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름다운 세 번째 제주도를 맞이하기 위해서 [문학]

글 입력 2017.03.19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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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살에 초등학교에서 수학여행으로 떠난, 그리고 15살에 가족들과 함께 렌트카를 타고 떠난 내 10대 시절 속에 제주도는 2번 존재했다.

  12살, 성산일출봉의 꼭대기에서 마치 지브리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바람을 가로지르며 산 아래까지 뛰어내려오던 그 날의 공기가 선명하게 기억나는 여행이었다. 또 어느 드라마의 촬영지로 알려진 섭지코지에서 비리지 않은 바다의 바람을 맡으며 이 장소가 나의 기억 속의 모습 그대로 보존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개발반대 서명을 하고 돌아섰다. 12살의 제주도는 행복이 끊길 시간이 허용되지 않았던 순간이었다.

  15살, 3년 뒤에 다시 찾아간 제주도는 혼란의 연속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내 기억속의 장면으로 영원히 지속되길 바랬던 섭지코지는 결국 기업으로 넘어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 잘 닦아진 산책로에 큰 건물이 들어선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물론 많은 돈을 부었기에 12살의 내가 보았던 모습보다는 훨씬 깨끗하고 편리한 공간이었지만, 내가 원하던 곳은 아니었다. 나에겐 그저 불쾌하고 불편한, 다시는 찾아가고 싶지 않은 장소였다.


  그 뒤로 SNS에 제주도 여행과 관련된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던 적은 있었지만, 15살 섭지코지를 방문했을 때 그 날의 커다란 실망감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나의 첫 번째 제주도의 추억이 너무도 강렬하기에 그 뒤로 다가올 실망감을 감당할 수 없다.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면서, SNS에서 발견한 제주도의 한 예쁜 일본카레 식당의 사진을 보면서, 나의 세 번째 제주도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매우 강하게 찾아왔다. 그저 실망감이 두려워 포기하기엔 아까운 장소라고, ‘제주도에서 꼭 가봐야 할 곳 10개’에 속하는 장소가 아니라 적막한 카페에서 제주도의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찾아보고 싶다고. 그래서 난 이 책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지금껏 나에게 제주는 ‘그런 곳’이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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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사로잡는 표지. 일반적인 여행 가이드북과는 다르다는 것을 표지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제주도 토박이가 보는 제주는 과연 무슨 모습일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제주도의 구석구석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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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에 쓰인 분류 하나하나에도 제주라는 장소에 대한 지은이의 애정 어린 시선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올레길, 해녀, 흑돼지가 제주의 모습 전부일까? 이 책에는 솜반내, 논짓물, 조간대 등 우리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제주의 새로운 모습을 사진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얼핏 보면 글씨가 많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한 소제목 당 적힌 내용이 적고 옆에서 부모님이 책을 읽어주듯 쉬운 언어로 풀어주고 있어 어느 여행 가이드북보다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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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_ 추사 김정희와 제주에 얽힌 이야기, 아래_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해외여행만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제주도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은 책장에 하나쯤 꽂혀있어야 할 책이다. 물론 아무런 정보 없이 떠나 여러 상황들과 부딪히며 그 장소에 대해 알게 되는 과정도 소중하다. 하지만 분명 얼마나 알고 떠나느냐는 여행에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의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나의 세 번째 제주도 여행은 첫 번째와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답고도 찬란한 추억이 되었으면 한다.




토박이가 알려주는 진짜 제주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
저자 김형훈 | 나무발전소 | 2016.04.15
14,800원


문화리뷰단_ 박이슬


[박이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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