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는 내가 여행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1) [여행]

글 입력 2017.03.0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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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배낭 하나 들쳐 메고 어디론가 훌훌 떠나는 것을 상상한다. 일상을 벗어난 곳이라면 어떤 풍경이든 새롭고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가 친절하고 여유롭다. 우리는 대부분 여행을 그렇게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발단


고등학교 시절에는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없으니 더욱 그랬다. 매일같이 책상 앞에 앉아 하는 생각이 유럽으로, 남미로, 호주로, 동남아로, 여행 가는 것뿐이었다. 옆자리에 앉은 친구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일본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 친구 생일선물로 일본 여행 가이드북을 주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약속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언젠가 가자’라는 약속만큼 허망한 것이 없지만 어쨌든 약속은 약속이고, 지겨울 정도로 곱씹어가면서 끝도 없이 미루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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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하는 것을 자꾸 미루게 되는 이유는 뭘까. 혹자는 여행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돈이나 시간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라고 했다. 정말 그런 걸까.
   
 
‘자유의 몸’이 되어서도 장애물은 끊이지 않았다. 친구와의 물리적 거리, 부모님의 허락(역시 진정한 의미의 자유의 몸은 아니다), 경제적 문제 … 3년을 더 질질 끌다가 결국 결판을 내기로 했다. 이제 ‘일본’이라는 단어에 신물이 날 지경이었으니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연 날짜를 정하고 비행기표를 예매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여행이라는 기나긴 여정의 겨우 한 걸음의 진전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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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개


여행은 차라리 생각만 하고 있을 때가 더 즐겁다. 특히 그것이 자유여행일 때. 나는 겉으로는 어른스러운 척, 세상 무서울 게 없는 척 하다가도 큰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사람이다. 혼자서 멀리 다녀본 경험도 거의 없는 20대 초반 초보 여행자에게 자유여행이란 것은 너무 막막하다. 항공, 숙박, 보험, 로밍, 환전, 교통, 예산, 일정 등등 신경 써야 할 것은 어찌나 많은지. 아무리 가까운 일본이라 해도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 낯선 언어는 계획을 세우는 데에 큰 걸림돌이 됐다. 여행을 준비할 때 스스로가 바보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이런 사소한 문제도 혼자서 해결을 못하고 끙끙 앓다니. 어떤 것들은 신경 써야 하는 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칠 뻔 한 적도 있다. 성격이 꼼꼼하지 못하고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여행을 준비하면서 놓친 것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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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친구의 존재는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첫 자유여행이 홀로 떠나는 것이었다면 나는 더 용기를 내지 못하고 우왕좌왕했을 것이다. 둘 다 덜렁대는 성격이긴 하지만 서로 그나마 꼼꼼한 부분이 나뉘어져 있었다. 나는 항공편, 보험, 숙박과 같은 절차적인 면에서, 친구는 교통이나 일정과 같은 실제 여행의 측면에서 각자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의 마음이 데칼코마니처럼 완벽하게 들어맞을 수는 없지만, 그래서 조금의 감정 소모도 분명히 있었지만, 실상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여행 준비를 조금씩 완성해나가고 있었다. 고등학교에서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3년을 같이 지낸 사이라 해도 보지 못했던 부분을 보는 기회가 되었다.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숙소 중 어느 것을 중시하는지, 여유로운 여행과 바쁘지만 알찬 여행 중 어떤 편을 선호하는지, 그런 것들은 함께 여행을 준비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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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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