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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Review] 상처 위에 자라나는 것 - 흉터 쿠키
그렇게 굳어진 흉터는 새살을 밀어올린다.
통증이 없어진 상처는 잊힌다. 등장과 동시에 우리의 가장 큰 관심이 되던 상처는 그 통증의 부재와 동시에 희미한 존재감으로만 남게 되는 것. 그리고 조금 특수한 어느 날이 있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크건 작건, 오래된 흉터가 자꾸만 눈에 밟히는 날. 그런 날이면 우리는, 흉터는 상처 위에 남겨지므로 흉터는 상처의 흔적이라는, 그러므로 흉터에 대해 얘기
by
차승환 에디터
2022.11.14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그의 책은 친절한 사람을 얼마나 많이 만들었을까?" [도서/문학]
정세랑, 『아라의 소설』
당신이 모든 것을 대수롭지 않아해서 좋아해요 지루해하고 시시해하는 표정이 좋아요 - 〈호오好惡〉 중에서 최근 주변에서 책 추천을 부탁하면 어김없이 언급했던 책이 있다. 바로 정세랑의 미니 픽션 “아라의 소설”이다. 지난 여름(2022.08.24.) 발간된 “아라의 소설”은 정세랑 작가의 첫 ‘엽편소설집’으로, 작가가 등단한 시기부터 최근의 작품들까지 10
by
김윤비 에디터
2022.10.23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공부합시다! 국영수 말고요. [도서/문학]
공부해, 그럴 때일수록.
오랜만에 지인을 만났다.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 지냈던 사람이고, 대화를 하고 있으면 그 됨됨이와 깊이에 자주 감탄하게 만들던 사람이었다. 저녁 무렵, 예전보다 조금 더 피곤해 보이는, 그러나 조금은 더 깊어진 얼굴을 한 지인을 마주했다. 나의 여행지였던 곳에서 여전히 머물고 있는 지인의 끈끈한 삶이 실핏줄처럼 가늘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미세하게 그려졌다.
by
차승환 에디터
2022.10.13
리뷰
도서
[Review] 슴슴한 평양냉면 맛 에세이 - 끼니
먹고, 살고, 울고, 웃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음식 얘기라면 언제나 군침을 흘리며 듣는 편. 굳이 맛집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무릅쓰진 않더라도, 육해공에 각종 채소까지, 나는 거의 모든 음식을 제법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어치울 수 있는 위장은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의 성정에서 비롯된 것일 테지만, 음식을 가려서 챙겨 먹는 것은 인간 각자의 개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게 시간과 장
by
차승환 에디터
2022.10.11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여행이 간절하고, 문득 두려울 때 [도서/문학]
먼저 떠난 사람이 전하는 말.
지금 떠나는 게 맞을까. 거의 충동적으로 제주도행 티켓을 끊고서 뒤늦은 고민에 잠긴다. 예약된 날짜는 겨우 며칠 뒤. 그러니까 갑작스레 태풍이 불거나 지진이 일어나는 천재지변, 혹은 항공사의 무리한 운행으로 인한 기체의 결함과 같은 인재(人災)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나는 곧 제주도 땅을 ‘다시’ 밟게 된다는 소리. ‘다시’라는 단어에 힘을 준 까닭
by
차승환 에디터
2022.09.23
리뷰
도서
[Review] 문학이기 때문에 - 다락방의 미친 여자
그럼에도 여성에게는 문학이 있었다.
