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샤갈, 빛나는 색채와 같은 삶에 대하여 [시각예술]

그의 빛나는 삶과 색채를 담은 작품들
글 입력 2017.01.0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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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태양이 밤에도 빛날 수만 있다면 
나는 색채에 물들어 잠을 자겠네.”

-마르크 샤갈


  새 해가 밝았다. 다가오는 2017년을 맞는 많은 이들의 소망은 대체적으로 비슷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 평화, 그리고 개인의 확장과 성장. 나는 이러한 소망을 기꺼이 샤갈의 그림처럼 살기를 소망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의 색채 가득한 그림에서 풍겨오는 달큰하고 따듯한 향기처럼 살기를 기도하는 것이라고.

  나는 샤갈을 존경한다. 그의 그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알게 된 이후 그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결코 행복하기만 했던 인물이 아니었다. 각자 나름대로의 어려움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는 마음 속에 답답하고 풀리지 않는 응어리가 있을 때 삶을 긍정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행복을 노래하는 그림을 그렸다. 나는 이러한 모습이 바로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긍정적’이라는 면모이며 또 ‘꿈을 꾸는 것’이며 ‘열정을 가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샤갈은 러시아 출신의 프랑스 화가이다. 그에게는 ‘방랑자’라는 단어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그는 1·2차 세계대전의 폭풍과 같은 혼란한 시대를 살았으며 러시아에서 중동, 파리, 미국을 오가며 방랑한 이후 파리에 정착하여 자신의 작품 활동을 이어 왔다. 그가 가진 러시아-파리의 이중 국적 정체성, 또는 고향 비테프스크에 대한 감정은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소재가 되었다. 또 그는 아내 벨라 로젠펠트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으며 이는 그의 작품활동에 많은 영감을 주었다. 그는 말년까지도 회화 뿐 아니라 도자기, 스테인드글라스, 판화, 무대 연출, 벽화 등 다양한 미술 분야에서 다양성을 펼침으로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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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 Chagall, Moi et le Village, 1911)


  누구든 미술시간에 한 번쯤 보았을 법한 이 작품은 샤갈의 초기작으로 그가 추구하던 그 자신만의 그림 스타일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시기의 작품이다. 이 작품에 대해 어떠한 정보도 접하지 않았을 때, 우리가 이 그림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동화, 어린아이의 그림, 꿈과 순수함 등일 것이다. 이 작품에서 다양한 이미지들은 마치 환상 혹은 마법의 세계에서처럼 현실에서는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모습으로 포개지고 뒤집어지고 섞여있다. 또한 여기에서도 볼 수 있는 그의 화려한 색채 덕분에 우리는 이렇게 어린아이의 그림과 같은 순진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 담겨있는 것은 이렇듯 단순한 인상 그 이상이다. 이 그림은 그가 고향에 대해 가지고 있는 순수하고 소박한 풍경에 대한 향수와 기억들을 담은 것이며 그에 대한 애틋하고 정겨운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내었다. 나는 이 그림을 보며 어딘지 모를 작은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고 그림 구석구석 그가 그려낸 기억들을 뜯어보며 그 마을을 구경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얀 말과 초록 얼굴을 한 화가 자신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데 그 눈빛이 퍽 다정하다. 그의 그림에는 동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는 이처럼 친근한 눈길로 그들을 바라봄으로서 마치 그들과 교감을 하는 듯 보인다. 이 작품은 앞서 이야기했듯 군데군데 뒤집어지거나 겹쳐진 이미지들로 인해 환상의 느낌을 주는데, 샤갈의 작품에서는 이러한 특징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때문에 후대의 사람들은 그를 초현실주의자의 선조라 칭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샤갈은 자신의 그림이 실제의 추억을 바탕으로 한 사실적인 그림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타인에게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그의 그림은 그 자신에게 있어서는 그리운 현실이었던 것이다.



  이 그림과 더불어 ‘도시 위에서’라는 그림은 김춘수 시인이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이라는 시를 쓰는데 많은 영감을 주었다. 샤갈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색채와 따스함은 김춘수의 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靜脈)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靜脈)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수만의 날개를 날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삼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 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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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 Chagall, La guerre, 1943)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 중, 샤갈이 미국으로 망명했을 때 그린 그림이다. 그의 고향인 비테프스크가 나치에게 점령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샤갈은 슬퍼하며 그의 밝고 빛나던 마을을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고 불에 타들어가는 모습으로 표현해 전쟁의 참혹함과 잔인함을 이야기했다. 앞선 그의 작품들과 달리 이 그림의 색채는 우울하고 잔혹한 느낌을 준다. 그가 즐겨 그리던 소재인 말과 같은 동물들은 이렇듯 참담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는 그의 염원이자 희망이다. 이는 마치 그가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동화와 같은 포근한 고향의 모습인 것 같다. 그는 차가운 현실을 슬퍼할 때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그의 능력과 힘을 다해 바라고 또 바랬던 것이다. 그의 간절함의 힘은 포기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가 사랑하는 것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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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 Chagall, Les Maries De La Tour Eiffel, 1938-1939)


  마르크 샤갈은 결혼 이후에 결혼과 신혼, 연인의 행복을 그린 그림을 많이 그렸다. 그의 아내인 벨라 로젠펠트는 교양과 통찰력, 고전주의 예술에 대한 풍부한 지식울 가진, 그의 뮤즈가 되어준 여성이었다. 그녀는 작품의 제목을 고르기도 했고, 샤갈은 그녀가 완성이라고 확인을 해주어야 작품을 끝마칠 정도로 그녀에게 자신의 작품에 있어 큰 부분을 의지했다. 나는 그들의 관계에 대해 알게 된 후 똑똑하고 현명한, 지혜로운 사람이 연인으로서 또는 굳이 사랑하는 관계가 아니더라도 동반자로서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 일인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예술이 곧 사랑이며, 삶과 예술이 모두 뿌리에 둔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믿었던 샤갈에게 있어 그녀와의 결혼생활은 그러한 그의 믿음을 더욱 확고하고 탄탄하게 굳혀주었던 밧줄이 되어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그가 아내 벨라에 대한 사랑을 담아 결혼, 연인 등을 소재로 그린 그림들은 모두 샤갈의 그 어떤 작품보다 밝고 아름다운 색채가 묻어난다. 강렬한 태양과 웃고 있는 동물들 등은 그의 행복을 부분적으로도 잘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나를 포함해서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젊은이들은 결혼 혹은 연애에 많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 법 하지만, 그러한 우리에게 샤갈의 이러한 그림은 굉장한 위로를 주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마르크 샤갈은 고향, 사랑, 행복, 결혼 등의 다소 흔한 주제를 그 자신만의 느낌과 스타일로 표현하며 같은 주제라도 다른 그림들과 다른 그만의 감정을 전달했다. 마르크 샤갈은 예술적으로는 성공했을지는 몰라도 전쟁으로 인한 방랑, 그의 전부였던 아내의 죽음 등으로 연속적인 수난을 겪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어둡고 축축한 현실을 겪고 있더라도 항상 태양처럼 따듯하고 밝은 삶의 태도를 담고 있었다. 그는 수난과 어려움을 삶의 한 모습으로 포용했으며 나아가 희망을 잃지 않으며 행복을 위한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그의 퍽퍽한 삶이 오늘날 다양한 작품에서 다채로운 색으로 빛나는 이유는 바로 여기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2017년을 그의 그림 속 무지개빛 아름다운 삶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다시 한번 소망해 본다.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

-마르크 샤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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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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