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있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
우리는 투표 전 종종 개인적인 딜레마를 느낀다. 이론상으로는 선거 공약을 토대로 투표를 할 것 같지만 거의 그렇지 않은 게 사실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선거 공약을 실제로 읽는 사람이 있을까? 저자는 우리는 어떤 정당에 대한 친근감이 투표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온전히 선거 공약을 보고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감정이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 조사를 통해서도 명백하게 밝혀진다.
우리가 어떤 것을 옳다고 혹은 틀리다고, 좋다고 혹은 나쁘다고 여길 때 이를 결정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감정’이다. 우리는 이성을 토대로 합리적인 주장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 이전에 감정이 앞선다는 것이다. 감정은 개인의 견해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어떤 일에 대해 우리의 감정이 먼저 작용하고, 우리는 급히 그 감정에 들어맞는 사실과 근거를 찾는다고 한다.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비유가 있는데, 우리는 나의 생각을 감정을 바탕으로 먼저 정한 뒤에 급하게 그 생각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서 우리의 생각을 정당화시키려고 한다. 이를 ‘코끼리에 탄 기수’로 비유하였는데, 안장에 앉아 있는 기수는 합리적 사고, 즉 이성을 말한다. 기수는 자신이 결정권을 가진 대장이라는 환상 속에 빠져있지만, 실제 결정권자는 코끼리다. 코끼리는 감정과 정서에 따라 움직이는 정신적 과정을 상징한다. 코끼리는 어떠한 사안에 자신의 직관에 따라 움직인다. 이때 기수는 코끼리의 반응을 토대로 그 움직임을 합리화하기 위해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 내가 꽤나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도덕과 관련된 질문에서 나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내 생각은 옳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당황스러웠다. 나의 판단의 배후에는 ‘감정’이 있었다. 어떠한 감정이 앞서고, 나는 이 감정을 옹호하기 위해, 혹은 억제하기 위해 열심히 근거를 찾았고 나의 생각을 정당화했다.
이러한 과정을 나는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믿고 있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라는 책 표지의 강렬한 문구 덕분인지, 내가 지금껏 옳다고 여겼던 것들이 어쩌면 옳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당연하게 여겼던 생각들이 어쩌면 당연하지 않은 것이고, 심리적 작용을 통해 만들어진 생각이라면? 내가 익숙하게 느꼈던 나의 신념과 주장이 사실은 왜곡된 것이라면? 이러한 의문을 인정하는 과정이 처음엔 어렵고 힘들었다.
나의 생각, 주장이 옳지 않음을 인정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기에 더욱더 나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에 맞는 근거를 찾고, 상대방을 더욱 비판하고 비난하고 내 주장을 방어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곤 이런 나의 모습을 이성적이라고 포장했던 걸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 동안에도 스스로를 정당화시키려는 내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조금도 편하게 책을 읽지 못했다.
불편하고 아팠지만, 시원하다. 책의 16가지 질문을 통해, 앞으로 더 나은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진실과 거짓, 이성과 감정이 공존하는 혼란스러운 시대에서 더 나은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 성숙한 사고를 하기 위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눈을 떼지 못할 만큼 유익했던 책이다. 앞으로 감정에 지배되지 않는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