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열린 문에서 시작되는 고통과 희망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5.31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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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고편만 봤을 때는 감금을 당한 사건과 그 방으로 부터의 탈출에 초점을 맞춰 영화가 진행될 줄 알았다. 그러나 러닝타임 중 반은 방에서 탈출하는 내용, 반은 그 후의 삶에 대한 것들이었다. 영화는 ‘그들은 그 방을 탈출하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같은 동화적 플롯을 취하지 않는다. 방만 탈출하면 마냥 행복할 것만 같았던 조이는 그 후 정신적 방황을 하게 된다. 우선 가족이 해체 되었고, 재구성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과거 사진들을 보며 과거의 그녀와 현재 그녀 사이의 괴리감 속에서 괴로워한다. 잃어버린 자신의 삶을 직시하는 것이 괴로운 것이다. <룸>은 이러한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들을 잘 살려 캐릭터의 개연성을 높여주고 리얼리티를 불어넣어준다. ‘닉’ 같은 경우에도 정말 악질의 범죄자이지만 잭이 아프다고 위장했을 때 약을 가져온다던지, 죽은척한 잭을 나무 밑에 묻어 달라 할 때 그렇게 약속하는 등 최소한의 인간적 연민은 지니고 있다. 이렇듯 인간의 다양한, 알 수 없는 마음들이 영화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잭이 옛날 감금 되어있던 방을 한 번 보고 싶다고 한다. 이러한 영화의 끝맺음이 참 마음에 들었다. 자신이 감금되어 살던 그 곳, 어렸을 때는 그것이 감금인지도 모르고 마냥 엄마와 행복하게 살았던 그 곳을 누구든지 다시 보고 싶을 것 같다. 마치 나를 아프게 했던 충치를 떼어낸 후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처럼 현재는 그런 고통이 없다는 일종의 안도감이다. 이 또한 사람의 마음을 통찰하고 있는 끝맺음이라 여겨져 이 영화에 어울리는 결말이었다. “여긴 더 이상 방이 아니야, 이 문이 열렸으니까.”라는 잭의 대사는 그들의 과거가 더 이상 자신들을 불행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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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이 도망칠 때 부딪친 남자와 신고를 받고 오게 된 여경은 잭과 조이의 탈출에 큰 역할을 한다. 이 장면을 보며 과연 우리는 그런 사회의 그러한 개인인지 자문하게 된다. 잭이 도망갈 때 부딪친 사람이 나였다면 어땠을까. 그저 죄송합니다, 하고 이어폰을 끼고 지나쳐버리진 않았을까. 그래서 피해자들을 나도 모르게 곁에 두고 있진 않았을까. 영화는 짧은 순간이지만 우리에게 자문할 시간을 주고 그와 대조되는 남자경찰을 배치함으로서 부딪친 남자와 여경으로부터 연대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그러나 반대로 너무 지나친 관심 또한 문제가 된다. ‘7년 동안 감금당하다가 탈출한 모자‘라는 타이틀은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영화에서도 조이와 잭이 처음으로 조이의 부모님 댁에 갔을 때, 주민들의 환영과 취재진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외에도 친절을 넘어 선 과도한 관심과 언론 플레이 등은 안정이 필요한 조이와 잭을 오히려 괴롭히는 요소였다. <룸>은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자는 "사건의 영향은 받았으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건 아니다"라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 사건은 2008년 발생한 요제프 프리첼 사건인데, 영화보다도 더욱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사건이었다. <룸>의 ’닉‘에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연민이 보였다면 이 사건에는 일말의 연민도 없었다.
 
 우리 모두 남을 강하게 해준다. 누구도 혼자 강해지지 않는다.‘ 결국 이 영화가 해주는 말인 것 같다. 조이가, 잭이, 관심을 보여준 부딪친 남자가, 경찰이 그리고 영화를 본 우리가 서로에게 집중할 때 우리는 강해지고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


붙이는 말) 아역배우가 당연히 여자인 줄 알았는데, 나름의 반전이었다.


[이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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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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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oolo
    • 안녕하세요! 이번 두례에 참가한 성채윤이라고 합니다! 먼저 '룸'이라는 영화가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 실화라는 점이 요즘 이슈화 되는 영화 '토일렛'을 떠오르게 해서 글을 읽으면서 그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특히 영화 '룸'에서 문제 제기 되는 매스컴과 대중들의 '너무 많은 관심', 즉 관음증적 시선들이 영화 '토일렛'에서는 영화를 만들게 된 동기가 되었다는 논란이 크기 때문에 더더욱 입맛이 쌉싸름해졌는데요. 그런 와중에도 글쓴이님이 그러한 관음증적 시선에 대한 일종의 반대적 대안으로 '너의 이웃을 굽어 살펴라'라는 시선을 제안해 주셔서 저 스스로 '나는 그렇게 돕기에는 왜 그렇게 바쁘게 살아가는가' 라는 반성을 했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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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orus525
    • 안녕하세요 이번에 두레에 참여하게 된 나정선 입니다. 우선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영화 룸 은 저도 정말보고 싶었던 영화 중에 하나 였는데 요, 글을 쓰시는 분이 어떤 장면 인상깊었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잘 이해할 수 있는 글 같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공감할 수 없는 부분들이 좀 있는 것 같아요ㅠㅠ 물론 영화를 본 사람들만을 위해서 쓴 글일지도 모르지만요!
      그리고 스포일러에 민감한 사람들을 위해서 미리 문구를써주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ㅎ ㅎ
      어쨌든 영화를 보고 나와서 다시 이 글을 읽어 보면 또 어떤 공감대가 생길지 궁금해지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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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인
    • 안녕하세요 두레에 참가한 최지은입니다.
      <br/>룸 이라는 영화를 본적은 없지만 참 궁금해지는 영화네요. 처음 서두에 나온 '탈출'뿐만이 아니라 '이후의 삶'에 조명되어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과도한 관심도 적은 관심도 아닌 어느 정도의 관심으로 인해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해석도 좋았습니다. 갇힌 과거의 자신과 도망나온 현재의 나 자신을 연결하기에 정말 아프지만 많은 노력과, 인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그리고 좋은 영화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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