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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섬세한 그 세상 - 미코, 버섯의 모든 것 [도서]

먼저 존재했던 것들에 대하여

by 이다혜 에디터
2026.02.25 09:45

 

 

누군가 버섯, 좋아하세요? 라고 묻는다면 십중팔구 먹는 행위에 집중할 테다. 버섯이라는 종에 인간이 깊은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하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이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어쩌겠는가? 이미 세상에 존재해 버린 것을. 이 사실을 보여주듯 이 책은 인간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유를 선언하는 버섯 독립선언문부터 시작한다.

 

버섯이 직접 들려주는 버섯 이야기. 8억 년이 넘는 버섯의 역사, 신화, 생물학적 특성, 종류, 약효과 같은 정보 전달뿐만 아니라 버섯이 세운 기혹과 미스 버섯 유니버스 대회 등 창작의 영역까지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이 책은 2024 볼로냐 라가치 논픽션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식물도, 동물도 아닌 버섯을 이렇게 깊게 탐구할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찾아오다니, 기대하며 책을 펼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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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어린이만을 위한 책이며, 짧을 것이라는 나의 선입견을 뒤집는 이 96쪽짜리 버섯 책은 14개의 별색 인쇄를 통해 버섯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버섯이 회색, 갈색, 미색이기에 버섯의 세계가 심심하고 단조로울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듯 다채로운 일러스트가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일상에서 자주 쓰이지 않는 형광색 계열을 사용함으로써 그 특이함을 강조하기도 한다.

 

버섯이 만든 버섯 잡지라는 설정에 걸맞게 다양한 테마의 이야기가 페이지 곳곳에서 각자의 서사를 뽐내고 있다. 특히 집에서 버섯을 기르는 방법이나 버섯으로 그림을 그리는 방법, 버섯 사진 도감 만들기 등 직접 실천해 볼 수 있는 재미 요소를 넣어 이 책을 꼭 소장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 버섯 인터뷰나 버섯 신화 등 사실과 유머를 적절히 섞어 흥미를 유발하는 방식이 노련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버섯이 인간을 고발하는 페이지였다. 자신들이 지구 위의 최상위 군림자라고 믿으며 행동하는 인간들이 버섯의 노동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을 앗아간다는 내용이다.

 

빵을 구울 때, 맥주를 만들 때, 페니실린 등 항생제를 제조할 때를 비롯해 와인, 비타민, 향수 등 곰팡이를 이용해 온 인간을 고발하며 자신의 지적 재산권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장면은 맨앞장의 버섯 독립선언문에서 드러나는 결의를 다시 다시는 것처럼 보인다. 이후 버섯이 할 수 있는 일을 서술하면서 객관성까지 확보한 이 책은 스스로 논픽션 부문 대상을 수상할 수밖에 없음을 드러낸다.

 

버섯의 포자가 퍼져 온 그 자취를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버섯 없이는 세상이 발전할 수 없었음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아득한 땅 밑에서부터 올라온 버섯은 세상을 끝과 끝에서 연결하는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땅이라면 어디든지. 무언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땅속의 세계처럼, 숲속을 걷는 사람은 나무를 보고, 가지 꼭대기에 새의 둥지가 있을 걸 짐작하며, 나무껍질에 난 구멍을 보고 딱따구리가 다녀간 것을 알아채기도 한다. 그 모든 그물은 균사의 실로 짜여 있고, 서서히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닿는 곳마다 서로 이어진다.

 

공부한다는 것은 곧 세상을 보다 선명하게 보게 되는 것에 가깝다. 길가에 솟아오른 갓 하나를 아예 보지도 못하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 책을 읽은 사람은 그 버섯이 무엇인지 궁금해하고 버섯의 역사를 다시 떠올릴 것이다. 버섯 하나에 우리가 세워 온 문명과 창작의 줄기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꼭 짚고 넘어 가야 하는 부분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잡지의 특별 기획 부록에서 진행되는 미스 버섯 유니버스 대회에 가볍게 한 표를 던지고자 한다. 다른 후보는 직접 읽어 보고 투표해 보시길!

 

 

참가번호 12.

성명: 앵두낙엽버섯(Marasmius pulcherripes)

자기소개: "나는 새끼손가락보다 작아요. 볼 줄 모르는 사람에겐 아예 안 보이죠."

심사평: 누구 돋보기 가진 사람 있나요? 고마워요. 섬세함, 그 자체네요.

세계에 전하는 메시지: "섬세함이 곧 나약함은 아니라는 걸 알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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