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래를 이야기하다' 닉 나이트 사진전 [시각예술]

대림미술관 닉 나이트 사진전 리뷰
글 입력 2017.01.2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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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나이트 사진전-거침없이, 아름답게>


 
 지난 1월 26일 대림미술관에서 개최하고 있는 '국내 최초' 닉 나이트 사진전에 다녀왔다. 닉 나이트에 대해 소개하자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포토그래퍼로, 사진과 디지털 그래픽 기술을 결합한 독자적 스타일을 가진 1세대 작가다. 스스로를 이미지-메이커(Image maker)이라 칭하며, 알렉산더 맥퀸, 존 갈리아노, 크리스챤 디올, 입생로랑, 보그 등 세계적 디자이너, 매거진과 협업 프로젝트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사진전은 그의 작품들을 총망라하여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이다. ARENA와의 인터뷰에서 닉 나이트는 '나는 과거를 돌아보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전시를 '회고전'으로 보이기보다는 '미래를 이야기 하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전시는 닉 나이트의 사진과 영상 인스톨레이션을 포함한 110여 점의 대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여섯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섹션에 따라 리뷰를 써보려고 한다.



01. SKINHEADS #스킨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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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섹션인 '스킨헤드'는 82년도에 사진집으로, 출간된 이후 세계 최초로 대림미술관에서 공개되는 것이다. 그의 초기 작업을 볼 수 있어 의미 있는 공간이다. 그는 3년 간 스킨헤드에 소속되어 그들의 문화를 직접 체험하면서 그들을 아주 가까이에서 사진으로 담았다. 이 때의 스킨헤드는 요즘처럼 인종차별이나 폭력적인 모습 이전의 시기였다. 이 후 닉 나이트는 그들의 이념에 회의를 느껴 벗어나게 되지만, 이 시기는 그가 전문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다큐멘터리적 성격의 사진들은 스킨헤드의 아주 짧게 깎은 머리, 타투 등 그들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있다.



02. PORTRAITS #초상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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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디(i-D)매거진 에디터였던 '텔 존스'의 의뢰로 동시대 대표 예술계 인사들을 촬영한 초상사진 섹션이다. 이 프로젝트 이후 닉 나이트는 본격적으로 패션 포토그래퍼로 활동하게 된다. 단순히 인물을 보이는 대로 담지 않고, 각자의 고유한 개성을 살린 모습이 인상 깊다. 그의 말처럼 기존의 관념을 버리고, 색다른 시각으로 피사체를 바라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듯한 사진들이다. 독특하게 촬영된 사진 속 인물에 대해 실제로 어떨지 상상하며 감상하면 더욱 재미있다. 바로 위에 첨부한, 요지 야마모토를 촬영한 사진은 88년 작으로, 도슨트의 설명을 빌리자면, 그 당시는 여성성을 상품화한 패션사진이 보편적이었다고 한다. 그 시기에 저렇게 '중성적인'모습의 화보는 굉장히 파격적이었을 것이다. '여성성'을 깨려는 시도,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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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개의 섹션이 있는 2층 전시장을 지나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에는, 이렇게 화면에 닉 나이트가 모델들과 실제 작업하는 모습이 짤막한 영상으로 상영되고 있다. 전시를 보다 보면 '이건 어떻게 촬영한거지?'하고 궁금해지곤 하는데, 전부는 아니지만 궁금증을 조금은 해결할 수 있다.



03. DESIGNER MONOGRAPHS #디자이너모노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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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슨트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가면, 곧바로 세 번째 섹션이 시작된다. '디자이너 모노그래프' 닉 나이트가 계속해서 전형적 가치관과 사회적인 통념에 도전한 프로젝트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장애, 성별, 인종, 죽음'등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패션과 결합하여 과감하게 도전하고,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특히 알렉산더 맥퀸과 한 사진작업은(첫 번째 사진 참고) 다소 섬뜩한 사진들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 역시 미에 대한 정형적인 시선에 대한 도전의 결과물인 것이다.  두 번째 사진은 'War'이라는 97년 작으로, 전쟁의 허무함을 담은 작품이다. 혁신적인 그래픽 기술 또한 눈에 띄는 부분이다.



05. STILL LIFE & KATE #정물화 & 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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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다섯 번째 섹션. 인종차별에 대한 메세지를 담은 세계적 패션 모델 '케이트 모스'의 거대한 흑백 사진이 압도적이다. 더불어 3D 스캐너로 얻어낸 그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케이트 모스와 비둘기의 날개를 3D 스캐너로 디지털 데이터를 얻어내서, 그것을 3D 프린터에 석고를 채워 넣어 만들었다고 한다. 외양은 조각 같지만, 사실 그 과정은 '사진'에 가깝기 때문에 닉 나이트는 이를 '사진 조각상(Photographic Sculpture)'이라 부른단다. 또한, 회화와 사진의 경계를 허문 Rose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시작은 실수로 우연히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그 독특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그의 실험적인 표현 방식으로 가득 차 있는 섹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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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FASHION FILM #패션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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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층을 더 올라가 4층에 도착하면, 마지막 여섯 번째 섹션인 '패션필름' 공간에 다다른다. 애니메이션, 3D 촬영, 비디오 콜라주 등 현재까지도 여전히 실험적인 방식을 시도하는 그의 최근 작품을 볼 수 있다. 패션 사진을 영상으로도 확장한 모습이다. 첫 번째 작품은 컵 케이크 포장지, 사탕 포장 껍질 등을 따로 촬영하여 합성했다고 한다. 닉 나이트의 끝없는 다양한 표현방식에 감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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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를 다 보면, 자연스레 일층 아트샵으로 향하게 된다. 좋은 전시를 보고나면 뭐라도 사가서 기념하고 싶은 것이 관람객 마음 아닐까. 이번 닉 나이트 사진전은 특히 대림미술관과 '케미'가 좋은 전시였다고 생각한다. 대림 미술관 특유의 '젊고', '감각적'인 느낌과 딱 어우러지는 사진전이었다. 비주얼적으로 눈이 즐거웠을 뿐만 아니라, 닉 나이트의 업에 대한 열정과 철학까지도 엿볼 수 있었기에, 만족스러운 감상이었다. 다만, 대림 미술관이 언제나 그랬듯 사람은 참 많다. 편안하고 여유로운 관람은 어려울 수 있으니 평일을 추천한다. 한 편으론 전시장 입구부터 아트샵까지 북적이는 사람들을 보며 미술관이 꽤나 대중적인 공간이 된 것 같아 좋기도 하다.
 사진전을 통해 닉 나이트의 끊임없는 새로움에 대한 도전과 시도를 보며, 다소 루즈해진 요즘의 나는 자극을 받았다. 일상의 촉진제가 된 셈이다. 작품을 감상하고 나아가 나의 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네이버 미술캐스트 닉 나이트 사진전과 대림미술관 홈페이지 전시소개를 참고하였습니다. 




[류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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