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호출로 급히 모인 부모들. 긴장한 얼굴로 선생을 기다린다. 회의실에 모두가 모이자 선생은 브리핑을 시작한다. "금일 오전 본교 2학년 3반 이노우에 미치코 양이 자살했습니다."
건조하게 그날 있었던 일을 설명하는 학생주임의 말을 듣는 부모들의 얼굴에 긴장이 감돈다. 모두가 하교한 시간, 왜 다섯 아이만 학교에 남았을까. 왜 그 아이들의 부모들이 학교로 불려왔을까. 교장이 입을 연다. "학교로 편지가 한 통 왔습니다. 도다 선생님 앞으로요."
학생주임이 편지를 읽기 시작한다. "저는 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무시만 당했습니다. 원인은 잘 모릅니다. 그저 제가 나쁜 것 같다는 점만 압니다. 그래서 사과도 해봤어요. 하지만 용서해 주지 않았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따돌림은 점점 심해졌고, 학교에 가기 괴로웠어요. 아침에 눈을 뜨는 것도 견디기 힘들었고, 그런 제 자신이 너무 싫었습니다. 정말로 죄송해요. 선생님께서 몇 번이고 괜찮으냐고 물으셨지만, 아무 얘기도 하지 못했어요. 걱정 끼쳐서 죄송합니다. 같이 도시락 먹자고 해주셔서 기뻤어요. 선생님 수업도 재미있었습니다. 선생님 반이라 다행이에요."
학생주임이 머뭇거리다 편지를 마저 읽는다. "2학년 3반. 시노, 미도리, 노도카, 레이라, 아이리."
부모들은 고마웠던 친구의 이름을 쓴 게 아니냐며 편지 내용을 부정한다. 그러다 끝내 자살한 아이를 모욕한다. 거짓말을 잘하는 학생 아니었냐고. 편지를 남긴 걸 보니 맹랑한 아이라고. 그 애는 아빠도 없고 엄마는 슈퍼에서 알바나 하는 사람이라고. 그러다 라이터로 유서를 불태운다. 조각내서 씹어 삼킨다. 유서가 불타고 삼켜진 게 세상에 알려지면 좋을 게 없으니 이 유서는 존재하지 않는 걸로 하자고 선생들을 종용한다.
부모들의 면면은 이렇다. 현직 선생에 전직 경찰, 중학교 동문회 회장까지. 선생은 학교에서 거절하기 힘들 법한 프레임을 짜서 왕따 사건이 아닌 비관 자살로 만들려 하고, 동문회 회장은 자신이 알고 있는 소문들을 읊어 미치코를 문제아처럼 만든다. 전직 경찰인 노도카의 할아버지는 따돌림을 인정하고 훈육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지만, 노도카의 할머니는 손녀를 감싸기 위해 핸드폰 속 증거들을 지우라 한다.
"누구든 제 자식은 예쁜 법이지.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언제 어떻게 책임을 집니까?"
"그런 허울 좋은 말..."
"허울 좋은 말이 아닙니다. 혼내고 가르쳐서 다시 일으켜 세울 생각을 해야지요. 바른길로 나아가게 해야지요. 그게 부모의 책임 아닙니까?"
하지만 료헤이는 끝까지 저항했다.
"인정하면 끝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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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부모는 대체 어떤 사람인가. 아이를 올바르게 키우려는 마음보다도 처벌을 피하는 게 우선인 부모. 아이의 씀씀이가 달라진 것도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늦어진 것도 모를 정도로 무관심한 부모. 아이의 변화를 알면서도 귀찮아서 모르는 척하는 부모. 그런 부모들의 민낯이 나온다.
학교는 비난을 피하고 싶기에 사건을 은폐하려는 '가해자의 부모' 편으로 기운다. 아이들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고 회의실에 모인 부모들과 선생들만 등장하니 학생들보다 그 부모와 선생에게 시선이 간다. 그리고 생각하게 된다. 내가 가해자의 부모라면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가해자의 부모가 되는 것은 두렵고 막막한 일이다. 아이의 잘못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자신의 교육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것도, 앞으로의 교육 방향을 정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가해자의 부모임을 받아들이지 않고 훈육을 회피한다면 아이들은 어떤 어른이 될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 처벌받지 않은 아이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 애들, 평소랑 다를 게 없어요. 그냥 있어요. 교실에요."
"그게 어쨌다는 거죠?“
도다 선생은 표정 없이 다섯 소녀의 말을, 자신과 아이들의 대화를 되풀이했다.
"나쓰키, 아직도 집에 가면 안 돼? 나쓰키, 화장실. 나쓰키, 배고파, 피자 시켜 줘, 피자. 너... 알고 있니? 미치코가 죽었어. 알아? 아, 죽었구나. 있잖아. 그럼 우리 다 같이 장례식에 갈 거야? 나쓰키, 장례식 때 교복 입고 가면 안 돼?“
부모들은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고 부르르 떨었다.
"이 세상에서 그 아이들을 가장 죽이고 싶은 사람은 미치코 어머니가 아니에요. 바로 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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