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외계인에게 인간을 설명해야 한다면 주고픈 책 - 소마

생의 모든 의미와 사유가 담겨있는 소설 『소마』
글 입력 2022.01.01 12:4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지대넓얕』 저자 채사장이 바라보는 삶의 의미


  

7002.jpg

 

 

지구에 외계인이 나타나 우리 인간이 어떤 존재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소마』을 건네줄 것 같다. 이 책 한 권 안에 모든 것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문명이 생긴 이후부터의 인류의 역사와 사랑, 분노, 슬픔, 용서와 같은 감정들과, 깊게 사고하며 인생을 이어가는 인간의 모습이 한 장편 소설 안에 생생히 새겨져 있다.

 

소박하지만 따뜻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어린 날의 소마는 갑작스레 큰 비극을 겪는다.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소마의 마을이 습격당해 몰살당한 것이다. 세상의 전부였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은 소마는 자기 자신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잃고서는 낯선 집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사무엘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두 번째 인생은 억압과 멸시, 고통의 시간이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산스크리트어를 사용하는 아이는, 하얀 피부에 유일신을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 철저히 배척당했다. 사무엘은 자신이 당하는 불합리한 일들에 분노하거나 슬퍼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무덤덤하게 소년기를 보낸다.


그러나 다양한 인물들과 관계를 맺고, 부당한 사건들을 겪게 된 사무엘은 소마로서의 자신을 기억해내고 이 세상을 손에 움켜쥐기를 소망한다. 집을 나와 기사 교육생이 되었던 때를 지나 모두가 두려워하는 전장의 무시무시한 폭군이 된다.

 

물론 소마 본인은 진정한 폭군은 아니었다. 없는 자들에게 정당한 노동의 보상을 주고자 했고, 탐욕스러운 자들의 재산은 몰수했다. 세상을 손에 쥐게 된 소마는 평화로운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돈과 명예를 넘치듯이 가져도, 여자와 술을 잔뜩 취해도 그의 내면은 공허해져만 갔다. 무엇이 부족한지 모른 채 중장년기를 허송세월로 보내던 소마는 결국 자신이 세운 나라와 세상에 다시 버림받는다. 심지어는 눈과 코, 귀를 잃어버린 채 세상에 홀로 남는다.


소마의 삶은 매 순간이 거친 파도 같다. 파도가 몰아치다가도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며 쉴 때도 있어야 하는 법인데, 그의 인생에는 수 없는 생사의 고비가 찾아온다. 연약했던 소년에서 모두가 우러러봤던 영웅이 되고, 말년에는 사람들이 피해 다니는 부랑자가 된다. 지위, 명예, 안락함으로만 따지고 보면 소마의 인생은 불행하고, 실패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소마는 그 긴 생 동안의 느낀 모든 감정을 내려놓고 진정한 내면의 자아와 마주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세상과 자신의 합일을 이루며 삶의 진정한 끝을 이룬다. 어쩌면 끝이 아닐 수도 있다. 소마의 의식은 세상 어딘가에서 계속 공기처럼, 먼지처럼 흩어져 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단 한 명의 인생 이야기일 뿐인데 이렇게 삶의 모든 감정과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이유는 시대적인 배경과 그 상황에 따라 살던 인물들의 모습이 생생하기 때문인 것 같다. 자신이 믿는 신이 전부이고 그 외에 사람들을 학살하던 시대, 자기가 낳은 자식이 아니어도 권력과 정치적 이유로 양아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여자, 지배자들의 지휘 아래 진행됐던 마녀사냥. 있는 그대로의 나일 수 없게 만드는 사회의 변화무쌍함 속에서 나는 지금의 시대가 언뜻 비쳐 보였다. 모습은 매우 다르지만 결국 외면의 혼돈이 내면의 나를 흩뜨리는 것은 같기에.


소마는 사실 인간 전체를 놓고 보면 평균 이상으로 ‘나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일생의 많은 순간에 자기 성찰적인 모습을 보였고,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바탕으로 약한 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좀 나은 사람처럼 보였던 소마도 사실은 그저 평범한 인간이구나 싶은 부분이 많다.

 

사랑하지 않아도 여성들과 유희를 즐기고, 나이가 든 후에는 고집스럽게 자신의 말만 내세운다. 차분하고 믿음직스러운 리더에서, 자기 기분에 따라 역정을 내는 늙은이가 된다. 그래서 독자는 더 이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는 것 같다. 넘볼 수 없는 영웅의 일대기가 아니라, 나처럼 평범한 이가 겪은 인생의 풍파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쉴 틈 없이 휘몰아치는 고난과 갈등 안에서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사유를 머금을 수 있는 『소마』. 시대적 배경과 정치, 역사가 뒤섞여있지만 읽기에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이 책 한 권 안에서 인간이 모든 모습을 볼 수 있어 신기할 따름이었다.

 

삶이 무엇인지, 어떤 생을 살아야 하는지 막연한 물음이 들 때, 『소마』를 읽는다면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7001.jpg

 

 

 

아트인사이트 명함.jpg

 

 

[이채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3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