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 때론 사진처럼, 때론 그림처럼

글 입력 2017.07.30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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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 전시를 보고 나서 보그 잡지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다. 그 동안 보그 잡지라고 하면 패션계의 리더, 유명 브랜드의 옷만 볼 수 있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작가들과 모델들의 이야기 그리고 사진 속에 담긴 그들만의 철학을 볼 수 있었다. 잡지에 올라간 사진 하나하나 모두 하나의 완벽한 작품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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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초상화

 인물을 중점으로 찍은 사진들을 보며 ‘사진과 명화 이야기’라는 컨셉을 함께 생각해 보았다. 몇몇 작품들은 실제 명화와 비슷하게 찍혀있었지만 대부분 명화의 오마주를 이용했거나 혹은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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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음으로 사진 촬영 가능합니다)


 초상화 섹션답게 모델을 중심으로 사진을 찍은 작품들을 볼 수 있었는데 이는 사진 촬영기법 보다는 모델만이 갖고 있는 표정, 시선, 분위기 등을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사진을 똑같이 따라 찍는다고 했을 때 우리는 빛과 조명 그리고 포토샵을 활용하여 비슷하게 흉내 낼 수 있지만 사진 속의 모델들이 갖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와 눈빛은 우리가 따로 만들 수도 없고 따라 할 수도 없다. 그렇기에 각자의 매력을 갖고 있는 모델들이 초상화 파트에 출연하였고 얼굴 중심으로 퍼진 빛을 통해 그들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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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화는 명화 나름대로의 매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사진도 사진만의 매력이 있다. 이 두 매력을 합친 듯한 보그 초상화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여기서 가장 놀랐던 점은 40~50년대에 찍은 초상화임에도 여전히 빛이 난다는 것이었다. 색감이 예쁜 사진보다는 흑백이, 옛 분위기를 풍기는 초상화가 더 눈에 끌렸다.



Part 2. 정물화
 
 정물화 파트는 정말 어느 것이 그림이고 어느 것이 사진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유명 보그 사진작가들은 사진을 공부하기 전 회화를 공부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회화를 통해 채워지지 않는 작품의 갈망을 사진을 통해 해소하고자 했다. 그림을 공부한 경험 때문일까? 정물화 사진들은 유독 입체감이 덜했다. 게다가 닉 나이트는 번거롭지만 색다른 인화방법을 택하여 마치 꽃이 흘러내리는 듯한 사진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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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세히 보아야만 이 작품이 사진이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정물화 파트. 미술로 통해서 얻을 수 없었던 생생함을 작가들은 실물을 촬영하고 이를 수정하면서 새로운 작품장르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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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로코코

 ‘로코코’ 라는 단어가 다소 생소할 수 있다. 나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로코코는 고급스러운 느낌과 영원한 젊음, 사랑을 주로 다루고 있는 패션 양식을 뜻한다. 로코코 양식의 명화를 보면 하얀색 분을 가득 덮어쓴 얼굴과 생기를 뜻하는 붉은색 홍조가 볼에 피어있다. 그리고 고급스러운 장소에서 지위가 높아 보이는 귀족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Cecil Beaton_Charles James gowns French & Company, 1948_ⓒ Conde Nast Archive.jpg
 

 로코코 양식을 현대로 옮겨 놓은 듯 사진 또한 고급스러운 의상을 입은 모델들이 고상한 포즈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영원한 젊음을 상징하는 붉은색 홍조와 호화스러운 분위기의 배경이 눈을 사로잡았다.



Part 4. 풍경화

 이번 보그 전시의 홍보면 앞장을 장식했던 ‘오필리아’ 작품이 유명한 풍경화 파트에서는 풍경뿐만 아니라 모델들의 자연스러운 연출도 확인할 수 있었던 파트였다. 뉴질랜드의 자연 속에서 마치 산책을 나온 듯한 두 여인의 평화로운 모습, 인도의 한 버려진 궁전의 한 나선형 계단 위에서 긴 치마를 내려놓은 모습 등 배경과 인물의 조화가 돋보인 작품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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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Lindbergh_One Enchanted Evening, Taormina, Sicily, 2012_ⓒ Peter Lindbergh Studio, Paris & Gagosian Gallery.jpg
 

 풍경화 파트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분위기와 사진 구도였던 것 같다. 한 예시로 인도의 한 버려진 궁전에서 찍은 사진 같은 경우 굉장히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내뿜지만 사실은 이러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사진작가가 세심한 작업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또한 실제 존재하지 않은 배경, 즉 그림을 통해 만든 배경에다 모델을 배치하여 색다른 구도를 만든 사진 작품도 있었는데 이는 보그 풍경화만이 가진 특색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Tim Walker_Lily Cole on Spiral Staircase, Whadwan, Gujarat, India, 2005_ⓒ Tim Walker.jpg
 


Part 5. 아방가르드에서 팝아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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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적으로 그린 그림을 사진 작품으로 해석한다면 어떻게 찍을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답을 하듯 마지막 파트에서는 선만 있는 현대작품이더라도 사진의 매력을 이용하여 새로운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아방가르드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어도 사진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들은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남겨주었다. 초상화 파트에서 언급한 것처럼 여기에서도 50년 전의 작품들이 마치 현대에 찍힌 작품처럼 보였고 그 시대의 유행, 분위기를 캐치할 수 있었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마지막 파트의 작품들을 보며 낯설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한국특별전

 보그 전시를 다 본 다음에 사진 존으로 넘어가기 전 한국 특별 보그 전시전이 하나 있다. 자칫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곳이어서 꼭 다 보고 집에 갈 수 있기를 바란다.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방송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었던 모델들을 볼 수 있으며 틸다 스윌튼과 송혜교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둘리와 합성된 사진 작품이었는데 둘리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이미지이기에 사진과 그림의 합쳐짐을 한국적으로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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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그 잡지는 서구적인 패션만을 얘기하지 않는다. 각 지역에 맞게, 문화에 맞게 차별화하여 사진을 찍고 콘텐츠를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꾸준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보그 전시회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사진작품과 해설을 같이 들으니 그 아름다움이 배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투여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 재능 그리고 운. 그리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성과물인 보그 잡지에 실린 사진 작품들. 사진과 명화에만 한정되지 않고 유명 사진작가들과 모델들의 이야기를 알 수 있어서 더 뜻깊었던 전시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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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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