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글을 쓴다는 것 [문학]

글 입력 2016.11.29 01:43
댓글 4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shutterstock.jpg
 

‘글쓰기’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내 삶의 영역에 파고들었다. 어린 시절 우연히 글쓰기대회에서 상을 탄 뒤로, 선생님은 방과후 글쓰기부에 나를 집어넣었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는 다음 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글쓰기를 배워야 했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자기소개서의 특기를 적는 칸에 내가 쓸 수 있는 것은 글쓰기 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그나마도 자신이 없다. 글은 쓰면 쓸수록 어려워지고 해가 가면 갈수록 망설이게 된다. 그래도 꾸준히 글을 써야할 기회를 만들어가며 드문드문 연습하는 편인데, 요즘은 ‘글’ 자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글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시, 소설, 수필, 기사문, 연설문, 연구 논문… 그 중에서도 ‘예술’이라 칭할 만한 것은 대표적으로 앞의 세 가지 정도일 것이다.
    

hp7am2-kyungminkim.jpg
 

모든 문학은 결국 ‘나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한다고는 하지만 좋은 작품은 ‘나를 넘어선 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개인적인 글이라 할 수 있는 수필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자신의 솔직한 모습, 미묘한 감정을 잘 포착해내면서도,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고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글이어야 단순 일기 이상의 가치를 지닐 수 있는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그러나 나의 글은 언제나 나에게로 회귀한다. 이 글 역시 문화 예술 전반에 대한 오피니언이라는 꼬리표를 달긴 했지만 어쨌든 자기반성의 글일 뿐이다. 나에게서 시작해서 나를 넘어서는 글. 쉽지 않다. 글로써 아예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작가들이 대단해 보인다.


Two_Minute_Papers_151201_1.jpg
 

여러 예술 장르들 중에서 문학이 내게 가장 익숙한 이유는 그것 외에 다른 문화생활을 마음껏 누리지 못했던 성장 환경 탓일 것이다. 대학에 와서 영화, 연극, 미술, 음악 등 어느 때보다도 많이 문화 예술과 접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 생각을 표현하는 데에는 글, 문학이 가장 편하다. 문학은 특별한 장르인 것 같다. 다른 예술 장르와 달리 언어라는 걸림돌(?)이 있기 때문에 뇌에서 언어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프로세스를 한 번 더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덜 직관적인 예술이다. 미술, 음악과는 달리 나라 간, 시대 간 언어의 장벽이 존재한다. 흰 종이, 검은 활자를 인지하기 위해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글만의 장점이 있다, 고 항변해보자면 글은 작가의 생각을 그나마 가장 오해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미술과 음악은 해석의 여지를 많이 남긴다. 특히 현대 예술로 접어들면 더욱 그렇다. 이해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배경지식이 갖추어져 있어야 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이는 반박의 여지가 많은 반론인 것 같다. 글 또한, 읽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글만이 갖는 장점은, 표현 욕구를 가장 간편하게 실현해준다는 것이 아닐까? 특별한 기술이나 재료 없이도 종이와 펜, 그리고 언어 구사 능력만 있다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장 빠르게 담아낼 수 있는 것이 글인 것 같다. 그러나 이 역시, 매번 종이와 펜을 앞에 두고 몇 시간을 고민하는 나의 새빨간 거짓말임을 고백한다. 글이 다른 장르, 다른 수단과 비교해서 가지는 특별한 매력이 뭘까? 사실 아직도 명쾌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블로그글쓰기.jpg


결국에는 개인의 취향이 아닐까. 글이 좋은 사람은 글로, 이미지가 좋은 사람은 사진이나 그림으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음악으로 어떻게든 자신을 지나치는 수많은 ‘찰나’들을 표현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예술이 아닐까. 다만 능숙하고 아름답게 표현해내려면 보통 이상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 글은 다짐의 글이다. 우연히, 어쩌면 필연적으로 내게 찾아온 글쓰기에 대한 애증을 끝까지 갈고 닦으며 지켜나가겠다는 다짐의 글.
 

