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뮤지컬 넘버가 매력적인 이유 [공연예술]

글 입력 2016.01.3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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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평소 했던 전시나 공연 추천과는 조금 다른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방학인지라 평소보다 시간이 많은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많으니 아트인사이트에 무엇을쓰면 좋을까 고민하다 보니 오히려 아이러니하게도 1월의 거의 끝자락에 글을 남기게 되어 버렸다. 
 
사실 글 소재에 대한 고민은 꽤 오래 했었지만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었는데, 어제 불현듯쓰고 싶은 내용이 떠올랐다. 음악을 들으면서 버스를 타고 가던 중이었는데 본래 내렸어야 하는 정류장을두 정거장이나 지나쳐버렸다. 내려야 할 정거장을 놓치는 행동은 평소 거의 하지 않는 행동인데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들을 듣고 있었는데 음악에 너무 빠져든 나머지 그렇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뮤지컬 넘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물론 그 동안 다른 기자분들께서도뮤지컬 넘버라는 소재를 많이 다루었다는 것도 알고 있고, 다 읽어보기도 했다. 읽어보면서 나 역시 좋아하는 넘버들이 언급될 때면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느낌에 왠지 모르게 설레기도 했었고 기쁘기도 했었다. 그래서 나 역시도 꼭 이 소재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다. 이전에 한번도 이야기된 적이 없는 참신한 소재는 아닐지라도, 같은 취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이 설렘을 나누기 위해서, 그리고 전에는 미처 몰랐던 넘버였더라도 내 글을읽고 한번 들어보게 될 사람들을 위해서 내가 추천하고 싶은 뮤지컬 넘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선 뮤지컬 넘버란, 뮤지컬에 나오는 노래들을 의미한다.  왜 뮤지컬에 나오는노래들을 '넘버'라고 부르게 되었는지 정확히는 알려져 있지않지만, 극의 전개에 맞추어 곡들에도 순서를 붙이다 보니 넘버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내가 뮤지컬 넘버를 즐겨듣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
 
첫 번째 이유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일반 노래에도 작사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간단한배경이 존재하고 가수의 감정선이 존재하지만, 뮤지컬 넘버는 정말 소설과 같은 줄거리를 담고 있다. 전체 뮤지컬공연이 갖고 있는 줄거리를 노래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넘버를 들으면 마치 한 편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넘버 하나만으로 완벽한 줄거리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듣고 있으면소설 책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두 번째 이유는 공연을 보던 그 순간을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공연을보는 순간은 나에게 매우 특별하고 소중한 순간이다. 아마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그럴 것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음악과 함께했던 인상 깊은 장면은 나에게 꽤오랜 잔상을 남기는데, 공연을 보고 온 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그 순간의 넘버를 들으면 당시의공연 장면과 나의 감정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사실 어제 내릴 정거장을 지나친 이유도 이런 이유였다.) 우울하거나 힘들 때 뮤지컬 넘버를 들으면서 소중했던 시간을 떠올리기도 하고,문득 공연장이 그리울 때도 넘버를 들으면 마치 공연장에 가 있는 듯한 느낌으로 생각에 잠길 수 있다.

세 번째 이유는 소재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다양한소재의 줄거리를 담고 있고, 한 편의 드라마처럼 인간 삶의 여러 순간들을 표현하고자 하기 때문에 다른장르의 음악에서 비교적 흔한 소재인 사랑을 제외하고도 많은 소재의 곡들을 들을 수 있다. 인간이 기쁘고사랑할 때, 또는 슬픈데 사랑할 때만 음악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공포를느끼는 순간, 혼란을 느끼는 순간, 혹은 타인을 설득해야하는 순간도 음악은 표현할 수 있다. 스토리를 담고 있는 뮤지컬 넘버이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네 번째 이유는 라이선스 공연의 경우 우리나라 배우들의 목소리 말고도 외국 배우들의 목소리로도 들어볼 수 있다는것이다. 같은 내용의 곡이라도 배우들에 따라서 다른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 어떨 때는 다른 언어로 부른 것인데도 불구하고 어쩜 이렇게 비슷한 목소리를 내는지, 국적과 인종을 떠나 역할에 완벽이 몰입한 배우들이 놀랍다. 또 어떨때는 같은 곡인데도 너무 다른 느낌으로 곡을 풀어낸 것을 보면서 같은 인물이라도 배우들의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면서 놀랄 때도 있다. 물론 완전히 상반된 경우이기는 하지만, 두 가지 경우 모두 넘버를들으면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다.


