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태솔로'가 읽은 연애교과서 - ‘연애 ; 아무것도 아닌, 모든 것’ [문학]

글 입력 2017.03.20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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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데 왜 헤어졌을까. ‘무지(無知)’ 탓이다. 연애에 조금만이라도 더 능숙했더라면, 예고 없이 맞닥뜨린 연애의 난관들에 그렇게 맥없이 무너져 내리는 일은 없었을 게 분명하다. 단 한번이라도 겪어본 적 있는 일이었다면 사랑하는데 이별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 본문, 「Prologue」 중


  연애에 무지함이 죄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최소 무기징역. 사형이라 말하지 않는 것은 주위에서 들은 연애 경험과 어쭙잖게 주워들은 연애와 관련한 글이나 말들 덕에 생겨난 알량한 자존심이다. 무기징역 살아야하는 ‘모태솔로’가 읽은 연애 교과서를 소개한다.


 
1. 사랑하는 데 왜 헤어졌을까.
 
 연애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많은 고민에 부딪힌다. 당장 주위만 둘러보더라도 천차만별. 어떤 사람들은 상대가 너무 답답해서, 어떤 사람들은 상대가 너무 능숙해서. 어떤 사람들은 애인이 집착해서, 어떤 사람들은 애인이 너무 쿨해서. 어떤 사람들은 연인과 금전적인 문제로, 어떤 사람들은 연인과 성적인 문제로. 고민을 하고 다툼을 하고 관계를 더 다지거나, 마치거나를 선택한다. 인생의 한 순간,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과 함께하기가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나와 가장 가깝다는 것 자체로 나의 모든 것에 그 사람이 결부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심한 경우, 기존에 있던 내 인간관계를 정리해야하는 경우까지 생기는 걸 보면 연인과 맞춰나가는 과정은 내가 포기해야할 부분과 상대를 설득해야하는 부분이 생겨나는 과정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그것을 선택함에 있어 누구도 답을 내려주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책은 연애를 하는 동안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솔직하고 간결하게 표현해준다. 데이트 비용은 누가 내는 게 맞는 걸까? 비공개 연애는 나쁜 걸까? 애인의 과거는 어디까지 아는 게 좋을까? 어떤 거짓말이 용서받을 수 있을까? 등 개인적인 관계기에 너무도 시시콜콜했던 문제들에 관한 주관적인 답변은 솔직하고 간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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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금은 연애시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각이지만 사회적 분위기나, 우리 세대의 분위기는 또 다르다. 유독 실패나 도전을 두려워하고, 안정이나 평화를 추구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이런 분위기는 가장 개인적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책은 그에 관한 언급도 하고 있다.

소개팅에 나가 여자와 복잡한 탐색전을 벌이고 그녀의 기분을 맞춰주기엔 일주일에 이틀, 꿀맛 같은 휴일이 그저 너무 아깝다.
- 본문, 45p
 
즐거움의 농도는 그 어느 곳보다 짙지만, 체류가 불가하다. 그게 바로 ‘테마파크남’이 지닌 의미이다.(중략) 이들은 공통적으로 철저한 ‘얕음’을 지향한다.
- 본문, 52-53p
 
성적 취향과는 무관하게 심적으로 동성과 비슷한 이성을 찾는 묘한 상황이 발생한 것. ‘정서적 게이’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그런 이성과 함께 있으면 편하고 행복하다. 내가 행복하면 여유가 생기고, 여유가 생기니 상대를 더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 본문, 54-55p
   
 주관적 생각이 반영되는 에세이의 특성상, 많은 발언들이 남성의 입장, 30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사실이다. 동시에 요즘의 연애 변화양상을 짚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30대들만 그럴까? 편안함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 20대 역시 내 주위에 많이 있다. 소개팅에 나가기엔 휴일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나 역시 동의한다. ‘적당히’ 바쁜 삶을 추구하는 나에게 요즘은 ‘지나치게’ 바쁘다. 25살의 나이 한 해를 ‘연애하기는 힘들겠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괜한 생각이 아니다. 새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스트레스가 쌓여가는 지금, 나는 누군가를 알아갈 에너지를 더 이상 소모하고 싶지 않다. 나에게 위안을 주고, 힘을 줄 수 있는 상대가 필요하다. 나 역시 이미 ‘정서적 게이’에 가깝다.

 

3. 연애를 묻고, 관계를 배우다.

누군가를 비난할 수는 없다. 각자의 사랑은 각자의 방식이 있고, 그것은 자신이 떠안고 선택한 길이다. 그러니 연애, 그거 네 멋대로 해라.
- 본문, 106-107
 
 사람들은 모두,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다르다. 내가 봤을 때 맘에 안 드는 사람도 어딘가 에서는 관계를 맺고 있다. 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곳에서 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각자의 관계는 각자의 몫이며 순간의 선택은 개인이 하는 것이기에 그 책임 역시 오롯이 본인의 몫이다. 나는 이 에세이를 읽으며 그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지은이 역시 이렇게 얘기한다.
 
선택에는 항상 책임이 뒤따른다. 그러니 어렵다. 정답이 없으니 왠지 일생일대의 선택이 될 것만 같은 지금 이 순간에 좀처럼 확신이 생기질 않는다. 이미 마음의 답은 정했지만, 누군가에게 물어 동의를 구하는 일은 그 책임을 전가해 심적 부담을 덜어내고 싶은 것이다. 그런 ‘역할’을 해주고 싶다는 바람으로, 이 글들을 차근차근 써내려갔다.
- 본문, 「Epilogue」 중
 
  대학에 들어와 1,2학년은 그저 친구들과 노는 게 좋았다. 군대를 갔다 오니 3학년이 되었고, 어영부영 1년을 보냈더니 나는 25살이 되었다. ‘모태솔로’를 어딘가 모자란 사람으로 보기까지 하는 사회의 분위기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명 ‘연애’라는 관계를 통해 내가 배울 수 있을 많은 가치들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다. 많은 이들의 추천을 받은 책에 연애를 물었을 때, 책은 관계에 대해 답했다. 결국 나의 관계는 나의 책임이고, 나의 선택이다. 후에 내가 나의 사람을 만났을 때 지금 읽은 책을 떠올릴 수 있거나, 참고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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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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