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DDP를 창조해낸 그녀, 자하 하디드는 누구인가? [문화전반]

글 입력 2016.05.04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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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의 끝자락, 과거 동대문운동장이 위치했던 서울 을지로에 외국 SF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거대한 외관의 UFO가 착륙했다. 그곳을 지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UFO를 닮은 건물은 2014년 3월 정식으로 개관했다. 현재는 서울의 랜드마크가 된 곳, 바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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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공 당시 상당히 과감하고 친숙하지 않은 외관만큼이나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렸으며, 화제의 중심이 되었던 건축물 DDP는 영국에서 활동했던 이라크 태생의 여성 디자이너 ‘자하 하디드(Zaha Hadid)’의 작품이다. 대한민국의 패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동대문에 떡하니 세워진 DDP의 설계자로서 국내의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된 그녀는 안타깝게도 지난 3월 31일 6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의 애도 물결 속에 서울의 DDP를 포함한 그녀의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건축물들이 회자되었다.
그녀의 타계를 전달하던 매스컴과 기사 등의 보도 자료에서는 하나같이 그녀를 ‘세계 최고 여성 건축가’로 칭했다. 자하 하디드는 2004년 건축계의 아카데미상, 노벨상으로 통하는 ‘프리츠커 건축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을 여성 최초로 수상하면서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라크 출신이지만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다양한 교육을 받았고, 개방적인 부모님의 지원 하에 스위스, 영국 등의 여러 국가에서 유학생활을 하며 지식을 넓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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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건축풍은 1920년대의 러시아 아방가르드 건축가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데, 조금은 기괴해 보일 수도 있는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들이 지나치게 건축의 관습을 초월하였다는 이유로 한동안 ‘건축물 없는 건축가’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그녀의 개성 있는 디자인 철학과 건축물의 모가 난 부분과 모서리를 유연하고 유기적인 구조로 변화시키는 구조적인 특징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건축계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건축사에서 건축의 ‘기능’과 ‘형태’는 시대에 따라 반전을 거듭하며 발전해 왔으며, 산업혁명 이후 기능주의 디자인이 중시되면서 기능을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는 원칙이 생겨났고 형태보다는 기능적인 면이 건축물의 성과를 평가하는 잣대가 되어 왔다. 따라서 기능성과 합리성을 추구하여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많은 건축가들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대부분의 건축 작품들은 위의 조건과는 정반대의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길이 면이 되고 면이 공간이 되는 유기적인 흐름이 담긴 건축물은 건축의 기능보다는 형태를 중시하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이제까지 보아온 수많은 건축물과는 달리 낯설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디자인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단지 공간의 효율적 활용만을 중시 여기는 기능적 원칙들에 대항하고, 사람들에게 건축의 예술적 또는 형태적 가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돌아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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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하 하디드가 보여준 뚜렷한 개성의 건축물들은 독특하고 강력한 외관만큼 건축계에서 늘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나치게 디자인만을 위한 디자인이다’라는 많은 이들의 비난 속에서도 그녀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건축가로 알려지게 된 것은 그녀의 디자인과 철학이 어떤 현대적인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인 듯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와 같은 파격적인 형태의 건축물은 설계만할 뿐 구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으나, IT기술과 건축 기술의 발달로 컴퓨터를 통한 3차원 입체 시뮬레이션이 급속도로 발전했고 새로운 재료와 기술 등이 건축에 도입되면서 하디드의 디자인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다. 비록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 누구도 도전하지 않았던 실험적이고 과감한 디자인을 보여준 자하 하디드의 개성 있는 작품들은 건축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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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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