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Opinion] 이미 당신의 삶에 있을지도 모른다 [도서/문학]

by 박지영 에디터
2024.12.05 12:59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 탑승하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IMG_1813.jpg

 

 

엄마의 심부름을 하면 컵떡볶이를 살 수 있었던 시절, 나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은 하고 싶은 걸 다 하며 사는 사람들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숙제하지 않아도 되고, 부모님의 잔소리를 피하며 밤늦게까지 깨어 있을 수 있으며,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삶이 부러웠다. 하지만 사회에 발을 내디딘 지금, 잔소리가 줄어드는 것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두렵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릴 적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았다. 첫 번째 알람에 일어날지, 조금 더 미루고 두 번째 알람에 일어날지, 퇴근 후 저녁을 배달로 때울지 아니면 직접 요리할지 같은 사소한 선택에서부터, 독립할 집을 고르고 저금과 지출을 어떻게 나눌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랐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한 후로는 어떤 곳으로 향하든 인생의 지도는 스스로 그려야 하고, 어떤 길로 가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면 누군가가 방향을 알려주길 바라곤 한다.

 

그럴 때 나는 서점을 찾는다. 자기 계발 코너에 서면, 수많은 철학자가 책 속에서 시간을 통해 얻은 지혜를 쏟아낸다. 하지만 철학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어딘가 어렵고 멀게 느껴진다. 복잡한 이론, 끝없는 논쟁, 낯선 용어들로 가득한 학문의 영역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읽고 나서, 철학은 결코 머나먼 학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철학이 단순히 논쟁이나 이론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20241205002308_odpmhlux.jpg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독특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가상의 기차 여행이라는 형식을 통해 독자를 철학의 세계로 초대한다. 이 여행에서 우리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소크라테스, 쇼펜하우어, 간디, 니체 등 철학사에 길이 남을 14명의 철학자를 만난다. 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의 중요한 질문에 답하며, 독자에게 철학적 통찰을 선사한다.


첫 번째로 등장하는 동행자는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다. 그와 태어난 시대와 배경은 다르지만, 현재를 사는 나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에게 날카롭게 말한다. “지금 침대에서 빈둥거리는 것은 오직 나 자신만 생각하는 것이다.”

 

 

마르쿠스에게는 침대 밖으로 나갈 사명이 있다. 사명'이지, 의무'가 아니다. 두 개는 서로 다르다. 사명은 내부에서, 의무는 외부에서 온다. 사명감에서 나온 행동은 자신과 타인을 드높이기 위한 자발적 행동이다. 의무감에서 나온 행동은 부정적인 결과에서 스스로를, 오로지 스스로만을 보호하려는 행동이다.

 

마르쿠스는 이러한 차이를 알았지만, 늘 그렇듯 스스로에게 그 차이를 다시 상기시켰다. "새벽에 침대에서 나오기가 힘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라. '나는 한 인간으로서 반드시 일해야만 한다." 스토아학파나 황제, 심지어 로마인으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36p 발췌

 

 

소로는 현대인의 빠른 삶 속에서 ‘제대로 보는 법’을 가르친다. 그는 ‘무엇이든 제대로 보려면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주변은 하루에도 열두 번씩 쏟아지는 가십, 트렌드, 자극들로 가득하다. 이러한 홍수 속에서 우리는 진짜 중요한 것들을 놓치곤 한다. 소로우의 가르침을 따르다 보면, 조금은 떨어진 곳에서 주변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삶에 새로운 여유와 풍요로움이 스며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니체는 흔히 느끼는 후회에 대해 독특한 시각을 제시한다. 그는 “모든 진실은 구불구불하다”라고 말하며, 우리의 삶을 다른 방향으로 바라보는 게 만들어 준다.

 

 

“모든 진실은 구불구불하다." 니체가 말했다. 모든 삶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모든 것이 지난 후에야 과거를 돌이켜 보며 서사를 매끄럽게 다듬고 패턴과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모든 것이 지그재그다. 여백도 있다. 과거의 자신을 막 모습을 드러낸 미래의 자신과 갈라주는 텍스트 사이의 빈공간이 여백은 무언가 누락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여백은 무언가의 과도기이며, 우리 삶의 흐름이 방향을 바꾸는 지점이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372p 발췌

 

 

저자 에릭 와이너는 이 책을 통해 철학이 단순히 학문적 탐구의 대상이 아니라, 일상에서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 철학은 특별하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아침에 침대를 정리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 하루를 마무리하며 감사한 순간을 떠올리는 것, 나를 돌아보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이 모두 철학이다. 그렇게 우리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나를 이해하고 세상을 알아가는 도구가 된다.

 

소크라테스는 “시험받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 나은 길을 찾아가라는 의미다. 그 과정에서 철학은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삶의 어려운 질문에 정답을 주기보다, 그 질문을 깊이 탐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철학의 진정한 가치다. 철학은 결국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다. 이제 당신도 그 나침반을 들고, 자신의 기준과 함께 여정을 시작해 보기를 바란다. 아침을 맞이하는 태도, 하루를 마감하는 방식,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달라질 것이다.

 

 


박지영.jpg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