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뮤지컬과 오페라의 멋진 조합, 오페라 vs. 뮤지컬

글 입력 2017.06.3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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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와 오페라가 모티브가 되어 만들어진 뮤지컬의 공연은 신선한 형식의 공연이었다. 순서는 오페라 먼저 그 다음 2막에서 뮤지컬 넘버가 공연되었다. 같은 내용이지만 시대에 따라, 공간에 따라 그리고 해석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 오페라와 뮤지컬 음악을 한 자리에서 모두 들을 수 있어 새로웠다. 오페라와 뮤지컬 음악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이 두 장르의 차이도 확연히 들어났는데 서로 다른 점을 찾아나가는 것도 하나의 묘미였다.



1. 라보엠 vs. 렌트

 오페라 ‘라보엠’은 푸치니의 명작 중 하나로 “미미!” 라는 대사와 함께 유명해진 오페라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날 일어난 가난한 예술가들의 사랑 이야기로 비극적으로 끝을 맺지만 낭만적이고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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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공연에서는 주인공인 시인 로돌포가 먼저 ‘그대의 찬 손’을 부르며 시작되었다. 미미가 불을 빌리러 로돌포 집에 잠시 들렸는데 갑자기 바람이 불어 미미의 촛불과 방 안의 촛불이 모두 꺼지게 된다. 둘이 함께 미미가 떨어트린 집 열쇠를 찾다 로돌포의 손이 미미의 손과 닿는데 이때 부르는 노래가 바로 ‘그대의 찬 손’이다. 미미는 로돌포 노래의 답례로 ‘내 이름은 미미’를 부르며 자신을 소개한다. 이렇게 해서 그 둘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라보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그대의 찬 손’과 ‘내 이름은 미미’를 들으며 낭만적이고 따뜻한 감점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나온 ‘안녕, 달콤한 아침이여’에는 로돌포의 친구 화가인 마르첼로와 마르첼로의 여인 무세타도 함께 나온다. 로돌포와 미미, 마르첼로와 무세타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얘기하는 노래인데 아름다운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를 기점으로 로돌포와 미미, 마르첼로와 무세타는 이별하게 된다.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되었음에도 오페라 가수들 모두 연기를 하며 감정을 전달했다. 공연장이 작아서 더 선명하게 노래가 들렸고 그들의 감정 또한 그대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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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렌트'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라는 라보엠의 모티브를 갖고 와 1990년대의 미국 뉴욕 환경에 맞췄다. 집세를 내지 못해 길거리에 앉게 될 처지에 놓인 가난한 뉴욕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로 이루어져있다. 렌트 뮤지컬 넘버는 이번에 처음 들어봤는데 Mtv 스러운 시끄럽고 일렉기타 소리가 많은 음악이 들려 처음에는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그러나 그 다음 대표 넘버인 ‘Seasons of Love'를 듣고 ’아! 이 노래가 여기서 나왔구나‘라는 것을 깨달으며 뮤지컬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뮤지컬 공연에서는 소품도 등장하고 배우들이 직접 연기도 하며 핀마이크를 차고 노래를 불렀다. 피아노 반주와 마이크 없이 정적으로 노래 불렀던 오페라 공연과는 달랐다.



2. 나비부인 vs. 미스싸이공

 오페라 ‘나비부인’ 역시 푸치니의 대표작 중 하나로 일본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미션임파스블에서 오페라 ‘토스카’의 장면이 등장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토스카’ 또한 푸치니가 만든 오페라인데 그 작품에서는 중국이 배경이었고 ‘나비부인’은 일본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MC를 맡은 분은 다문화 작곡가라는 농담을 던졌는데 정말 유럽과 먼 나라인 아시아와 연관 지어서 작곡한 오페라 작곡가는 푸치니 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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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부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아리아는 바로 ‘어떤 갠 날’이었다. 처음 불렀던 아리아였는데 감정과 노래의 진동이 그대로 와 닿았다. 나비부인은 미군 핀커톤과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도 생기게 되지만 핀커톤은 이내 그녀를 떠나고 만다. 3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나비부인은 아직도 핀커톤을 기다리고 있다. 그녀의 시녀가 나비부인에게 핀커톤이 돌아올 것 같지 않다는 암시를 주자 시녀를 꾸짖으며 그럴 리 없다며 ‘어떤 갠 날’을 부른다. 그때 당시 불타올랐던 사랑, 다 내주었던 믿음과 정을 다시 생각하며 부르는 그 아리아는 ‘나비부인’ 오페라에서 가장 돋보인다. 떠나던 핀커톤은 어떤 한 미국 여자와 결혼하게 되고 아이를 찾으러 일본으로 오게 되는데 나비부인은 결국 자결을 하고 아이를 남자에게 주는 비극적인 결말을 맺는다.