이런 네 가지 이유들을 제외하고도 뮤지컬 넘버가 가진 매력은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나머지는 미리 알려주지 않더라도 여러분들 역시 뮤지컬 넘버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면 스스로 채워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이들은 공연을 보고 오지 않은 경우에도 뮤지컬 넘버들이 그토록 매력적일 수 있는지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공연을 보지 않아도 넘버는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넘버를 듣는 것만으로 공연을 완벽히 관람한 것 같은 만족은 느낄 수 없다. 하지만 넘버가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가장 큰 요소 중의 하나인 만큼 넘버를 듣는 것은 나중에라도 공연을 보게되었을 때 극을 더 잘 이해하고, 빠져들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공연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넘버가 전달하는 감정이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을 울릴 수있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에도 우리나라에서 공연되지 않는 뮤지컬이라고 하더라도 구글이나 유투브를통해 넘버를 듣는 경우가 많다.
 




이제 간단히 추천하고 싶은 넘버들을 꼽아보려고 한다. 이미 많이 알려져있거나 모두들 사랑하는 넘버는 되도록 빼고 몇 가지만 소개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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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플 땐 빨래를 해 (뮤지컬 빨래) 

이 넘버를 들으면 공연을 볼 때 맡았던 상쾌한 빨랫비누 냄새가 기억난다.배우들이 다 함께 이 넘버를 부르면서 직접 무대 위에서 이불 빨래 같은 것을 했는데, 어디선가비눗방울이 나오면서 빨랫비누 냄새를 맡았던 것이 기억난다. 울고 있던 주인공이 다시금 힘을 얻게 해주는넘버이기도 했는데, 상쾌한 빨래와 어우러져 강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곡역시 밝고 힘찬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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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평범함(뮤지컬 레베카)
가사가 너무 좋은 노래다. ‘놀라운 평범함’이라니. 보통 우리는 평범하다는 것은 아무 특징이 없고 무난한 것이라고생각한다. 그런데 이 넘버는 이런 평범함 역시 놀랍고 사랑스러운 것이라고 노래한다. 레베카의 대표적인 넘버라고 하면 댄버스 부인이 부르는 카리스마 넘치는 ‘레베카’가 떠오르지만, ‘놀라운 평범함’은유약해보이고 ‘평범’해서 가려진 듯한 ‘나’라는 역할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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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 of Lola (뮤지컬 킹키부츠)

극 중 여장 남자인 롤라와 찰리가 처음 만날 때의 곡이다. 여장을하고 살며 다른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힘들어하기도 하는 롤라지만 이 곡을 통해 여자 못지 않은 매력들을 마구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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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Master’s Song(뮤지컬 드라큘라)

 극 중 랜필드 역의 배우가 부르는 넘버인데, 주요 넘버는 아니어서뮤지컬을 봤더라도 기억에 그다지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넘버에서 랜필드가 드라큘라를만나게 된 과정과 그의 하수인이 된 부분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넘버를 부르는 배우의 말투가상황에 너무 잘 어울려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반헬싱과 대화하면서 랜필드의광기가 점점 드러난다. 광기가 느껴지는데도 목소리는 여전히 나긋나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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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기억합니다(뮤지컬 영웅)

극 중 궁녀였던 설희가 명성황후를 그리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설희는실존인물이 아니지만 가사를 들으면 우리의 역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영웅이라는 뮤지컬 자체가우리의 아픈 역사를 잘 보여주는 뮤지컬이지만, 특히 애절한 이 넘버는 들을 때마다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남정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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