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갖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도 가질 수 없어
메트오페라 ‘카르멘’
김지현(ART Insight SNS 운영팀)

<공연정보>
공연명: 메트오페라 ‘카르멘’
가격: 성인 30000원, 청소년 15000원
장소: 메가박스
자세한 사항은 메가박스 홈페이지를 참조해주세요
나는 며칠 전, 오페라를 영화관에서 관람하는 아주 특이한 경험을 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카르멘’을 폭신하고 편안한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으며 볼 수 있다니(이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 그야말로 ‘올ㅋ’
Carmen: "L'amour est un oiseau rebelle" (Rachvelishvili)
스크린으로 보는 오페라 ‘카르멘’은 실제 오페라와 같이 휴식시간을 포함해 약 3시간이 좀 넘었다. 오랫동안 앉아있으려니 좀 힘들긴 했다. 하지만 말하건데, 오페라 ‘카르멘’은 꼭 한번쯤은 봐야 할 무대였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보는 오페라는, 두 번 볼 만한 경험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야깃거리가 많아서 어디부터 해야할지 모르겠다. 일단 전체적인 구성에 대해 언급하고 다음에 내용에 대해 말해보겠다. 먼저 막을 올리기 전, 남녀 무용수의 춤을 보여줬던 것이 인상깊었다. 이번 막에 다룰 내용을 춤으로 표현한 것이었을까. 1,2막 전에 보여줬던 춤과 3,4막의 춤의 느낌이 달랐다. 1,2막이 경쾌하고 장난치는 듯한 분위기였다면, 3,4막 전의 춤은 애달프고 비극적인 느낌을 줬다.

그 다음으로 놀랐던 것은 경악할 규모의 무대장치와 오페라 단원들이었다. 확실히 미국에서 가장 큰 클래식 조직답게 스케일이 컸다. 회전하는 거대한 무대장치로 효율적인 장면전환과 함께 배우들의 동선들도 정리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광장에서 교대 시간을 기다리는 군인들의 수, 담배공장에서 일을 하고 나오는 집시 여자들의 수는 한국의 무대를 능가했다. 소년과 소녀 오페라 단원들(?)도 1,2막에서 경쾌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실제로 군인들을 쫓아다니며 따라하거나 장난치는 모습을 그대로 옮겨놔 아이들의 등장이 어색하지 않았다.

이렇게 1,2막이 끝나고 중간에 인터미션(휴식시간)이 있었는데, 이 때 촬영된 오페라답게 내려진 막 뒤에서 무대 연출가들이 어떻게 무대를 이동하는지, 그리고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 자신의 배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터뷰한 장면을 보여줬다. 쉬는 시간에 보여주기에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우리가 실제 오페라 극장에서는 보지 못하는 무대의 뒷모습이나, 막 연기를 끝마친 배우들의 생생한 후기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깨알같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후원 홍보 영상도 나오는데, 마케팅을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촬영된 오페라로 친근하게 다가간 뒤 관객들이 더 생생한 공연을 보기 위해 메트 오페라를 찾게 만드는 펀드레이징 마케팅은 세계적인 단체라는 자부심이 있기에 가능한 마케팅이 아닐까.

본격적으로 오페라 ‘카르멘’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여태껏 봐왔던 오페라와 달리, 아주 파격적인 여성인 ‘카르멘’은, 오페라를 보는 내내 공감하면서도 보기 불편하게 만드는 정말 ‘마녀같은’ 여자였다. 은근한 유혹으로 돈 호세를 포로로 만들지만 돈 호세에게 사랑이 식자 “당신을 사랑하느니 죽겠다” 라는 말로 아주 매몰차게 거부한다. 사랑을 위해 쟁취하고, 죽음까지 불사하는 그녀는 저돌적이면서 솔직하며, 열정적이었다.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정말 정열적이었기에, 남자들이 그녀에게 끌렸을 것이다. 그야말로 팜므파탈의 정석, 밀당의 고수이다.

