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이 없던 시절, 서로의 속 깊은 이야기를 할 때 항상 우리는 편지의 힘을 빌리곤 했다. 편지가 없으면 멀리 있는 사람과 서로의 소식을 전달하고 전해받는 것이 불가능 했던 시절이 있었다. 편지를 보내고 편지가 잘 도착했는지, 잘 받았는지, 편지가 내 손을 떠난 뒤의 그 소식을 도통 알 수가 없어 조마조마하던 그 심정. 그렇게 답장이 오는 그 순간만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영화 '디어존' 중에서
이렇게 편지는 우리 마음을 고백하고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자, 편지 그 자체로도 굉장한 힘을 갖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수 많은 편지 중에서도 그 누구도 절대 기다리지 않는, 평생 받지 않았으면 하는 편지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편지, 바로 그녀가 존에게 보내는 '디어 존 레터'이다.
Dear John
Oh how I hate to write
Dear John
I must let you know tonight
That my love for you has died away like grass upon the lawn
And tonight I wed another, dear John.
Dear John
Won't you please send back my picture?
My husband wants it now
When I tell you who I'm wedding you won't care, dear, anyhow
And it hurts me so to tell you that my love for you has gone
But tonight I'll wed your brother, dear John.
친애하는 존,
오 이 편지를 얼마나 쓰기 싫은지 몰라요
하지만 오늘밤 당신한테 말해야겠어요.
당신에 대한 내 사랑이 잔디밭의 풀들처럼 시들어 버렸다는 걸
그리고 오늘밤 나는 다른 사람과 결혼해요
친애하는 존,
내 사진을 돌려주겠어요?
내 남편이 지금 그것을 원해요
내가 누구와 결혼할 건지 말한다면 당신은 그 사진을 더 이상 갖고 싶지 않을 거예요
당신에 대한 내 사랑이 사라져버렸다는 얘길 하려니 너무 마음이 아파요
오늘 밤 난 당신 동생과 결혼해요.
(출처 : 홍경택 디어 존 레터, ArtRage, 2015)
왜 디어 존 레터가 왜 가장 슬픈 편지라고 말하는지 알겠는가.
이 편지는 전쟁에 참전 중이던 존이라는 병사가 그의 연인으로부터 받은 편지에 적혀있던 글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자신의 연인이 자신의 동생과 결혼하게 되었다는 이 슬픈 사연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이 때 당시 여러 가수에 의해 노래로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90년대 올드팝 'The end of the world'의 가수 스키터 데이비스의 또 하나 알려진 곡 중 하나인 'Dear John Letter'가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다.
[ Skeeter ]
Dear John oh how I hate to write dear John I must let you know tonight
That my love for you has died away like grass upon the lawn
And tonight I wed another dear John
[ Bobby ]
I was overseas in battle when the postman came to me
He handed me a letter and I was just as happy as I could be
Cause the fighting was all over and the battles have all been won
But then I opened up the letter and that started dear John
Won′t you please send back my picture my husband wants it now
When I tell you who I′m wedding you won′t care dear anyhow
And it hurts me so to tell ye that my love for you has gone
But tonight I wed your brother dear John
[ Skeeter ]
And tonight I wed another dear John
<♬Skeeter Davis - Dear John Letter>
이후 영미문화권에서는 ‘Dear John Letter'를 주로 여자가 남자에게 이별을 전하는 의미의 관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는 'Dear John'만으로도 그 의미를 나타내는 관용어로 쓰이고 있다.
[명사] (美구어) Dear John (Letter)
(애인·약혼자에 대한 여자의) 절연장, 파혼장; (일반적으로) 절교장.
누군가의 가슴 아픈 지극히 개인적인 사연이 모티브가 되어 노래로, 영화로, 문학작품 등으로 승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편지의 주인공 존에게는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을까. 그의 의사와 상관없이 멋대로 세간에 알려졌다는 사실에 화를 낼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되었든 중요한 것은 과거 우리가 존의 이야기를 그저 슬픈 이야기로만 듣고 끝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극히 사적이고 사소한 한 개인의 이야기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는 것에서도 모티브를 얻어 하나의 예술의 소재로 재탄생하는 것을 보니, 역시 예술이라는 것은 결국 우리 주변의 것, 지극히 일상의 그 무엇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다.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지금 어떤 한 순간이 누군가에 의해 이렇게 예술의 소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누가 알겠는가. 그 때의 존이라고 알았겠는가, 자신의 사연이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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