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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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결함의 Nose


 

우리에게 코가 없어졌다는 사실은 다소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다가온다. “이 세상에는 정말 터무니없는 일들이 일어난다.”라고 말하는 작가부터 당장 어제의 일을 떠올려본 우리들까지. 물론 그중에서 코가 없어진 사람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고골은 첫 시작부터 인물의 코를 없앤다.


그렇다면 독자라면 왜 작가는 손가락도 아니고 한 물건도 아닌 ‘코’를 없애야만 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소설 속 코발료프의 코가 없어지면서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되자 우리에게 들리게 된 소음과 같은 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겐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 있다. 나의 경우에는 과제를 위한 노트북과 태블릿, 종이와 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책이다.


대부분 사람은 인생을 살면서 자신에게 있어야 할 것을 하나 정도 알고 있거나 알게 된다. 또한, 그것은 사람마다 다른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는 감정을, 다른 누군가는 물체를, 또 다른 누군가는 이 세상에 없는 것을 원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만약 우리에게 있어야 할 것이 없다면, 없어서 어딘가 불편함을 느낀다면 어떻게 될까? 소설 속에는 그런 불편함을 느껴야 할 인물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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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없는 그들. 먼저, 8등관이자 소령으로 불리고 싶은 사내, 코발료프이다. 소령에겐 있어야 할 코가 어디론가 행방을 감춰버렸기에 코를 되찾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소령은 자신의 코가 5등관 차림의 정복을 입고 있는 장면을 봤지만, 코에게 말하는 것을 망설인다.


또한, 계속해서 코와 대화할 때 자신감 없는 말투를 쓴다. 작가는 이러한 그의 모습을 ‘……’ 줄임 표시를 통해서 드러내고 있다. 왜 그런지 분석해 보면 소령은 사회적 신분, 지위에 대해서 심각할 정도로 강박을 가진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자신보다 높은 신분을 가진 코에겐 존중의 태도를 보이지만, 마부나 대령 부인, 군인, 여자들에겐 상반된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인간의 신체 기관 중 하나인 코에게 인간인 마부에게 더 심한 폭력을 행사하면서 함부로 대하는 소령의 이중적이고 세속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고골의 <코>에는 결함된 존재가 코뿐만이 아니라 독자와의 벽까지도 포함된다. 작가는 코를 없애면서 소설의 제4의 벽도 함께 없앴다. 일명 제4의 벽을 무너뜨리는 문장은 8등관 코발료프를 독자들에게 설명한다거나 그를 소령이라고 부르자고 주장하거나 독자들이 소령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문장을 통해서 작가는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코가 없어진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현실과 거리가 가까워지게 만든다.

 

이러한 문장은 챕터가 끝날 때마다 등장하는 문장과도 유사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6쪽의 “그러나 여기에서 이 사건 전체가 안개에 싸이고,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와 34쪽의 “그러나 여기에서 이 사건 전체가 안개에 싸이고,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라는 문장을 두 번 반복하면서 작가가 이야기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소설 속에서 뛰어놀 수 있게 공간을 마련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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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소설은 발생하는 사건 대부분을 소문으로 일단락시키고 있다. 소문을 꺼내오는 방식도 작가의 생각이 많이 묻어있다. 소설에 나오는 춤추는 의자와 오래된 돌아다니는 코의 소문을 믿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소문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확인되지 않았으며 기괴할수록 일파만파 퍼져나가는 것이 소문이다. 자신이 보진 못했지만, 흥미를 유발하는 주제라면 믿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은 진실보다는 사실을 원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진실은 사건의 이면에 감추어진 보아야 되는 것이고 사실은 사건 그 자체이자 보고 싶은 것을 의미한다. 우리 역시 듣고 싶은 소문만 들은 채 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게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2. 사회적 Noise 


 

남 탓하기 장인인 소령은 대령 부인을 의심하면서 그녀에게 분노의 편지를 쓰지만, 결국 편지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낼 수 있게 최대한 존중의 표현을 담아서 작성한다. 나는 이러한 소령의 모습을 역겨운 친절함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연속되어 등장하는 편지에서 다른 모습의 그는 역시 작가가 의도한 바일 것이다.


