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응답하라 1988 #1 - 의문이 드는 덕선이의 행동 [시각예술]

글 입력 2015.12.3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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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선이의 마음은 왜 그렇게 쉽게 변하는 걸까?

 
  응답하라 1988을 보면서 덕선이의 행동에 의문이 가는 점이 하나 생겼다. 분명 초반에는 선우를 좋아하더니 금방 준열이에게로 마음이 옮겨간 것 말이다. 덕선이의 친구들이 '선우가 너를 좋아하는 거 같다.'고 하자 선우에게 관심을 갖다가, 선우가 보라를 좋아하는 것임을 알게 되자 금방 포기해버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들이 '준열이가 너를 좋아하는 거 같다.'고 하자 이번에는 준열이에게 관심을 갖는다. 사람의 마음은 변할 수 있는 거라지만, 덕선이의 마음은 너무 쉽게 변한 감이 없잖아 있다. 게다가 덕선이는 감정의 주체가 되지 못한 채 타인의 말에 쉽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덕선이는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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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tvn 응답하라 1988 공식 홈페이지)


 
  우선, 동룡이와의 계단씬에서 알 수 있듯이 덕선이는 본인이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는 개념을 갖고 있지 못한 상태다. 고구마나 이문세처럼 음식이나 가수에서는 취향이 드러나지만,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에 관한 취향은 없다. 동룡이가 "택이가 좋아? 내가 좋아?"라고 물어봤을 때, 바로 "택이가 좋아."라고 대답했는데 이는 택이를 이성적으로 좋아한다기 보다는 택이가 친구로서 더 좋다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 하지만 "정팔이가 좋아? 선우가 좋아?" 라고 물어봤을 때, 덕선이는 주춤하는데 그 이유는 선우는 과거에 자기를 좋아한 것으로 착각했던 인물이고, 정환이는 현재 자기를 좋아하는 것으로 여기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성의 문제로 넘어갔을 때는 섣불리 대답이 나오지 않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왜 덕선이는 본인이 누구를 이성적으로 좋아하는지 모르는 걸까? 덕선이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면 덕선이는 굉장히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깊고 양보를 많이 하는 아이다. 또 대체적으로 상대방이 원하는 것에 맞춰주려 한다. 본래 성격이 밝고 애교가 많은 것도 있겠지만 정환이 아버지를 만날 때마다 정환이 아버지식 인사법에 맞춰 인사하고, 택이가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부탁할 때도 기꺼이 다 해준다. 주변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이 우선이고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는 데에 익숙한 덕선이는 자신의 마음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리고 기존의 응칠과 응사의 여주인공들은 가수와 농구선수의 열혈팬이었던 것에 비해, 덕선이는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빠져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물론 음식 중에서 고구마가 좋고, 가수 중에서 이문세가 좋긴 하지만 이것들에 열광하지는 않는다. 또한 보라가 사시 준비를 하겠다는 꿈이 있는 반면, 덕선이는 미래에 이루고 싶은 명확한 꿈이 없다. 이처럼 덕선이는 자신의 심장이 이끄는 것이 무엇이고,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이렇게 자신의 욕망을 잘 모르는 건 그 욕망을 계속 억눌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이 덕선이는 늘 양보해야 했고, 덕선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누가 옆에서 관심 가져주고 칭찬하거나 복돋아 준 적이 없으니 자신이 이걸 욕망해도 되는 것일까 주춤하게 된 게 아닐까?
 
  '사랑'은 다른 것보다도 자신의 마음 속 이야기를 잘 듣고, 특정한 한 사람에게 푹 빠져 헤어나올 수 없을 때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덕선이는 자신의 마음 속에 귀를 잘 기울이지 않아왔고, 무언가 욕망하는 것을 망설인다. 그러니 어떻게 본인이 어떤 남자를 이성적으로 좋아하는지 알 수 있겠는가.

  또한 덕선이는 아직 고등학생이고, 여고 특성상 남자를 만날 기회가 별로 없다. 물론 소꿉 친구들이 모두 남자지만 이 친구들은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라온 사이이기 때문에 이성으로서의 느낌은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즉, 누굴 좋아할 때 어떤 느낌이 드는가에 대해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헸다.


 
  이런 이유들로 덕선이는 본인이 어떤 남자를 이성으로 좋아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 그런데 덕선이는 남들도 하는 연애를 자기도 하고 싶어 한다. 자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연애를 하고 싶어하니까, 친구들이 선우가 너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이번에는 준열이가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할 때마다 마음이 쉽게 휩쓸린다. 누굴 좋아하는지는 모르겠고 일단 연애는 하고 싶은데,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면 연애할 확률이 높아지니까 쉽게 마음이 옮겨가는 것이 아닐까?





 
  또 덕선이는 사랑을 하는 법도 모르지만 사랑을 받는 법도 잘 모른다. 본인은 사랑받을 자격이 없고, 왜 아무도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 걸까 고민한다.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걸까? 선우와 준열이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강한 믿음이 두 사람으로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들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득차게 만들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번 다 실패한 상태다. 그리고 이렇게 두 번의 실패로부터 온 좌절감이 사랑의 자격 문제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그동안 덕선이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무시를 당해온 것도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드라마를 보면서 항상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장면들이 있다. 바로 소꿉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덕선이가 공부를 못한다고, 머리가 나쁘다고 무시하는 장면들이다. 덕선이의 장점을 많이 이야기해주기보다는 단점을 콕 집어서 무시하다 보니 덕선이가 위축되고,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 또, 덕선이가 편하다보니 친구들이 덕선이를 존중하는 말을 해주기 보다는 타박하거나 막 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들이 덕선이가 사랑 받을 자격에 대한 고민을 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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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tvn 응답하라 1988 공식 홈페이지)



서서히 '사랑'이라는 어려운 문제에 다가가고 있는 덕선이.
점점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남자를 사랑할 줄 알고, 택이나 준열이로부터 사랑 고백을 받아 이제는 사랑을 받을 줄도 아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과연 덕선이는 누구와 사랑을 하게 될까?



[정선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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