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이 아는 '제주'는 어떤 곳인가

글 입력 2017.03.19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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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는 '제주'는 어떤 곳인가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 김형훈 지음
 
 
 
나무발전소-제주 표지 평면.jpg
   
 
 2년 전 쯤, '제주도가 영화나 tv드라마 등 많은 콘텐츠의 배경이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당시 나의 결론은 이러했다.
 
"제주도는 젊은 사람들,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탈현실과 판타지를 꿈꿀 수 있는 장소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곳이다. 또한,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제주도는 신비로움과 판타지가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이국적이지만 이질적이지 않은 제주도의 묘한 매력은 시청자를 끌어당기고, 시청자가 가지고 있는 제주도에 대한 판타지를 드라마나 영화가 충족시키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이처럼 드라마나 영화로 유명해진 제주의 명소들은 국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고, 한류열풍을 이끌어 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닿았다. 이 때문에 제주촬영지의 인기 상승세는 현재 진행 중이지만 제주도에는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장소와 문화 콘텐츠 요소가 많다. 앞으로도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더 다양하고 아름다운 제주도의 자연과 독특한 문화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 책을 모두 읽고 다시 2년 전의 글을 돌아봤을 때, 나의 결론은 어떤 면에서는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또 어떤 면에서는 나 스스로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었다.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라고 말이다.
 
 
16p 마라도에 있는 무덤.jpg
  
 
이국적이지만, 이질적이지 않은
그렇지만 마냥 판타지가 아닌
 
 
저자의 말처럼 제주는 다르다. 말도 다르고, 날씨도 육지와 다르다. 우스갯소리로 제주를 향해 뜨는 걸 '해외로 간다'라고도 하니, 해외라는 말 속에 제주도가 다른 지역과 다르다는 의미가 있다. 아마 육지와 떨어져 있고, 날씨와 지형 등에 따른 영향으로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가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다.
 
이국적이지만 이질적이지 않은 제주도는 아름답다. 푸른 바다와 노란 유채꽃, 넓게 펼쳐진 하늘에 살랑이는 바람마저 아름다운 곳, 제주도는 그렇게 낭만적이다. 우리는 이런 낭만을 느끼기 위해 보물섬, 혹은 환상의 섬, 제주도로 향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그리고 우리가 생각했던 제주의 모습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의 저자 김형훈은 우리가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아닌, 제주의 진짜 모습을 알려주고자 책을 썼다. 그는 책을 통해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제주의 모습을 보여준다. 산담, 밭담, 올레, 신흥리, 조간대, 용눈이 오름 등 사람들이 몰랐던, 혹은 다른 의미로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들의 '진짜'를 소개하는 것이다.
 
내가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포구'다. 포구는 낭만적이다. '포구가 낭만적'이라는 건, 그것을 그저 있는 그대로, 내가 느끼는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책은 제주도 포구의 정체성을 알려준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포구를 말이다. 제주바다는 화산섬이기에 삶을 위해 필요한 포구는 화산섬이라는 특성상 쉽게 만들어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제주도의 해안선은 단조롭고 썰물과 밀물의 차이도 크지 않았다. 그런 특징들로 인해서 제주도는 천연적인 포구를 갖추기 어려웠고, 따라서 과거 제주사람들이 얼마나 힘을 들여 포구를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구멍 뚫린 그 검은 돌들을 하나둘 옮겨 바다를 채우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포구의 '낭만'을 느끼기에 앞서 존경심이 마구 솟아오르는 것이다. 그게 바로 제주도 포구의 진정한 의미였다.
 
 
200p 포구 앞의 잠녀.jpg
  
 
많은 발길이 닿는 곳,
그래서 더 아픈 곳.
 
 
관광지가 실제 자신의 집 근처였던 한 친구가 불편함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자신에겐 삶의 터전인데, 관광객들에겐 그저 여행지, 한번 왔다 가면 오지 않을 곳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이다. 더 이상 조용한 곳이 아닌 친구의 집 근처는 계속되는 개발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제주 또한 마찬가지다. 유명해진 제주는 그만큼 많은 발길이 닿았고, 그만큼 더 아파하고 있다. 작가는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밟고 있는 제주가 정말 아파한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말하려 한다. 그는 누군가에겐 낙원이지만, 그곳을 지키는 이들은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을 한다. 오히려 개발 붐에, 밀려오는 사람들에, 개발 붐과 밀려오는 이들로 인해 몇 곱절 뛴 땅값을 보며 “후세들은 이땅에서 살 수 있으려나”라며 한탄한다는 사실을 전한다.
 
아름답다고 해서 그것을 취하려고만 한다면, 옳은 일일까? 오히려 그것에 대해 진정성 있게 다가가고, 이해하고, 아껴줘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제주도의 진짜 모습을 알고, 제대로 마주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는 매우 뜻깊은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122p 산담.jpg
  
 
"여행을 즐기는 이들은
길 위에 너부러진 정체성을 찾으려
무척이나 애를 쓴다.

제주여행을 다니는 이들도 그러지 않을까.
사실 여행을 그래야 한다.

여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그 지역의 정체성을 알려는 노력이 먼저여야 한다."

-310p
 
 
 
 
 
아트인사이트
  
문화리뷰단-이승현님-태그2.png
 

[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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