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방은 나의 얼굴, 셀프 인테리어 [문화 전반]

글 입력 2015.12.1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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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그머니 겨울이 찾아왔다. 눈이 갑작스레 내리더니 갑자기 추워졌다가 따듯해졌다가 다시 추워지고. 도통 종잡을 수 없는 날씨다. 바람은 제 몸을 더 날카롭게 만들 테고 세상은 당분간 점점 더 추워지기만 하겠지. 날씨가 쌀쌀하니 밖에 나가기가 점점 싫어진다. 추워질수록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따듯한 집에 느긋하니 누워 지내고만 싶다…….
 
그런 마음으로 방 한가운데 앉아본다. 방바닥의 따듯함에 만족하면서, 추위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필코 집에 있겠노라 다짐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꽤나 정신없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저기 널린 옷가지, 어느새 러그 대신 깔린 전공서적, 침대 위에는 이불 대신 가방 무더기. 날씨도 춥고, 그래서 밖에 나가기는 싫고, 더군다나 마침 달력을 보니 어느새 12월 중순이다. 삼박자가 딱 맞는다. 왠지 정리를 해야 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겨울동안 더욱 돈독해질 이 방을 포근하고 쾌적하게 꾸미고 싶은 마음. 시기도 딱 적절하다. 2015년을 떠나보내기 전에, 그리고 새 해를 맞이하면서. 가을 옷을 넣고 겨울 옷을 꺼내었듯 슬슬 방의 묵은 옷을 갈아입히기로 결심한다.
 
사람들은 이런 마음으로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하는 걸까?
겨울맞이 겸, 한 해 마무리 겸, 새해 준비 겸. 오늘은 누구에게나 유용한 셀프 인테리어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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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인테리어란 말 그대로, 인테리어의 방향을 자신이 직접 정하고 예산을 기획하며, 인테리어 시공까지 직접 하는 것을 말한다. 실내를 크게 개조하는 것만이 셀프 인테리어가 아니라, 소소하게는 실내 데코레이션을 포함하며 바닥 시공이나 욕실 공사 등 높은 난이도의 과정까지 포함한다. 거창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제 셀프 인테리어는 우리에게 꽤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홈 데코, DIY 리폼 열풍을 이어 셀프 인테리어가 유행처럼 번졌다.
 
그리고 이 흐름은 단순히 유행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생산, 더 많은 소비, 더 많은 콘텐츠를 낳으면서 조금씩 삶의 한 모습으로 정착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티몬에서 인테리어 상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셀프 인테리어 상품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124% 증가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관련 상품들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셀프 인테리어가 유행할수록 혼자 다루기 어려운 인테리어 상품들이 점점 간편하게 바뀌면서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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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인테리어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 모습은 어떻게 보면 참 필연적이다. 최근 들어 자기 소유의 집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전세나 월세로 사는 집에서도 쾌적하고 깔끔한 주거환경을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경우 수정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실내 데코레이션을 통해 자신의 취향에 맞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또한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추세도 셀프 인테리어의 성장과 크게 맞물려있다. 1인가구와 원룸, 투룸이 증가하면서 자기 자신만의 공간에 개성을 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추세이다. 이처럼 셀프 인테리어는 단순히 오래된 집을 수리하는 개념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을 담아내는 일종의 취미 생활로도 인식된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테리어 상품들이 증가하고 특히 점점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 증가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결국 자재를 준비하고 직접 시공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존재하지만, 저렴한 가격을 생각하면 일련의 과정이 합리적으로 생각된다.

