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사랑하다, 블라맹크전 [전시]

이것이 블라맹크의 차별화된 매력이다.
글 입력 2017.06.12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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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퍼드 페어리 전 이후 두 번째 전시 초대에 다녀왔습니다.
 명작을 원화로 직접 보는 것은 제법 드문 경험이라고 생각하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구경했습니다.


28 - Vlaminck regardant un de ses tableaux a La Tourilliere, vers 1945-50.jpg
 

  블라맹크라는 인물은 수업에서 예술 사조를 배우는 동안 지나쳤던 인물 중 하나였습니다. 앞서 프리뷰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화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나름대로의 공부를 해보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작품을 바라본다면 배경지식과 더불어 더욱 풍성한 관람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배웠던 ‘야수파’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도 이번 전시는 저에게 아주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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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정도 조사를 하고 난 후 바라본 블라맹크는 예술에 대한 주관성이 뿌리 깊이 자리하는 화가였습니다. 독창적이고 자율적인 세계를 창조하려 한 점에서 지대한 예술적 혁명을 이끌었다고 느꼈습니다. 특히나 캔버스에 바로 물감을 짜서 칠하여 선명한 색채감과 두툼한 질감을 그대로 살려내 과연 ‘야수파’라는 이름 그대로의 진면목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은데요.

 제가 전시 현장에서 느꼈던 첫인상은 “실제로 보지 않으면 그 매력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라는 문장 자체였습니다. 캔버스 위로 쓸려 놓여있는 물감의 선과 자국은 그림을 더욱 역동적으로 드러내보였습니다. 비단 유화에 나타난 독특한 질감을 보고 이것이 블라맹크의 차별화된 매력이다 라고 할 순 없지만, 적어도 그의 작품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그림의 특징을 더욱 잘 보여주는 하나의 요소라고 느꼈습니다. 꽃병, 바다, 어선, 강물, 마을, 집 등 어딘가 평범해 보이는 소재의 그림들이지만 질감으로 인해 더욱 특별해보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색채의 구성과 사물의 배치 등 블라맹크만이 보여주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모리스_드_블라맹크-꽃들_raina24.jpg


 제가 전시를 보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블라맹크가 하나하나의 붓 터치마다 그냥 대지 않고 섬세하게 신경 쓰며 그렸다는 점입니다. 작품 속 사물의 배치나 붓 터치 하나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치밀하게 구성하였다는 것이 저에게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야수파라고 하면 즉흥적이고 과감한 터치가 있을 줄 알았는데 굉장히 의외였던 부분이었습니다.

 또한 그가 하늘을 표현하는 방식이 놀라웠습니다. 이전에 본 적 없던, 놀랍고도 황홀 할 정도로 선명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냈는데요. 사물은 투박하고 단순하게 그리더라도 하늘은 정말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섬세하게 잘 표현해내어, 이 둘의 조화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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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_드_블라맹크(프랑스_야수파)_14.jpg
 

또 세잔의 영향을 받은 시대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였던 정물화에서 벗어나, 전시 후반부로 갈수록 그의 작품은 풍경화의 향연으로 넘쳐났습니다. 하나의 소재를 오랜 세월 동안 붙잡고 있기란 여간 쉽지 않았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번쯤은 본인의 화풍에 권태를 느낄 법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블라맹크는 그런 저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시회 끝까지 한 우물만 파는 작품들을 보여주었습니다. 괜히 독자적인 양식을 가졌다, 라는 말을 강조한 것이 아니구나 라고 느끼게 했습니다. 그는 ‘자연’을 정말로 사랑하는 듯 했습니다. 몇 차례 집을 옮겨 가면서도 그 앞에는 항상 광활하고 위대한 자연이 자리했습니다. 전시 작품 옆에 블라맹크가 남긴 회고록의 구절들은 그의 고집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내가 평소에 좋아하고 그림에서 자주 그렸던 것들과 같은 작은 집을 발몽두아에 샀다. 집은 아주 단순하고 고요해서 마음에 들었고, 사과나무 가지들은 창문의 유리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나는 어린아이의 눈으로 사물을 바라본다. 지금의 나는 마흔 살이지만 아리따운 열정으로 가득 차 있으며 내 유년시절의 열정과 같은 독창성을 간직하고 있다. 숲의 오솔길, 거리, 길의 형상, 수심이 깊은 강변의 모습...”


다음은 가장 오랜 시간동안 제 발걸음을 멈추게 한 구절입니다.
 
“삶이 흐르고 있었다. 샤프란, 황수선, 데이지가 땅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아침에 비둘기의 울음소리, 우리를 잠에게 깨우는 닭이 꼬꼬댁 소리를 듣는 것이 좋았고, 그러면 겉창을 열었다. 밖은 태양이 지면을 데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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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여점의 작품을 다 감상하고 난 후, 그의 작품세계는 하나의 유기적인 주제를 이끌어내고 있었습니다. 자연에 대한 그의 애정은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었습니다. 또 명필의 작가로서 그의 면모도 빛이 났던 전시가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블라맹크가 쓴 글을 읽었을 때 자연스레 그 그림이 연상되는 힘을 가진 듯 했습니다. 저도 여러분들이 이 글을 읽고 난 후, 그의 작품들을 다시 곱씹으면서 공감을 느끼게 하는 리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성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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