[채현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4
  •  
  • 반달곰
    • 안녕하세요 현진씨. 보암보암 기고 중인 반채은이라고 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나에게서 시작해서 나를 넘어서는 글'이라는 대목에서 많이 공감이 됐어요. 단순히 글이 좋아서 쓰는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한편 그런 글이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요즘 실감하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고민은 아트인사이트에서 활동하시는 많은 분들의 것이기도 할 것 같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현진씨가 이 주제를 좀 더 집중해서 다루어 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중간부터 글, 혹은 문학 자체의 특성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그보다는 나로 시작해서 나를 넘어서는 글이란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저자를 뛰어넘는 작품에 무엇이 있는지와 같은 내용을 담아주셨다면 이 문제에 더 몰입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현진씨의 고민? 주제?가 같이 아트인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에디터로서 참 많이 와닿았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 0 0
  •  
  • 고민
    • 예술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자신의 '찰나'를 표현하는것. 이라는 부분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저또한 어떠한 예술이든 주체는 자신의 생각이 되며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다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예체능을 선택한 이유도 저만의 감정, 생각 등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이 예술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체능 대학에 진학을 하였어도 표현하는 방식을 잘 모르고 있었던 저는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또다른 세상을 만났습니다. 글을 써서 자신의 감정, 관점 등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게되었고 아직은 부족하지만 계속해서 작품, 예술 등에 대한 저만의 생각을 표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두려움과 귀찮음 등에 의해 새로운 것을 찾으려 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찾고 느끼고 도전하면서 저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많은 것을 도전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예술 관련 활동만이 아닌 다른것들에서도 보고 느끼는 것들이 많이에 관점이 넓어지고 그러면서 더 많은 생각, 표현으로 좋은 글을 쓰실 수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ㅎㅎ 아직 저도 어리숙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에서 느낀 것들을 이야기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ㅎㅎ
    • 0 0
  •  
  • 갈매나무
    • 안녕하세요 두레 참가하고 있는 김소원입니다. '글'에 대한 글 잘 읽었어요. 저도 글을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참 좋아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읽다보니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나로부터 나왔지만 나를 넘어서는 글을 써야 한다는 대목이 특히 와닿았어요. 저도 늘 그런 글을 쓰고 싶은데 쉽지가 않네요. 계속해서 노력해야 하는 부분 같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 의견은 아니지만 '글만이 가진 매력'이라고 하니 예전에 김중혁 작가님이 하시는 강연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어요. 글은 그림이나 영상과 달리 읽는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른 공간과 이미지를 창조해낸다고 하셨거든요. 그러면서 우주를 보여주고자 할때 만화나 영화 또는 그림은 이미지가 너무 명확하기 때문에 상상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지만 글로 '우주가 있었다'라고 쓰면 읽는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른 우주를 상상하게 되어서 무한대의 우주가 존재할 수 있다는 식의 예를 들어주셨어요. 저도 글만이 가진 매력이 무엇일까. 이렇게 영상매체가 발달해도 여전히 소설만이 지닌 가치는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 얘기를 듣고 깨달은 바가 많았어요. 이런 매력 덕분에 계속 글을 읽고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글에 관심이 많다보니 댓글이 길어졌네요ㅎㅎ 간만에 글쓰기에 대해 많이 생각할 수 있었던 글이었습니다. 좋은 글 계속 기대할게요!
    • 0 0
  •  
  • hyeonjg
    • 안녕하세요. 쓰다듬다, 조현정입니다.
      저도 채현진님처럼 '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저는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과 비례하게 글쓰는 걸 많이 힘들어한답니다. 채현진님의 '글'에 대한 글을 보면서 다시 한번 글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어요. 앞으로도 채현진님만의 '찰나를 표현 하는 글' 많이 기대할게요!
    • 0 0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