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 없이 구멍에 빠져있고 싶은 날 찾게 되는 그 노래 [문화 전반]

2016 골든 디스크 (1)
글 입력 2016.12.18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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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이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 곧 각종 시상식들이 줄줄이 방송될 것이다. 시상식들은 트렌드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나의 글에서 트렌드와 상관없는 시상식을 진행해보려고 한다. 소개하고자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다사다난한 2016년을 조금은 반짝반짝하게 빛내줄 나의 '앨범'들을.





  2016년은 꽤나 우울한 일들이 많았던 해였던 것 같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피폐해지는 현대인들을 대상으로 등장하여 아직까지도 대세가 되고 있는 단어인 '힐링'. 과연 힐링이 필요없는 때는 언제쯤 올런지.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또는 감정에서 각자의 힐링을 찾는다. 하지만 문득 어느 날, 내가 원하는 만큼 한 없이 구멍에 빠져있고 싶은 날이 있다면, 자우림의  'Ashes to Ashes'를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자우림 6집 ‘Ashes to As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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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10. 20)


01. Seoul Blues
02. Loving Memory
03. Jester Song
04. You And Me
05. Summer Slumber
06. 죽은 자들의 무도회
07. Beautifil Girl
08. Over And Over Again I Think Of You
09. 6월 이야기
10. 위로
11. Old Man
12. Blue Devils
13. Good Boy
14. Oh, Mama
15. 샤이닝 (Title)


  홍대 전역에서 활동을 시작하여 한국 인디 밴드의 1세대 대표주자로 손꼽히고 있는 자우림은 앨범을 발매하는 특성상 홀수 앨범은 밝은 노래들, 짝수 앨범들은 어두운 노래들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노래들은 ‘매직카펫라이드’, ‘17171771’, ‘하하하쏭’ 등과 같은 밝은 분위기의 노래들이다. 하지만 나는 특히 6집 앨범에서 자우림이 지금까지 헨젤과 그레텔에서처럼 하나하나 조금씩 꺼내서 늘어놓으며 자신의 길을 표시하던 것과 같은 음악적인 색채들이 폭발적으로 나타나고, 또 발전되어서 완전체의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자우림의 음악적 색채란 불안정하고 예기치 못한 선율의 연속으로 마치 잔혹동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이 으스스하고 끈적한, 혼란과 같은 면모를 그대로 드러내는 어두움이며 때문에 검정과 회색으로 덕지덕지 칠해놓은 유화와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6집의 제목 Ashes to Ashes는 ‘재에서 재로’라는 뜻으로, 사람은 재에서 와 재로 돌아간다는 것인데 제목처럼 이 앨범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우울한 사운드와 염세적인 내용의 가사들을 담고 있다. 길고 가늘게 아-하고 뱉는 김윤아의 노래는 마치 탄식 같으며 일렉 기타 사운드는 눈물을 흘리기 직전의 감정처럼 잘고 가늘게 떨리는 듯 하다. 내가 이러한 자우림 특유의 어두운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는 나도 모르는 새에 나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노래에 이입할 수 있게 하고 때문에 다른 노래들을 들을 때보다 더 몰입할 수 있으며 그 시간이 다른 무언가의 도움 없이 온전히 나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스스로의 회복이 되기 때문이다.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의 허스키하고 몽환적인 목소리는 그 음이 높고 낮음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높을 음을 낼 때에는 마치 관현악기와 같이 머리 속에 울림을 주고, 낮은 음을 낼 때에는 신체의 저 아래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듯한 목소리로 내 온 몸을 묵직하게 누르는 듯 한 느낌을 준다. 이처럼 그녀의 목소리는 앞서 말했던 몰입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이와 같은 6집의 분위기를 가장 잘 담고 있으며 내가 이 앨범을 나의 골든디스크의 첫번째 수상작으로 꼽은 직접적인 이유가 될 수 있는 트랙은 바로 마지막 트랙이자 이 앨범의 타이틀곡인 ‘샤이닝’이다. 이 곡은 내가 눈물을 떨구고 싶을 때면 늘 찾게 되는 곡으로, 읊조리듯 부르는 멜로디 속에서도 던지는 듯 한 고음이 있어, 세상에 나 홀로 뚝 떨어진 것 같은 고독함 속에서 느껴지는 거칠고 소리 지르는 듯 한 괴로움을 제일 잘 표현한 것 같다.

  혹자는 이렇듯 노래 속에 빠져 있는 것을 침식이라고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두운 내면을 외면하기만 한다면 그것은 구렁텅이로 남아있을 뿐이다. 자우림의 노래는 노래에 몰입할 수 있는 노래로서 그것을 인정하고, 똑바로 바라보고, 훌훌 털어버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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