.

 8살 첫소풍 때 멀미가 더 심해진 만복이는
토쟁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온갖 것들에 다 태워 봐도 멀미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 후로 어디든 걸어 다니는 만복이는
마침내 걸어서 2시간거리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된다.

 이 사정을 알게 된 담임의 추천으로
만복은 교내 육상부에 들어가
자신에게 꼭 맞는 운동인 ‘경보’를 시작한다.

 처음엔 공부가 하기 싫어서,
운동이 쉬워보여서 시작하였지만
점점 육상부 선배 수지를 보며 자극받아
경보에 진짜 열정을 갖게 된다.

하지만 버스도 택시도 비행기도 탈 수 없는 만복에게는
전국체전이 열리는 서울까지 가는 것조차 큰 도전이다.
과연 만복은 대회에 참가하여 입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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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왜 안 되는지 알아?
이거 목숨 걸고 해도 제자리 지키기도 힘들어
넌 맨날 장난처럼 하잖아
너처럼 하면 아무것도 안 돼


 
선배 수지는 만복과는 다르게 열정, 노력, 끈기로 똘똘 뭉친 캐릭터다. ‘안 되는 것은 없다. 죽을 때까지 노력하여 되게 하라‘라는 모토로 끝없이 자신을 몰아친다. 만복의 담임은 꿈을 향한 열정을 가장 중요시 한다. 매사에 천하 태평한 만복의 잔잔했던 삶에 두 인물이 작은 돌을 던져 일렁이는 물결들을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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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뭔가 될 것 같은데
나만 아무것도 안될 것 같다
나 혼자만 뒤처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복은 주위의 자극으로 자신의 생활에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우리도 살아오면서 적잖이 경험해온 감정이다. 멀리가지 않고 당장 내 주위 친구들만 해도 다들 무언가 바쁘게 해나가며 살아가는 것 같은데 나는 제대로 하고 있는 게 없는 것 같은 기분. 나 혼자 뒤처져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지는 기분 따위의 감정들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적어도 이 영화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영화도 만복이는 더 이상 달리지 않는다는 것으로 결론난다. 아프니깐 청춘이라는 여느 책에 반기를 드는 것 마냥 힘든데 왜 참아야 하냐고 묻기도 한다. 빠르게 가는 것만이 무조건적으로 옳다고 볼 수 없으며 때로는 천천히 가는 것도 좋다는 거다. 물론 꿈을 향해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 꿈에 빠르게 도달하는 것도 너무 좋다. 그렇지만 사람이 에너자이저도 아니고 어떻게 365일 항상 앞만 보고 달려갈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에겐 이런 영화가 필요한 거다. 달리기를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아니야. 괜찮아. 힘들면 걸어도 좋아.” 라고 위로를 건네주는 영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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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취향으로 이 영화가 더 마음에 드는 이유는 B급영화 특유의 유머코드이다. 이는 조금 과한 연기, 어딘가 모르게 엉성한 CG와 같이 시각적으로도  잘 나타나 있지만 특히 청각적 요소를 잘 활용하였다. 만복이 딜레마에 빠져 진지한 고민에 빠져있을 때 흘러나오는 BGM은 아이러니함의 극대치였다. 진지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리코더로 부르는 타이타닉 ost라니. 심지어 중간 중간 삑사리도 난다.

뿐만 아니라 이 영화에는 전반적으로 나래이션이 틈틈이 나오는데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만복이네 집 ‘소’이다.  소의 이름은 소순이이지만 수컷이다. 그래서 목소리도 남자목소리로 나온다. 이게 뭐야 싶을 수 도 있지만 나는 이런 B급영화 특유의 생뚱맞음이 좋다. 너무 예상대로만 흘러가면 재미도 없고 이런 신선함이 영화 특유의 유쾌함과 의외로 잘 어울리기도 한다. 어쩌면 교훈을 주는 그저 그런 영화가 될 수 있었지만 앞서 말한 유쾌한 장치들이 걷기왕만의 톤 앤 매너를 만들어준 것 같다.



 

너무 바쁜 삶에 지칠 때, 이것저것 하는 건 많은데 어딘지 모르게 불안할 때, 남들보다 뒤쳐져 있다고 느낄 때, 쉬고 싶지만 내가 정말 쉬어도 될까 싶을 때, 열정맨들만 강요하는 사회로부터 잠시 벗어나고 싶을 때 이 유쾌한 B급영화가 건네는 위로 한마디 듣고 가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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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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