문학은 인간에 대한 가장 섬세한 이해라고 믿는다.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인물의 이해할 수 없는 언어와 행위마저 끝끝내 감싸는 일. 타인을 주체로 대하여 그들의 내면에 오감을 집중하는 일. 문학의 역할은 그런 것이고, 그래야만 하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언제나 그래왔던 것은 아니다. 문학의 주체를 주체로서 받아들이지 못했던 어두운 역사가 선명한 기록
by
차승환 에디터
2022.09.22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쟤는 분명 지옥에 갈 거야. 우릴 슬프게 했으니까. [도서/문학]
이소호 시집, 『캣콜링』
“쟤는 분명 지옥에 갈 거야. 우릴 슬프게 했으니까.” 시집은 마치 결단처럼 읽히는 시인의 말로 시작된다. 캣콜링,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거리에서 지나가는 불특정 여성에게 말을 거는 노상 성희롱’을 뜻한다. 강렬하고 짧은 제목에 걸맞게 문자 그대로를 전시하는 것만으로 한눈에 통쾌함을 선사하는 시도 있지만, 이소호의 『캣콜링』 안에서 읽을 수 있는 메시지
by
김윤비 에디터
2022.09.17
리뷰
PRESS
[PRESS] 침잠하는 푸름, 생동하는 은유 - 여름의 피부
‘푸른 그림’에서 유년과 여름과 우울과 고독을 길어 올리다
『여름의 피부』는 잡지사 에디터로 다양한 글쓰기를 해온 이현아 작가의 첫 예술 산문집이다. 저자는 노트 한 면엔 그림을 오려 붙이고 나머지 한 면엔 그림에 대한 글을 쓰는 그림일기를 쓰며 문득 자신이 모은 그림들에서 ‘푸른 기운’을 발견했다. 고유한 시선으로 세계 각국의 화가 스물네 명의 ‘푸른 그림’을 관찰하며 유년과 여름과 우울과 고독에 관한 내밀한
by
윤희지 에디터
2022.09.05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바다는 물론 잘 있겠지요 [도서/문학]
그러니 서로 다른 바다를 상상하는 것도
점점 줄어드는 통장 잔고가 눈에 보인다. 숫자는 빠르게 깎여나간다. 채워놓은 것이 적고, 채워질 구석은 없으니 당연한 수순이다. 요즘은 먹고, 자고, 아주 조금만 움직인다. 벌써 꽤 오랫동안, 끝을 정하지 않고, 이런 시간을 보낸다. 불안감은 거의 매일 찾아온다.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쉼.’ 휴식은 휴식일 뿐이고, 휴식은 휴식이어야 할 테지만, 그런
by
차승환 에디터
2022.09.02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당신은 꿈미래실험공동주택에 입주하시겠습니까? [도서/문학]
이상하게 불편하고 소름돋는 공동육아 스릴러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한 아이를 바르게 키우기 위해 개인 차원이 아닌 공동체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구병모 작가의 『네 이웃의 식탁』 속에도 공동육아를 활용해 저출생을 탈출하기 위한 제도가 하나 있다. 바로 꿈미래실험공동주택이다. 입주요건은 다음과 같다. <꿈미래실험공동주택 입주요건> 기본 요건 - 자녀 1명 이상인 가정 - 42
by
강현아 에디터
2022.08.15
리뷰
도서
[Review] 카메라를 들어 사람들을 연결하다 : 책 '비비안 마이어'
수많은 이들이 그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외골수 같은 삶을 살면서도 사람을 쫓고, 담고, 이를 통해 세상과 연결되었던 사람을.
사진.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은 주제다. 관심이 아예 없다기보다는 서서히 꺼진 쪽에 가까운. 기억하는 건 중학생 2학년 때인데, 한창 DSLR을 갖고 싶었다. 용돈을 꼬박꼬박 모으고 혹여나 누가 훔쳐갈까 서랍장 깊은 곳에 숨겨두었는데 어느샌가 열망이 닳았다. 그 돈을 후에 어디에 썼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카메라를 사지 않았고. 이삼 년 전까지만 해도 사
by
박윤혜 에디터
2022.08.14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오늘 우리는 동물로서 말한다. [도서/문학]
이동시의 『절멸』, 인류세의 현실을 마주해야 할 때
홀로세의 지구 공식적으로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를 일컫는 지질학적 용어는 ‘홀로세’이다. 홀로세는 인류가 자연과 조화로운 완전한 시대 즉, 지구가 탄생한 이래 아주 특별하고 유일한 시대이자 지금의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바로 지금 이 시대이며, 홀로세의 지구는 인류에게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인 행성이다. 특히 인간 문명의 탄생은 홀로세의 온화한 기후로부터
by
김윤비 에디터
2022.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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