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창간 30주년 출판저널
글 입력 2017.08.2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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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7월호는 출판저널 창간 30주년호이다.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출판저널이 많은 시련을 지나왔다는 것을 알기에 이번호가 더 의미있게 다가왔다. 특히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 이 부분이 가장 좋았다. 17년 5월 11일부터 6월 10일까지 출판저널로 도착한 신간들을 중심으로 선정한 Editor's note를 읽으면서 편집자가 직접 들려주는 책 기획 의도와 제작 후일담을 들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 부분을 읽다가 반가운 책 한권을 발견했다. 나희덕 시인의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좋아하는 시인의 산문집이라니!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우연인 것 같지만 이 책의 제목은 출판저널이 30년 동안 한 걸음씩 꾸준히 걸어온 길을 나타내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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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운 여름 어느날, 평소에 정말 사랑하는 나희덕 시인 문학 콘서트에 갔었다. 토시락 '새봄 인문학 콘서트'! 사실 나희덕 시인의 시를 처음 접했던 이유는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시 때문이었다. 그렇게 어렸던 내가 현재의 내가 되어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라는 구절을 읽으면서 마음이 아픈 나이가 되었다. 이렇게 나희덕 시인의 시들은 항상 내 곁에 함께했다.

길을 그리기 위해서는
마음의 지평선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
누군가 까마득히 멀어지는 풍경
그 쓸쓸한 소실점을 끝까지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

 나희덕 시인의 '길을 그리기 위해서는'이라는 시다. 중등 시절의 내가 나희덕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시가 참 담백하다고 느꼈다면 현재의 나는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과거의 나를 돌아보게 된다. 시의 한 구절, 한 구절이 다 내 삶 같고, 그래서 더 절절하게 다가온다. 문학 콘서트가 끝나고 짧게나마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너무나도 기다려왔던 순간이였기에 제일 먼저 손을 들고 질문했다. 과거의 '사랑'에 대한 질문을 드렸는데 이런 답변을 해주셨다.

"과거의 사랑은 '사랑'과는 다른 영역의 감정이고, 잊는다는 것과는 또 다른 감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 삶에서 그 추억을 지울 필요는 없다.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삶의 다른 부분에 저장하면 되는 것이다. 한 때 나의 전부였던 사랑을 잊는다고 표현하기엔 적절하지 않다."

 시인의 답변을 들었을 때,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계속해서 과거에 먹이를 주고있던 내 모습을 보게 되었고 때로는 받아들일 줄 아는 것도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수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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