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네더 [공연]

글 입력 2017.09.02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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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 현실을 지워버린 곳
연극 <네더>



작품설명 
 
가상현실과 실제 삶의 관계에 대해 예리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
가상세계의 범죄는 어떤 윤리적 근거로 처벌이 가능할까? 상상과 예술의 자유가 허용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현실 윤리를 앞세운 가상세계의 ‘검열’은 과연 타당할까? 여전히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대한민국, 위정자의 검열 논리와 가상세계의 검열 논리는 과연 무엇이, 얼만큼 다를 수 있을까?
모바일, 인터넷이 그랬듯 가상현실 기술 또한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우리 삶을 급격하게 바꿔놓을 것이다. <네더>는 가상세계의 윤리관 정립이 시급함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상상과 현실의 공간을 거침없이 넘나드는 범죄 수사극
<네더>는 수사극의 형식을 빌어 사건에 연관된 인물들의 갈등을 가장 좁은 공간에서 생생한 대사로 구축해 낸다. 그리고 그들의 언어를 통해 상상의 공간을 무대로 불러낸다. 무대 위에 재현된 가상공간을 통해 우리는, 그간 생각없이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가치와 윤리에 대해 부지불식간에 재검토하게 된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 이루어져서는 안되는 사랑이야기
<네더>의 세계는 완벽한 감각몰입을 제공하는 새로운 가상세계다. 사람들은 현실에서 얻기 힘든 것들을 이곳에서 찾는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들의 가슴 가장 밑바닥에 자리하는 욕망은 ‘진정성 있는 관계’에의 간절함이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기본적인 관계의 충족도가 네더로 넘어가느냐 현실에 남느냐의 관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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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모리스 형사는 심즈를 심문한다. 가상세계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 하지만 심즈는 자신의 정신병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상공간에서만큼은 자신을 자유롭게 풀어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 자유란 소아성애와 살육. 그리고 그곳을 아지트, 지상낙원으로 운영한다. 모리스는 그 가상세계가 현실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또 현재 사회가 대부분 가상세계에서 생활을 하기 때문에 그 곳의 범죄도 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리스가 또 찾는 것은 아지트 속, 섹스하고 또 살해당하는 어린 소년,소녀들. 그 중 파파(아지트 속 심즈의 명칭)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리스 이용자를 찾는다. 아지트의 오랜 이용자인 중년 남성 도일을 취조한다. 

아지트에선 파파가 아이들을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데, 파파는 아이리스라는 사랑한다. 아이리스도 파파를 맹목적으로 따른다. 청년 우드넛이라는 이용자가 들어온다. 우드넛은 아이리스를 사랑하고, 꽃다발을 선물한다. 하지만 우드넛은 아이리스에게 파파가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다. 왜 이 얘기를 하는 걸까.

모리스는 도일이 아이리스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첫사랑이니까. 그래서 가상세계로 온전히 넘어가는 것을 말린다. 도일은 충격을 먹지만 마지막으로 파파에게 매달린다. 하지만 거부당하고, 충격먹고 자살을 한다. 모리스는 이를 심즈에게 알리면서 결국 아지트 문을 닫게, 범죄의 벌을 받을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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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만 주인공인 날을 갖고 싶어.

도일은 아이리스로써 살아가기를 결심한다. 현재의 삶, 아내와 대학생 딸, 중학교 과학 교사 등을 버리고 가상세계 '네더'로 가기로 준비한다. 왜 그 남성이 천진난만한 어린 소녀로써 살아가기를 바란 것일까. '나만 주인공인 날을 갖고 싶어요.' 자신의 생일파티를 파파에게 바랬다. 이 대사는 곧 현재 육체가 지닌 삶에서는 '내가 주인공인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자신이 주인공으로 살 수 있는 곳, 진실되게 자신을 표현하고 천진난만하게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자신의 육체적 삶을 포기한다.

어떤 점이 도일이 아이리스가 온전히 되고 싶었던 것일까. 중년 남성으로써의 삶이 고달프고 의미가 없는 것도 배경이지만, 아이리스가 되려던 가장 큰 이유는 아지트 속 캐릭터이지 않을까. 물론 파파가 원하는 이미지에 맞춰진 캐릭터이지만 도일에겐 그 모습이 전부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애정을 받고, 살해당하고, 또 섹스를 하고. 자신을 가장 먼저로 챙겨주는 '파파'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받고 싶었을 것이다. 온전하게. 자신을 주인공으로 받아줄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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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네더 

