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하이든 오라토리오 < 천지창조 >

글 입력 2016.06.1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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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가기 전, 작품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던 난 곡명을 듣는 순간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린 웅대한 벽화를 떠올렸다. 직접 가서 듣게 된 하이든의 <천지창조>는 역시 예상한 대로, 혼돈의 상태에서 새로운 세상이 탄생하는 장면을 웅장한 선율로 그림을 그리듯이 생동감 있게 묘사하였다. 대천사 가브리엘(소프라노), 우리엘(테너), 라파엘(바리톤)이 천지창조의 과정을 노래하고, 사이사이 합창 파트의 리드미컬한 반복을 통해 관객의 감정을 고조시켰다.
 
깊은 신앙심으로 평생을 살았던 요제프 하이든은 헨델의 추모음악회에서 메시아를 듣고 큰 감동을 받아 이에 필적할만한 오라토리오를 만들 결심을 하고 이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의 신에 대한 경이와 찬양은 경쾌한 속도와 영감에 찬 코러스를 통해 창세기의 내용을 잘 모르고 듣더라도 지루함 없이 잘 전달되었다.
 
이 곡이 처음 연주될 무렵 유럽은 프랑스 – 오스트리아 전쟁으로 불안한 상황이었다. 초연 당시 베토벤을 비롯한 많은 음악가가 그에게 경의를 표했고, 그 시대를 살던 많은 사람들이 이 곡으로 위안을 얻었고, 유럽의 모든 주요 도시에서 연주될 정도로 사랑을 받았다.
 
 
공연 시작 벨이 울리자 관객들은 모두들 착석하기 시작했다.
오케스트라단원들도 안착하고 성악가들과 합창단이 줄지어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오케스트라 자리 배치에서 특이한 점은 바이올린과 비올라 악기 사이에 하프시코드(쳄발로)가 놓여져 있다는 것이다. 하이든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주할 때 박자를 일정하게 맞추기 위해서 쳄발로를 항상 필요로 했다고 한다. < 천지창조 >에서도 쳄발로는 곡을 리드하거나 화려하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악기로 사용되었다.
 
이 곡은 총3부 34곡으로 되어 있다. 1부와 2부 공연은 서창과 영창, 독창, 삼중창, 합창 등 다양한 형태로 천지 만물을 창조한 신을 찬미한다. 제1일부터 4일까지, 즉 창궁과 물, 산과 강, 해와 달과 별이 될 때까지, 제2부는 제5일과 제6일, 물고기와 새, 곤충과 짐승, 그리고 인간의 탄생까지가 음악으로 묘사되었다. 천둥을 비롯한 날카로운 자연묘사를 악기로 잘 표현하여 대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갖게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로 지금 막 창조된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흥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인터미션 후 2부 나머지 부분과 3부가 연주되었다. 제3부는 아담, 이브가 등장해 서창, 이중창, 합창 형태로 낙원에서 노는 아담과 이브의 즐거운 모습을 그려냈다.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때는 모두가 소리 높여 진심어린 목소리로 합창해 전율이 왔다. 공명되는 순간이었다.
 
우리 주께 노래하라.
감사하라, 그가 하신 일을.
주의 이름 주의 영광
소리 높여 찬양하라!
주의 영광, 영원무궁토록. 아멘.
 
전쟁 · 고통 · 가난 · 전염병 등 지속적인 삶의 비극성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의 사람들은, 신의 은총에 감사하며 생명의 탄생에 경의감으로 표출된 음악을 들으며 삶의 위로를 받고 희망을 품었을 것이다. 아마 음악가로서의 존재가 그 무엇보다도 가치있었던 시대였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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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의 '2016 서울메세나 지원 사업'으로 선정되어 그런지 사람들이 3층까지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공연 내내 종교분들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커다란 스크린으로 한글로 된 자막을 볼 수 있어서 관람하기 편했던 반면, 내가 앉은 좌석이 왼쪽 편에 치우친 3층이라 성악가의 소리가 잘 들리지가 않아 아쉬웠다.
 

< 오라토리오
이번 공연을 통해 오라토리오라는 새 음악 장르를 알게 되었다. 오라토리오는 1600년경 가톨릭 교의 반종교 개혁 운동과 함께 세속적 오페라에 대립되는 종교적 음악으로 생겨났다. 중세 시대의 전례극, 즉 성경 이야기로 꾸며진 음악극이 재탄생한 것 같지만, 17세기 무렵엔 오페라와 연극 사이의 장르가 되었다. 독창보다 합창에 더 집중하고, 극에서 가수들은 연기를 하지 않으며 무대장치도 없다.
   
 
 
 
[이단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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