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 예 : 인형의 집

글 입력 2014.12.15 20:1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712e87ec_PIC687B.jpg
 
 
인형이 선사하는 유토피아 

Yae LY의 작업은 철저히 나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시작한다. 작가가 성장하면서 겪었던 해외로의 잦은 이동과 불안정한 심리상태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실존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게 된다. 항상 변화할 수밖에 없었던 ‘집’이라는 물리적인 공간과 본인에게 심리적인 위안을 주었던 '인형'이라는 두 요소는 Yae LY 작품의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진정한 안식처로 자리 잡지 못한 집은 인간이 가진 정체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사유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작가는 그 당시 생활하던 공간이 가져다준 기억과 감정들을 물질로 고정시키고 그것들을 직시한다. 여기에는 현실의 제약에 얽매이지 않고 본인의 내면을 마음껏 투영할 수 있는 인형이란 매개체가 등장한다. 어린 시절, 내면으로의 순수한 몰입을 이끌어 주던 인형은 타자이면서도 곧 자기 자신이다. 인형의 집 시리즈에는 작가가 거쳤던 다양한 공간 그리고 정제되지 않은 감정들이 녹아들어있으며 이번 전시를 통해 대중과의 진솔한 소통을 시도하려고 한다.
 
인간은 집이라는 물리적이고 정신적인 울타리 안에서 하나의 인생을 만들어 간다. 집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나라는 존재를 파악하고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작가에게도 중요한 의미로 자리 잡은 집은 단지 외부환경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건물의 의미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과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 그리고 그 안에서 규정된 정체성을 포괄적으로 상징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느끼는 문화적 이질감으로 인해 작가는 삶의 근본이 되는 집이라는 공간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Yae LY는 주변 공간을 관찰하고 그 안에서 흘러가는 시간, 만남, 감정 등을 다양한 이미지를 축적하고 내면화한다. 그리고 그 기억을 통해 집이라는 공간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새로운 의미를 더해가고 특별해진다. 집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은 본인만의 언어로 화면에 표현되며 보는 이와 공유하게 된다. 국경과 시공의 경계를 넘나들며 집에 새겨진 한 개인의 기억은 유토피아적 형상들을 통해 현실의 의미를 뛰어넘는다.
삶이란 자기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찾아가는 과정이다. 우리의 일생을 되짚어본다면 유년기의 기억은 삶에 있어서 첫 흔적일 것이다. 그 당시 주변은 잊은 채 몰입했었던 놀이에 대한 기억은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우리는 단순한 놀이를 통해 마음껏 상상하며 독특한 세계를 창조했던 경험이 있으며 이는 어른이 되었을 때도 영향을 미친다. 작가가 어릴 적 즐겼던 인형놀이는 이제 예술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어린아이가 보여주는 현실을 변형하고 재조합하는 유연성은 예술가가 하는 행동과 매우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 현실에서 좌절되거나 금기시되는 욕구는 이제 인형의 환상 속에서 대신 충족되고 오히려 예술로 승화된다. 인형은 인간의 형상을 닮았기에 일반적인 오브제에 비해 강력한 심리적 투사 대상이다. 인형은 나라는 존재의 또 다른 신체적 장이거나 혹은 이를 더욱 확장시킨다. 이처럼 인형은 물성을 지닌 오브제인 동시에 내면의 자아를 담아내고 드러내는 분신이다. 작가는 자기 자신이 아닌 인형을 통해서 세상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인형의 내러티브를 강조하고 있는 사진 작업들은 이러한 주제의식을 좀 더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인형에게 과감히 투사되는 본인의 고독, 슬픔, 공허함 등은 사실 현대인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심리적 상태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거울 보듯이 이를 직면하게 하여 우리가 가진 실존의 문제를 이야기하고자 있다.
작가는 작업과정에 있어서 한 가지 매체를 고집하기 보다는 다양한 매체로의 변화를 추구한다. 나라는 존재부터 시작하여 이를 인형에 투사하고 사진으로 고정시킨 후 다시 평면으로 표현하는 매체의 변화와 이동은 작가에게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이끌어낸다. 특히 사진은 인간의 시각을 단순히 대체하기보다는 그 이상의 재현을 추구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사진은 회화의 밑그림과 같은 습작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셔터를 누르는 순간 개입되는 무의식은 화면에 환상을 불어넣어준다. 사진에는 수많은 변수가 개입하기 때문에 우연적 요소가 개입되기 마련이다. 여기서 파생되는 예기치 못한 효과들과 형상의 다양한 변화는 작가만이 가진 상상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카메라에 담긴 인형의 적나라하고 원초적인 순간은 캔버스에 옮겨지면서 집이라는 작가의 정체성과 어우러져 재해석되고 재구성된다. 여기에 난무하는 즉흥적 표현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하는 감정의 흐름과 에너지를 표현하고 있다. 이는 집이 가진 이미지와 인형을 매개로 한 자아의 확장을 통하여 상상이 더해진 순수한 표현의 결과이다. 작가가 추구하는 반추상의 비현실적인 화면은 유토피아와 영원을 꿈꾸며 끝없이 무언가를 열망하는 작가의 의지를 효과적으로 반영한다.
 
Yae LY는 정착할 수 없었던 집이라는 공간에서의 감정과 기억을 작업의 근간으로 한다. 그리고 성장과정에서 작가와 항상 동일시되었던 인형은 나를 위로해주는 또 다른 자아가 되고,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울이 된다. 현실의 법칙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어린 시절의 인형놀이는 이제 본인을 둘러싼 환경과 진지하게 상호작용하면서 작가만의 우울한 유토피아를 만들어낸다. 인형이라는 변형된 형상에 자신의 내면을 중첩시킴으로써 보여주고자 하는 인간의 실존과 고독은 누구에게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사진 매체의 적극적인 활용은 감정의 자유로운 연상을 효과적으로 유도하고 있으며 이는 다시 회화라는 형식을 거쳐 또 다른 추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자유분방하게 흩뿌려진 감정의 파편들이 의식과 무의식의 요소들과 함께 만들어내는 진지한 화면은 보는 이의 경험과 기억을 연관시킬 수 있는 소통을 이끌어 내고 있다. 

김미향갤러리 도스
 
갤러리도스
 
 

 
 
갤러리도스
예 : 인형의 집
2014-12-17 ~ 2014-12-23
[조호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