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매력적인 흑백 영화의 세계 [시각예술]

흑백은 흑백만이 가진 힘이 있다.
글 입력 2017.03.26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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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러필름이 등장하기 전까지 모든 영화는 흑백이었다. 흑백 필름으로 만든 영화는 콘트라스트와 그림자가 강조되어 강렬한 색채보다도 더욱 단호하고 강렬한 느낌을 준다. 때에 따라서는 영화 그 자체의 분위기를 잘 살려낼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오늘날 흑백 필름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 과거에 벌어졌던 일들을 흑백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최근의 흑백 영화는 <동주>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 내내 흑백 화면으로 상영되어 옛 것의 느낌과 전반적으로 어둑어둑한 분위기를 잘 살려낸 작품이다. 흑과 백의 대비, 명암만으로도 쓸쓸함과 서글픔이 전해져오면서 더욱 와 닿았다는 평도 많았다.

 한편, 시대를 막론하고 ‘흑백’의 장점을 잘 살려 이용한 걸작들은 재상영이 되기도 한다. 고전 영화는 그것이 가지는 특유의 분위기와 감성이 있다. 영화의 컬러 영상미나 배경보다는 인물들의 심리와 스토리 라인에 집중해서 보게 된다. 주제 의식도 좀 더 명료하게 드러나는 편이다. 흑백이 가지는 매력이 있어서일까? 필자는 시대를 막론하여, 흑백 영화의 매력이 잘 담겨있는 유명작들을 추천해보고자 한다.



1. 알프레드 히치콕, <싸이코> (Psycho, 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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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싸이코>는 스릴러 서스펜스의 교과서라고 불릴 정도로 흥행을 거둔 영화이다. 워낙 유명해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봤을 테지만, 그만큼 더욱 회자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추천한다. 현대의 공포 스릴러 영화들은 다양한 장치들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만 사실 원초적인 ‘어둠’은 그 무엇보다도 공포감을 자아내는 요소이다. 그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내는 데는 흑백이 단연 최고일 것이다. 화면의 색감만으로 공포를 조성하고, 게다가 탄탄한 스토리 라인은 결코 ‘옛날’스럽지 않고 흥미롭다. 클래식한 공포를 느껴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2. 윌리엄 와일러, <로마의 휴일> (Roman Holiday,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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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색 영화가 등장하면서 흑백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색채감은 컬러 필름 못지않다. 만약 유색영화로 재개봉 한다 할지라도 필자는 흑백영화로 되돌려 볼 것이다. 로마의 곳곳을 흑과 백의 두 색감으로도 낭만적으로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가 보여주었다. 앤 공주와 브래들리의 만남, 그리고 둘의 교감은 흑백 화면 속에서 더욱 애절해 보이기까지 하다. 다른 색채에서 느낄 수 없는 흑백의 정서가 그들의 교감을 더욱 집중하게 만들었다. 우리의 기억 속에 있는 흑백 사진 속 오드리 햅번을 영상으로도 만나 보는건 어떨까. 정말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울 것이다.



3. 노아 바움백, <프란시스 하> (Frances Ha,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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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직업이요? 설명하기 힘들어요.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있긴 한데
진짜로 하고 있진 않거든요.”

“뉴욕에서 예술은 부자들만 하는 일이야.”


 추천작들 중 가장 최근의 작품이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왠지 우울한 청춘의 자화상’이다. 화려한 도시에서의 생활을 흑백 필름 속에 담아내어 먹고 살기 힘든 우리네 현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뉴욕에서 마주한 동시대 한국의 현실이 떠오르기도 하다. 계속해서 꿈꾸는 것이 이렇게 치열하고 고달픈 일이었을까? 화려하고 낭만이 가득 한 뉴욕과 파리를 오가는 생활이지만 오히려 차갑고 바쁜 회색 도시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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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흑백영화가 자아내는 감성과 매력을 꼭 느껴봤으면 한다. 배경보다는 오롯이 인물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미세한 감정 표현과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많은 콘텐츠들과 풍성한 표현 기법들로 우리를 사로잡는 영화들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고, 현대의 영상예술 역시 무궁무진하게 발전해나가고 있다. 누구나 더 다양하고 더 넓은 표현을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때로는, 이 당연한 흐름을 거꾸로 되돌아보는 것이 좋은 영감으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흑백은 흑백만이 가진 힘이 있기 때문이다.


[성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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