심즈는 자신에게 정신병이 있다는 것을 안다. 소아성애와 살해하고 싶은 욕구. 하지만 자신은 이성으로 조절을 한다. 하지만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본능이기 때문에.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이상향, 가상세계 속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든다. 어린 소년, 소녀들을 모으고 섹스를 하고, 도끼로 찔러 죽이고, 가상이니 언제든 살아날 수 있는 아이들. 기괴한 곳이다. 시간이 멈춰있는 곳. 푸르른 나무와 언제나 아름다운 음악이 나오는 넓은 궁전. 가상세계는 그런 곳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익명성을 빌어서 할 수 있는 곳.  가상 세계면 어떤 곳이든 어떤 행위든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된다. 심각한 악영향을. 범법 행위라면, 인간 윤리에 반하는 행위가 현실에 영향을 끼친다면 이는 규제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그런 행위들은 동조가 쉽게 되고, 자신의 본능을 마음껏 꺼내기 때문에 조절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현실에도 있지 않은가. 소라넷이나 일베같은 사이트가. 가상이라는 곳이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되, 자기 자신만 누리고 남에게 알리지 않았으면 이렇게까지 범죄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자유는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그 위험성을 알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말 것' '필요 이상으로 친해지지 말 것' 두 가지 규칙이 있는 것이다. 물론 지켜지기는 힘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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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현실

모리스의 아버지는 그림자셨다. 현실을 살지 않고 가상세계에서만 사는 그림자. 하지만 육체와 실제 혈육은 현실에 있다. 가상이 아니다. 현실은 사이버로 만들어진 그래픽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가상이 아무리 실제보다 더 실제처럼 오감을 느낄 수 있다해도 실체는 아니다. 어떤 감각도 실제를 이길 수는 없다. 우리가 사는 현실을 인식하고 살아야 한다. 

우리는 인터넷이 발달되고, 특히 최근 SNS가 일상이 되면서 현실이 많이 바뀌었다. 현재를 살면서 가상을 참고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의 일들이 현실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SNS에 올리기 좋은 장소, 행동 등의 사진과 글이면 현실의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미 우리는 네더를 향해 가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 갓건배 살해 협박하러 가는 것도 온라인상의 일이 현실로 행동을 불러 일으켰다. 훨씬 더 커지는 추세이다. 주객전도이다. 포토샵한 사진이 마치 내 얼굴이 된 것처럼. 증강현실도 이미 이루어졌고, 우리의 꿈, 미래가 멀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더 필요하다. 현실세계의 윤리 규제가 가상세계에서도 필요한 것인지. 가상세계가 이미 우리의 현실로 온 이상, 가상이 생기게 된 배경 이외의 행위에선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범죄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록 가상세계 탄생배경 의미가 퇴색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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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타. 편견.

여담으로 덧붙여서. 우리는 고정관념이 있다. 아저씨는 아저씨로. 여자는 여자로. 하지만 가상세계의 모습이 정반대인 것은 또 다른 반전이며 충격이었다. 보면서 여자 형사 모리스가 남자인 청년 우드넛인 것은 알고 있었으나, 중년 남성 도일이 천진난만한 소녀의 모습일 것이라곤 상상을 못했다. 그래서 충격이었다. 각자 내면에는 어떤 성격이 있는지, 어떤 본성이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를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가둬서는 안된다. 아저씨 안에 작고 어린 소녀가 있을지 누가 아는가. 성별도, 나이도 쉽게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랑의 힘이 얼마나 크길래. 아이리스를 사랑한 우드넛은, 현실세계에서도 도와주려고 노력한다. 실체를 알고서도 사랑한다. '도대체 내게 왜이러는 거야?!' '당신은 내 첫사랑이니까요'. 하지만 심즈는 도일의 정체를 듣고 거부한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항상 같은 이미지인 아이리스를 사랑했으니까. 

마지막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아이리스처럼 행동하는 도일의 모습. 정말 낯설고, 똑같은 행동을 해도 어떤 부분에선 웃음이 나기도 했다. 우리는 그만큼 외적인 이미지에 많은 영향을 받고 그렇게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내면에는 순수한 아이리스가 있는데. 성별부터 나이까지 우리의 편견을 인식해야 한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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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연극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부터 대사, 또 무대 디자인, 연출 등 모든 것이 잘 조화가 이루어져 있었다. 극 안의 극 액자 식으로. 현실의 모습과 가상세계, 네더 속의 모습이 번갈아가면서 나왔다. 하지만 산만하지는 않았다. 이해를 더욱 더 높여주었다.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라면, 인터넷을 사용하고 가상세계에서의 자신의 모습이 있다면,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네더에 끌려다니기 전에, 휩쓸려서 나를 잃기 전에 먼저 생각을 해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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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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