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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문학
[Opinion] 잔해 속에서의 손짓. [문학]
아직 작별이 흐릿해 보이는 이유는 인사를 건네는 그들의 손짓이 여전히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덜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두 번의 조문을 다녀왔다. 죽은 자를 보내는 의식 속에 위치하는 건 매번 낯선 일이다. 몇 년 전 가까운 사람 둘을 떠나보내며 겪었음에도 여전히 장례 기간 중에는 머리가 멍해지는 종류의 둔중함 같은 게 자리한다. 세상을 떠나는 게 작별일까. 거기에 별다른 의심 없이 작별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걸까. 인사를 채 나누지 못하고 멀어지는 건 작별
by
조원용 에디터
2022.01.04
리뷰
도서
[리뷰] 잘 다듬어진 화살, 올곧은 여행자로 살아가기 - 소마
목적지에 도달한 뒤, 삶의 태도
“지금 미래를 알 수 없지만, 현재와 과거의 점을 연관 지어 볼 수 있다. 현재와 미래가 어떻게든 연결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믿음을 가져야만 한다.” 위는 스티브 잡스가 남긴 말이다. 지금의 선택으로 행해진 ‘점’들은 사라지지 않고, 분명 찍혀있어서 어떠한 ‘선’을 이룰 것이라는 뜻으로, 현재 쓸모없는 일은 없음을 밝힌다. 채사장의 소
by
심은혜 에디터
2022.01.01
리뷰
도서
[Review] 외계인에게 인간을 설명해야 한다면 주고픈 책 - 소마
삶이 무엇인지 궁금할 때 읽어보면 좋은 소설 『소마』
『지대넓얕』 저자 채사장이 바라보는 삶의 의미 지구에 외계인이 나타나 우리 인간이 어떤 존재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소마』을 건네줄 것 같다. 이 책 한 권 안에 모든 것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문명이 생긴 이후부터의 인류의 역사와 사랑, 분노, 슬픔, 용서와 같은 감정들과, 깊게 사고하며 인생을 이어가는 인간의 모습이 한 장편 소설 안에 생생히
by
이채원 에디터
2022.01.01
리뷰
도서
[Review] 낯선 세계를 유영하기 위한 가장 아름다운 단편집 -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낯선 세계로 훌쩍 떠나보시겠습니까?
센강에 정박한 곡물 운반선에서 날아온 단편들 감각적인 표지와 서정적인 이름으로 눈길을 끄는 책,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는 ‘문학 실험실’ 파리 리뷰가 주목한 단편 열 다섯 편을 모은 책이다. ‘파리 리뷰’가 뭔데? 라고 질문을 던질 독자들에게 파리 리뷰가 창간호에서 밝힌 목표를 소개하고자 한다. “<파리 리뷰>는 요란한 선동가나 음모꾼이 아닌 좋
by
전지영 에디터
2021.12.19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극한 상황 속, 인간성을 잃지 않은 사람들 [도서]
“우리 모두가 생존자이며 또 생존자가 되어야 하는 시대이다”(p.21)
테렌스 데 프레의 책, 『생존자(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핵심정보 위주로 3개의 장으로 간추릴 수 있다. 내용은 전반적으로 세계 2차 대전의 생존자를 중심으로 다루며, 1장에서는 실제 생존자들의 사례를 통해 생존자의 모습을 담아낸다. 2장에서는 생존자들의 협력과 저항에 관한 글을 전개하고 있으며, 생존자들이 살아남기 위한 두
by
심은혜 에디터
2021.12.10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양해 바랍니다 - 채식주의자(한강, 2007) [도서/문학]
상식과 이해는 소통의 조건이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이란 비유로 우리의 난제는 무엇인지 반추해보자.