사실 나는 주인공인 카르멘 말고도, 조연이었던 ‘미카엘라’ 역의 배우에게 더 관심이 갔다. 의상도, 머리 스타일도, 심지어 소지품에서도 ‘순박한 시골 처녀’의 이미지를 정말 잘 살렸다. 파랑색 단아한 드레스에 우아하게 반묶음한 머리, 카르멘과 다르게 수줍고 소극적인 몸동작과 사랑스런 미소, 그리고 돈 호세만 바라보는 순애보까지. 머리부터 발 끝까지 카르멘과 반대 역할인 미카엘라를 훌륭히 소화해냈다. 돈 호세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애정과 부끄러움이 느껴졌고, 처음 번화가로 온 시골처녀답게 어색해하는 모습이나 다른 남자들을 경계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비록 조연이지만 카르멘과의 대조적인 모습으로 카르멘을 돋보이게 만든 조연이라면 그 맡은 역할의 최대 효과를 끌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카엘라가 백합이라면 카르멘은 사루비아다. 백합의 꽃말은 순수한 사랑, 사루비아의 꽃말은 불타는 사랑, 정열이다. 관능적이면서 자유로운 카르멘은 의상 역시 정열적인 빨강색을 사용했다. 머리 스타일도 구불구불한 웨이브머리이다.
집시였던 그녀는, 사회에서 정상적인 직업을 가질 수 없도록 법적 제한을 받았기 때문에 남들이 하지 않으려는 밑바닥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거나 도둑질, 암거래, 밀수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끝없이 도피, 유랑생활을 계속했는데, 그녀는 그것을 ‘자유’라고 표현했다. 집시에게 가장 큰 재산은 자유이기 때문에, 돈 호세의 구속받는 사랑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성실한 군인이자 아들의 삶을 살아왔던 돈 호세에게 카르멘의 삶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해할 수 없었기에 떠나가는 새를 새장 안에 잡아두려는 돈 호세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결국 그 안타까움과 죄책감이 분노로 변하고 살인까지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은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인간의 절망이 어디까지 치닫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너무나도 치명적이었던 카르멘, 그리고 그 향기에 이기지 못한 가련한 돈 호세. 모든 시작은 카르멘으로부터, 모든 결말도 카르멘이 주도해나갔던 비극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카르멘을 미워할 수 없다. 돈 호세 역시 마찬가지이다. 얼핏 들으면 막장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절절함으로 살려낸 비제에게 박수를 보낸다.

처음으로 본 오페라 ‘카르멘’은 글로 보는 것보다 훨씬 강렬했다. 세계적인 메트 오페라의 능력과 규모를 경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처음 본 사람에게만 해당된다. 흥미 끌기, 또는 맛보기 위주로는 괜찮을 수 있는 공연이었지만, 이미 오페라를 경험한 사람이나 전공자와 같이 생생한 현장감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실망할 것이다. 영화관의 스피커가 실제 공연장의 감동을 그대로 전해주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한 번쯤은 괜찮지만, 두 번은 꺼려지는 경험이었다. 러닝타임도 굉장히 긴 이유도 있다.
하지만 처음 본 나로서는 유명했던 ‘투우사의 노래’라던가, ‘아바네라’같은 곡을 직접 배우들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전부 한글 자막이 있었기에 명곡의 내용도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어서 내용 이해가 좀 더 원활했다. 비록 단점도 많았지만, 이런 세계무대를 촬영본으로나마 미리 접하면 실제로 메트 오페라를 볼 때 더 감동받을 수 있을 것이다.
http://www.summitdaily.com/news/13589761-113/opera-carmen-bizet-breckenridge
https://www.youtube.com/watch?v=4FPTNiit0Uk
http://www.forumcinemas.ee/Event/300176/
http://www.spainculturenewyork.org/whats-on/calendar/event/carmen-at-the-metropolitan-opera-conducted-by-pablo-heras-casado-2/
http://bachtrack.com/review-carmen-rachvelishvili-antonenko-september-2014
http://www.operanews.com/Opera_News_Magazine/2010/4/Review/NEW_YORK_CITY_%E2%80%94%C2%A0Carmen,_The_Metropolitan_Opera,_1/8/10.html
http://observer.com/2014/10/director-stefan-herheim-finds-the-raw-and-sensual-in-carmen-and-rusal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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