또한 요즘에는 셀프 인테리어의 여러 장면들을 SNS를 통해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많이 공유되는 편이다. 블로그를 통해서 사람들은 예쁘게 디자인된 인테리어 샷을 볼 수도 있고, 호스트가 기록한 구체적인 후기와 설치 방법, 시공 과정을 보며 직접 본인이 따라해보는 것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인테리어는 사진이라는 콘텐츠를 제외하고서 설명하기기 어렵기 때문에 관련 게시물에는 사진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같은 맥락에서 인스타그램은 간편히 참고하기 좋은 실내 데코레이션, 실내 소품 사진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테리어 관련 자료를 찾기 점점 쉬워지면서, 그리고 인테리어를 보는 눈이 자라나면서, 셀프 인테리어는 그렇게 일상 속으로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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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직접 셀프 인테리어에 도전해보고자 한다면, 우선 인테리어 전문 블로그나 관련 서적을 참고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다른 것이 아니라 ‘집’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약간의 각오가 필요하다. 그림은 연필로 그리고, 지우개로 지울 수 있다. 하지만 인테리어는 연필로 그리고 지우개로 지울 수 없는 종류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소소하게 홈데코를 하려 한다면 괜찮겠지만, 실내 구조를 바꾸거나 벽지나 타일 관련 시공 등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은 재료와 시간, 그리고 지식을 충분히 쌓고 시작해야 한다.
 
특별한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직접 가구를 리폼하거나 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약 직접 가구를 리폼할 만한 시간이나 공간 확보가 어렵고 과정이 부담된다면 관련 공방을 방문하면 된다. 최근 DIY가 유행하면서 여러 공방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디자인을 구상해서 가져가면 전문가가 재료 선택을 도와주고 견적을 뽑아준다. 기본적인 것들이 공방에서 가공된 후라면 조립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집에 있는 가구를 리폼하고 싶은 경우에도 샵에 맡겨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셀프 인테리어를 셀프가 아니라 투게더인 것처럼, 외롭지 않게 도와주는 정보나 시설이 생각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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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셀프 인테리어 열풍은 점점 더 큰 흐름을 만들고 있다. 최근, 셀프 인테리어는 개인적인 삶의 경계 안에서만 일어나는 활동이 아니게 되었다. 사회적으로 분위기를 형성하고, 주거 형태를 바꾸거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아파트의 평면을 예로 들면, 예전에는 아파트의 평면이 편리함을 위해 대부분 정형화 된 채였다. 하지만 건축기술이 발달하면서 아파트의 수명이 늘어 그만큼 오래 거주할 수 있으며, 소비자들의 인테리어 욕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입주민의 개성에 따라 아파트 구조와 인테리어를 원하는대로 바꿀 수 있는 아파트 평면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아파트 평면이 유연하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거실 벽을 다시 디자인하고, 안방의 부부 욕실을 드레스룸으로 바꿀 수도 있다. 또 생애 주기를 고려하여 디자인되어 있어서, 부모와 자녀가 같이 살다가 자녀가 출가하면 가변형 벽체를 세워 집을 2채로 나눠 임대하는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새로운 방송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JTBC의 ‘헌집새집’이 바로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 인테리어 프로그램과는 달리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게 아니라, 스튜디오에 의뢰인의 방을 재현하여 꾸미는 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냉장고를 부탁해’의 방식을 일부분 차용하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디자이너들이 대결구도로 자신의 역량을 뽐낼 수 있게 하였다. 현실적인 고려 사항도 곁들여져 있는데, 인테리어는 돈이 많이 들고 어렵다는 편견을 바꾸기 위해 99만원이라는 요금의 한계로 쉬운 인테리어 노하우들을 알려 줄 예정이라고 한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셀프 인테리어를 하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셀프 인테리어 팁을 보여줄 수 있다. 셀프 인테리어가 새로운 방송 트렌드를 낳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셀프 인테리어를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매일 무엇을 입을까 고민하고 개개인의 취향껏 옷을 입듯 결국 방에게 새 옷을 입혀 주는 것이다. 그리고 다르게 보면, 자기 자신의 생활이 담기는 공간이 스스로의 방이니만큼, 셀프 인테리어는 마치 공간 위에 그려진 초상화와도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기에 더욱 스스로의 방에 애착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테리어를 하는 모든 과정에 자신의 손길이 닿는 셀프 인테리어. 아마 그런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셀프 인테리어에 주목하는 것 아닐까.
 




* 참고 자료

http://blog.simonton.com/true-false-cant-get-windows-winter/
http://www.archiexpo.com/
http://blog.daishin.com/1444/
http://blog.hyundai.co.kr/TALK/Story/Hyundai-self-build.blg#.Vm9xSkqLRD8/
http://enter.jtbc.joins.com/newhouse/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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