사사로운 동기는 강력하다.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 수상작인 『채식주의자(한강, 2007)』를 추천한다는 친구의 말을 넘겨들은 지 수년이 지났다. 동 작가의 최신작 『작별하지 않는다(한강, 2021)』를 읽을 독자들에게 나름 연계적인 탐독을 권하는 명분 한 숟가락을 얹기로 하자 자연스레 책장이 넘겨졌다. 선혈과 욕정의 장면들은 필자로 하여금 자기 검열
by
윤하정 에디터
2021.11.28
리뷰
도서
[Review] 기우, 허구도 아닌 진실 - 기후의 힘
기후는 어떻게 인류와 한반도 문명을 만들었는가?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을 볼 때면 코로나 19의 영향력을 새삼 느끼곤 했다. 특히 원격수업만으로 이루어졌던 지난날에는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을 하는 아이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어릴 적 나는 방과 후 수업을 끝내고 친구와 흙이 가득한 운동장에서 해가 뉘엿뉘엿 저물 때까지 놀아서 그런지, 텅 빈 초등학교 운동장을 지날 때면 더욱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 같
by
심은혜 에디터
2021.11.28
칼럼/에세이
칼럼
[칼럼] K-POP이 신화가 아닌 역사가 되려면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위계의 그림자를 해부하다
하루라도 음악을 듣지 않는 날이 없는 ‘음악 마니아’인 나는 음악에 관한 모든 콘텐츠를 즐겁게 향유하지만 단 하나, 음악 평론만은 잘 즐기지 못한다. 기분 좋게 들었던 음악이 저평가를 받아 속상했던 경험들 때문이다. 특히, 한 아티스트를 그의 음악적 역량과는 무관한 연예인으로서의 행보로 장문에 걸쳐 무참하게 힐난한 평론을 읽은 기억이 불쾌하게 남아 있다.
by
조현정 에디터
2021.10.01
리뷰
도서
[Review] 현대미술 지도 펼쳐보기 : 아트인문학
틀 밖에서 생각하는 법 : 현대미술의 거장들에게서 혁신과 창조의 노하우를 배우다
‘홈’에서 나오기 김태진의 『아트인문학』은 말 그대로 예술과 인문학의 만남을 다루고 있다. 인문학은 인간을 중심에 두고 세상을 바라보는 학문인데, 이 책은 예술과 예술가를 인문학적인 차원에서 바라본다. 또 중의적으로, 문학 속에서 예술을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하다. 책에는 문학적인 표현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책 속 예술가가 된 것처럼, 대사를 서술하고
by
심은혜 에디터
2021.09.18
칼럼/에세이
칼럼
[칼럼] '사물들'에 얽매여서 빠져나올 수 없음
1960년대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 소설은 2020년대의 독자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이것이야말로 현재 우리가 가장 갈망하는 트렌드에 가깝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욕망을 자극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누군가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파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가 가진 ‘사물들’을 관찰하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의 필자인 나의 집에 들어서면 이케아에서 구매한 심플한 디자인의 가구들이 먼저 눈에 들어올 것이며, 우드와 화이트 두 가지의 컬러만을 용납한 인테리어와 분할되어 비워진 공간들이 나의 미니멀한 취향을 설명할 것이다. 옷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단색조에 한
by
황인서 에디터
2021.09.08
리뷰
도서
[Review] 여름을 보내며 - 내 마음이 불안할 때
불안을 해소하는 단순한 방법
여름을 보내며 유달리 더웠던 올여름에는 마음을 건조하게 만드는 무기력이 함께 찾아왔었다. 구멍이 있는 풍선에 있는 힘껏 바람을 불어넣는 일처럼, 자주 연료가 새어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기한이 정해져 있거나, 맡은 일은 완수했지만, 무언가 자율적으로 하는 일에는 힘을 쏟기 어려웠다. 결국 임시방편으로 어릴 적 많이 방문했던 한의원에 갔다. 선생님께서
by
심은혜 에디터
2021.09.04
리뷰
도서
[Review] 수면 아래 발을 휘젓는 백조처럼 - 벌거벗은 미술관
미술관에는 없는 미술 이야기
『벌거벗은 미술관』 5년 전, 영국박물관을 처음 방문했을 때 기억이 난다. 목을 꺾어 그 박물관의 특별한 천장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시간에 쫓겨 아쉬움만 잔뜩 가지고 돌아왔지만, 입을 꾹 다문 조각상들의 위엄은 확실히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이러한 위엄과 진지함에 대해, 책 『벌거벗은 미술관』은 하나씩 쉽게 풀어가고 있다. 책 표지 틈새로 보이는 남자의 눈
by
심은혜 에디터
2021.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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