또한, 이 장면을 보면서 감추고 있는 우리의 본모습과 사회적 가면에 대해서 생각했다. 우리 사회에도 타인을 비하하면서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 작가는 그들의 모습을 소령의 모습으로 빗대어 풍자한 게 아닌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러한 소령의 모습은 비단 그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경찰관, 신문사 관리, 이반, 이반의 부인 등의 인물에게도 비슷한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소령은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자신의 위엄과 무게감을 더하기 위해 절대 자신을 8등관이라고 부르지 않고 늘 소령이라고 불렀다.”(7)의 장면에서 볼 수 있듯이 그에겐 내면보다 겉치레가 중요하다. 작가는 모순적인 소령의 모습을 통해서 현대 사회에 깔린 계급사회의 폐단을 꼬집는다.


소령은 계급사회에 완전히 녹아들어 자신보다 계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거지 노파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을 보고 그 꼴이 우스워 비웃은 장면, “껍질 벗긴 오렌지를 팔고 있는 여자 장사꾼이라면 코 없이 앉아 있어도 무방하겠지요”의 대사들을 살펴보자. 이와 같은 대사는 같은 계급 간의 대화로 보긴 어렵다. 과연 높은 계급의 사람에게 비난 섞인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소령은 그렇게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코가 없어진 황당한 상황에서 대령 부인을 사건의 원인으로 판단한다. 그러면서 계급사회에 매몰되어 문제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는 어리석은 모습을 보인다.


또한, 군인의 코를 비웃거나 길가의 여성들을 어리석은 여자들이라고 칭하면서 남을 무시하면서 자신을 치켜세우고 입지를 확인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로써 작가는 현대인들의 자기반성을 희화적으로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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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골의 <코>를 읽으며 인물들을 조소하다가 문득 나는 진정 이러한 면모가 없는가? 라는 의문이 떠올랐다면, 작가가 의도한 바를 충분히 관철한 것이다. 또한, 작가는 우리 사회의 오래된 악습인 물질주의를 꼬집어 말한다. 광고 문구의 글자 수를 통해서 돈을 주는 시대의 상황을 보면 신문사는 사람들의 광고문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바라본다.


물론, 광고를 신문에 낸다는 것은 돈을 목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에서는 돈만 내면 광고의 내용은 물어보지도 않던 신문사 관리가 코발료프가 코를 찾는다는 광고문을 원하자 신문사의 명예를 들먹이며 거절했다. 이 모습은 마치 앞, 뒤가 다른 사람들을 떠오르게 한다. 신문사는 앞에서는 광고를 실으면서 진실을 담은 기사를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뒤에서는 돈에 따라서 광고를 받고 심지어 신문사의 명예가 떨어지는 일에는 아무리 진실적인 이야기여도 신문에 내기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러한 모습은 소설 곳곳에서 풍자하고 있다. 자식의 교육비를 댈 수 없다고 말하는 경찰관의 의도를 파악한 소령이 10루블짜리 지폐를 그에게 준 것처럼 말이다. 경찰은 앞에서는 시민을 위해서 모든 일을 다 하는 정직한 사람처럼 보였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선 돈으로 굴러가는 사회의 일원일 뿐이었다.


그러나 작가는 ‘모든 사람이 꼭 그렇지는 않아’라면서 한 인물을 독자의 곁에 그려놓는다. 돈 때문에 의사 노릇을 하는 것이 아니라며 의사를 등장시킨다. 여기서 의사는 다른 등장인물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인다. 물질주의 사회에 순응하지 않으며 자신의 신념을 지킨다. 의사의 등장으로 독자는 돈이 만연한 사회에서 진정으로 내가 희망하고 목표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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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서는 코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만큼 ‘있을 수 있다’라는 문장도 많이 등장한다. 이 문장을 통해서 작가는 해당 동사가 가져오는 끝없는 가능성은 끊임없이 중첩되고 이는 진실되고 현실에 발생했을 수도 있을 법한 이야기로 탈바꿈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 했던 것은 아닐까?


이 사건이 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진실보단 사실을 좋아하는 위선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만약 코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면?’으로 코의 비하인드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졌다. 니콜라이 고골의 코를 읽으면서 작가가 들려주는 여러 가지 사회적 소음이나 공간을 최대한 즐기는 시간을 가졌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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