 뮤지컬 ‘미스사이공’ 역시 ‘나비부인’ 이야기와 비슷하다. 다만 이 뮤지컬의 시작은 리메이크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1985년 영국 신문에 실린 흑백 사진, 무표정하나 슬픔이 가득 담긴 눈으로 아들을 떠나보내는 베트남 여인과 그녀와 떨어지기 싫어 울고 있는 그녀의 아들. 월남전이 끝난 지 10년이 넘었으나 그 상흔은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 라는 문구는 바로 ‘나비부인’과 연결되어 작품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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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전쟁 때 만난 한 베트남 여인 킴과 미군 크리스는 그곳에서 결혼하게 되지만 미군이 철수하게 되면서 크리스 홀로 미국으로 돌아간다. 킴은 홀로 아들을 키우며 갖은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크리스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데 크리스는 킴이 사망한 줄 알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 아이라도 살기 좋은 미국에 보내고 싶어 했던 킴은 크리스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먹고 자살하게 된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좋았던 넘버는 바로 ‘Sun and Moon'이었는데 비극적인 결말을 알지 못한 채 서로 사랑에 빠져 불렀던 낭만적인 노래가 좋았다. 또한 ’Why god why' 이 넘버 또한 크리스가 담담하지만 감정을 실으며 불렀던 노래로 굉장히 서정적이었다. 이 뮤지컬은 베트남인들을 악으로, 미군을 선으로 만들어 백인우월주의라는 논란에 휩싸였던 작품으로 비판받기도 했지만 넘버들은 다 좋았다.



3. 로미오와 줄리엣 vs.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너무나 잘 알려진 낭만적인 클래식 이야기이다. 캐플렛 가문과 몬터규 가문의 다툼 그리고 앙숙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서로 사랑에 빠진 로미오와 줄리엣.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는 워낙 유명해서 많은 작곡가들이 작품으로 만들었으나 샤를 구노가 만든 ‘로미오와 줄리엣’을 능가하진 못했다. 앞에 나왔던 푸치니의 작품은 모두 이탈리아어로 쓰였다면 구노가 만든 이 작품에는 프랑스어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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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미오와 줄리엣’ 오페라에서는 두 곡만 공연되었는데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아리아는 ‘줄리엣의 왈츠송 (’꿈속에 살고 싶어’라고 불리기도 한다)‘이었다. 1막에 등장하는 아리아로 부모님이 젊고 잘생기고 집안도 좋은 파리스 백작에게 시집가라고 강요하자 줄리엣이 아직은 결혼하지 않고 좀 더 꿈꾸고 싶다 라고 부르는 내용이다. 빠른 왈츠풍으로 진행되는 이 노래는 아직 채 열네살이 되지도 않은 줄리엣의 심정을 대변해준다. 열네살이면 아직 코흘리개 중학생 같은데 이런 아이보고 결혼을 하라고 하니 줄리엣 마음도 싱숭생숭 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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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미오와 줄리엣’은 뮤지컬로 재해석되어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1950년대 뉴욕 웨스트사이드에서 벌어진 이탈리아계 백인 갱단 제트파와 푸에르토코리코 이민자 갱단 샤크파의 다툼, 마리아와 토니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아메리칸 드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공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노래는 토니가 부르는 ‘Maria' ’America', ‘Tonight'이 될 것 같다. 뮤지컬로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낭만적인 로미오의 역할인 토니는 감정적으로 마리아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를 회상한다. ’America'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정착했지만 결국 빈민층에서 떠도는 상황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인과 이민자들의 대립, 그리고 무너진 희망, 불안정한 미래를 대변하는 이 노래는 지금에 이르러서도 별반 다른 것 같지 않다. 그리고 ‘Tonight'은 마리아와 토니의 사랑 세레나데로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중 하이라이트 부분을 맡았다. 특히 여기에서 등장하는 마리아와 토니는 오페라 파트를 공연했던 테너와 소프라노 가수가 나와서 공연했는데 풍부한 성량과 감미로운 음악으로 좋은 음악을 만들어냈다.



