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상 세계 속 윤리, 연극 '네더'

글 입력 2017.08.2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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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더_포스터_도일.jpg
 


#시놉시스

무대 위는 가까운 미래,
인터넷 다음 세상의 어디.
사용자들은 로그인을 통해 ‘네더’로 들어가고
또 다른 자신을 창조해
원하는 욕망을 마음껏 누린다. .

이런 세상에서 형사 모리스는,
소아성애나 살인과 같은
극단적 환상을 만끽하도록 유도하면서
수익을 내는, ‘은신처’의 존재를 파악하고자
소유주인 심즈를 심문한다.

‘파파'라는 아이디를 쓰는 심즈는
19세기의 풍속과 취향을 현실보다
더욱 현실처럼 설정한 뒤,
가장 은밀한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인물.

모리스는 그 공간의 불법성을 감지,
심즈의 범죄를 추적해 들어가지만…






#리뷰


‘네더’를 봤다. 함께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 활동 중인 친구도 우연치 않게 같은 날 네더 문화초대를 받았다. 지난 2년하고도 반년, 햇수로는 3년이 된, 보는 것을 참 좋아하는 사람 네 명이서 극을 함께 보고 왔다. 우리는 극장에서 나와 맥주를 마시며 네더를 보고 난 후의 생각을 조금씩 나누었다.

“우리는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어디에든 윤리가 필요하다. 윤리가 없는 공간, 시간이란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가상 세계 역시 마찬가지.”

프리뷰에 이미 적어둔, 떠오르는 소설이 있었다. 윤이형 작가의 단편소설, ‘이스투아 공원에서의 점심’. 가상 세계를 다룬 많은 작품 속에, 이미 가상 세계 속 윤리에 대한 걱정이 많이 담겨있다. 많은 작품 속 비춰지는 가상 세계, 그 곳에서는 누군가가 죽어도 문제가 없고, 오히려 어떤 고통 없이 죽음을 맞이한 후 얼마 안가 부활하곤 한다. 죽이는 사람은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가 없고, 죽는 사람 역시 그것에 대한 공포를 느끼지 못한다. 한편 상대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구분할 수 없고, 평면적으로 무언가를 받아들이는데 익숙하게 된다. 이 익숙함은 욕망의 표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 것은 윤리의 부재에서부터 비롯된다. 하지만 아무리 가상세계라고 해도 윤리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만약 그것을 허용한다고 치자. 가상세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이 현실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존재하는가? 더 나아가서, 현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현실과 가상에 존재하는 ‘존재들’이 동일 인물일 경우, 정말 아무런 윤리 의식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한 치의 망설임과 오차도 없이? 윤리의 범주를 벗어났다고 치자-라는 말부터가 모순되는 지점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어디서든 윤리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 결국에는 표출되는 곳만 다를 뿐, 피해자는 어디서든 존재하기 마련이다. 자유라는 말로 그 것을 덮을 순 없다.

난 그래서 이 연극이 나쁘지 않은 반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적기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몇 자 적자면 결말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들이 결국 진심이었든, 진심이 아니었든, 너무 애매하게 맺은 것은 누군가에게는 허락이고 동조가, 더 나아가 결국에는 범법행위로 판결난 것에 대한 미화가 될 수도 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는 결말이었다. 하지만 연극이 가끔 이런 식으로 끝날 때면, 과연 해석의 다양성이 열린 결말은 과연 윤리를 다룬 극이었을 때, 좋은 결말이라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이번은 그 고민에 대한 답으로 NO를 내렸다. 하지만 가상 세계와 현실에 대해, 그리고 윤리에 대해 우리가 또 다시 고민하게 만든 점은 이 연극이 나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은 이유다.

가상 세계에서 더 나아가, 우리는 이런 생각에도 이르렀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연극, 보고 있는 영화, 즐기고 있는 모든 것들, 예를 들어 게임과 같은 것들은 과연 이와 다른 것일까? 그 것 역시 가상이고, 우리가 직접적으로만 체험할 수 없을 뿐. 사람의 욕망을 표출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구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작품설명


가상현실과 실제 삶의 관계에 대해 예리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
가상세계의 범죄는 어떤 윤리적 근거로 처벌이 가능할까? 상상과 예술의 자유가 허용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현실 윤리를 앞세운 가상세계의 ‘검열’은 과연 타당할까? 여전히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대한민국, 위정자의 검열 논리와 가상세계의 검열 논리는 과연 무엇이, 얼만큼 다를 수 있을까?
모바일, 인터넷이 그랬듯 가상현실 기술 또한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우리 삶을 급격하게 바꿔놓을 것이다. <네더>는 가상세계의 윤리관 정립이 시급함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상상과 현실의 공간을 거침없이 넘나드는 범죄 수사극
<네더>는 수사극의 형식을 빌어 사건에 연관된 인물들의 갈등을 가장 좁은 공간에서 생생한 대사로 구축해 낸다. 그리고 그들의 언어를 통해 상상의 공간을 무대로 불러낸다. 무대 위에 재현된 가상공간을 통해 우리는, 그간 생각없이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가치와 윤리에 대해 부지불식간에 재검토하게 된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 이루어져서는 안되는 사랑이야기
<네더>의 세계는 완벽한 감각몰입을 제공하는 새로운 가상세계다. 사람들은 현실에서 얻기 힘든 것들을 이곳에서 찾는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들의 가슴 가장 밑바닥에 자리하는 욕망은 ‘진정성 있는 관계’에의 간절함이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기본적인 관계의 충족도가 네더로 넘어가느냐 현실에 남느냐의 관건이 된다.


네더_도일_모리스_.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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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개요

ㅇ 공연기간 : 2017. 8. 24(목)~ 9. 3(일)
평일 8시 / 토, 일 4시
ㅇ 공연장소 : 동양예술극장 3관

ㅇ 러닝타임 : 90분
ㅇ 제작 : 극단 적
ㅇ 기획 : K아트플래닛
ㅇ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 서울문화재단,
서울시 종로구, BC카드,예술경영지원센터

ㅇ 관람연령 : 15세 이상

ㅇ 티    켓 : 전석 30,000원
(청소년,청년30%, 문화의 날 20%)
ㅇ 예매 : 인터파크티켓1544-1555
대학로티켓닷컴 1599-7838
Yes24, 네이버예약

ㅇ 문의 : 02-742-7563  / k_artpla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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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jpg


 본 리뷰는 아트인사이트 문화초대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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