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죽은 자들은 말이 없다, 연극 후산부 동구씨.

글 입력 2016.08.2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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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로에 위치한 CJ 아지트에서 연극 후산부, 동구씨를 관람했다. 혜화역 근처에 위치한 많은 소극장들을 찾아봤지만, 가장 최근에 지어진듯해 보이는 CJ아지트 건물 내부와 외부 모두 대학로의 많은 소극장들 중 단연 좋은 시설을 갖춘 듯 해보인다.

어떤 공연이나 영화를 보러가거나 할 때면 같은 시간 관람을 오는 주변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편이다. 사람들이 어떤 매체를 통해서 어떤 정보를 가지고 연극을 보러 왔는지에 대한 사전조사를 나름대로 해보며 내 생각과 다른 생각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됨으로 상당히 재미있는 시간이 된다.
보통은 사람들마다 자주 사용하는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여 나오는 정보들에 의지하여 예매를 하기 마련인데, 오늘 본 후산부 동구씨 연극은 평점이 높고 좋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그 점에 있어서 연극에 대한 전반적인 완성도를 기대하고 있는 듯 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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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 동구씨 는 무너져내린 탄광 안에서의 4명의 주인공들의 생존 과정을 그려낸다.
하지만, 생존 과정이라기엔 너무나 잔인하고 끝없이 바닥을 치는 인간 절정의 악을 보여주는 상황인지라 마냥 가볍고 행복하게만은 볼수 없는 연극이었다.
붕괴된 탄광안에서 그들은 처음부터 죽을거라 예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노래하고, 떠들고, 장난과 농담을 주고 받으며 구조와 사람들의 손길 즉 그들이 말하는 높으신 분들, 서울사람들의 권력에 의해 구조될 날만을 기다려왔다. 그들의 기대는 탄광 속에서 마실수 있었던 산소량의 그만큼, 예고되어 있었던 2차사고의 가스량의 그만큼 상대적으로 바뀌어만 간다. 보안기술직원, 희락탄광의 소장, 소방서의 소방대장 그리고 작전참모 '서울에서 오신 높으신 분'들의 결정은 결국 그들의 권력싸움으로 번져갔고 희생량이 된 것은 세명의 광부들의 목숨과, 이 모든 사건을 지켜보고도 진실을 말하지 못한 채 입을 다물어야만 했던 피해자 동구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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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사물놀이 같아 보이는 우리국악기 사운드의 활용이었다. 시간이 흘러가는 과정을 목탁을 두드리므로 (똑-딱-똑-딱)과 같은 사운드를 입히거나, 광부(Minor)들이 석탄을 캐내는 과정을 꽹과리와 징, 북과 같은 요소들을 사용하여 사운드를 입힌 것이 사뭇 신선하게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우리나라 국악뿐만 아니라 전통음악을 들으면 늘, 어딘가 애달픈 한의 정서가 고스란히 전달되어 듣는 내내 기분이 슬프고 애잔해지곤 하는데ㅡ이 연극에서 우리 국악기를 사용한 것은 억울하게 죽어가야만 했던 광부들을 기리는 한의 정서를 표현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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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부(선배 광부)들을 처음부터 잘 따르던 순수한 동구씨마저 고립된 극한의 순간속에서 구조될 것이라는 믿음에까지 배신당하자, 입 하나가 덜었으니 내가 더 오래 먹고 버틸수 있겠구나 하는 짐승같은 생각까지 하게 된다. 이 장면에서는 같이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마 이날 관람했던 관객들 대부분은 4월의 '세월호'사건을 떠올리며 눈물 흘리지 않았을까 더불어 생각해본다. 비단 이 연극의 이야기가 연극으로만 끝날 이야기일지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고 있는 자본주의의 울타리, 권력의 울타리, 종교의 울타리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울타리가 ㅡ 한 순간에 나의 가장 소중한 것들을 빼앗아가 버렸을때에, '니가 조심하지 않아서 그래, 네가 똑똑하지 않아서 그래, 가만히 있으라고 가만히 있었냐'라는 식의 무책임하고 폭력적인 언어로 기만해버릴 수 있을까.  우리는 소중한 것들을 잃었을 때만 '안타깝고 억울한 일이지만, 내 일은 아니므로 나는 관여하지 않고 손 떼겠다'라는 식의 삶의 태도를 취해왔던 내 모습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가식적인지 깨닫게 된다.

은 자들은 영영 말이 없으며,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마저 권력없인 자신의 진실을 자기입으로 뱉지 못하게 된다. 이건 비극도, 재난이나 재앙도 아닌ㅡ천벌이고 저주일것이다. 인간의 가장 밑 바닥을 들여다보는, 끔찍하고도 잔혹한 현실고발적 연극이었기 때문에 이 연극이 오래도록 가슴에 감동으로 남을 것 같다. 더불어 광부들의 연기를 실감나고도 사실적으로 해준 배우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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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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