4. 리골레토 vs. 스위니 토드

 베르디의 명작 중 하나인 ‘리골레토’‘여자의 마음’ 노래로 유명하다. 리골레토는 만토바 공작의 광대로 등이 휜 장애를 갖고 있다. 이 젊은 만토바 공작은 굉장히 바람둥인데다가 약한 자를 희롱하고 괴롭히는 것을 즐긴다. 리골레토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딸을 자신의 집에 숨겨 공작의 바람기에 넘어가지 않게 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내 학생으로 변장한 공작은 리골레토의 딸 질다를 발견하고 그녀를 유혹한다. 유혹에 넘어간 질다는 ‘그리운 이름이여’를 부르는데 이번 공연에서 이 아리아가 등장했다. 높은 고음에 아름다운 기교, 과연 ‘리골레토’의 대표 아리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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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다는 젊은 공작이 바람둥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너무나도 사랑하여 공작 대신 죽임을 당한다. 그 살인은 바로 리골레토가 계획했던 것으로 자신의 딸이 죽어있자 자신도 슬픔에 휩싸여 죽게 된다. 복수는 자신의 파멸 또한 부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오페라 ‘리골레토’에는 바리톤의 리골레토의 깊고 낮은 음이 가장 돋보였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 또한 ‘리골레토’의 모티브를 따왔다. 스위니 토드는 사실 가명이고 원래 이름은 벤자민 바커로, 탐욕스러운 판사로 인해 오명을 씌고 감옥에 가게 되었다. 그 사이에 그의 아내 루시는 판사에게 겁탈을 당하고, 그들의 딸 조안나는 아무 것도 모른 채 판사의 집에서 크게 된다. 복수를 위해 다시 돌아온 벤자민 바커는 미세스 러벳의 도움으로 이발소를 다시 차리고, 자신을 알아본 사람을 처리하다 죽이게 된 그는 미세스 러벳과 파트너를 맺어 시체를 파이재료로 쓰게 된다. 드디어 판사를 죽일 수 있게 된 순간 자신의 앞길을 막는 미친 여자를 죽이게 되고, 판사를 죽이는데에 성공하지만 자신이 아까 죽였던 미친 여자가 자신의 아내임을 알게 된다. 자신을 속였던 미세스 러벳을 다시 죽이고 스위니 토드를 살인자로 생각한 어린 사내 하인이 그를 살해하며 비극적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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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공연에서는 ‘Epiphany' 라는 곡이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다. 오싹한 멜로디에 자신의 생각, 흔들리는 감정 모두 다 넣은 이 곡은 스위니 토드의 내면을 보여준다. 양심의 가책을 잊고 사람들을 죽이고 비인간적으로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무섭기까지 하다.





 뮤지컬과 오페라는 서로 다른 것 같지만 실은 서로 많이 닮았다. 공연의 형태, 음악의 장르가 다를 뿐 서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같다. 이번 공연은 작은 공연장에서 진행되어 더 깊이 공연에 푹 빠질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그러나 MC가 아리아나 넘버를 소개할 때 어떤 상황에서 이 노래가 나오는지 설명을 해주었다면 더 이해가 잘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오페라 아리아는 이탈리아어나 프랑스어이기 때문에 가사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해석과 함께 보여주었다면 관객들이 더 그 노래를 이해하고 호응해주었을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공연은 좋았고 앞으로 더 이런 공연들이 설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김민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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