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글을 쓴다는 것 [문학]
글 입력 2016.11.29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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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내 삶의 영역에 파고들었다. 어린 시절 우연히 글쓰기대회에서 상을 탄 뒤로, 선생님은 방과후 글쓰기부에 나를 집어넣었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는 다음 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글쓰기를 배워야 했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자기소개서의 특기를 적는 칸에 내가 쓸 수 있는 것은 글쓰기 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그나마도 자신이 없다. 글은 쓰면 쓸수록 어려워지고 해가 가면 갈수록 망설이게 된다. 그래도 꾸준히 글을 써야할 기회를 만들어가며 드문드문 연습하는 편인데, 요즘은 ‘글’ 자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글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시, 소설, 수필, 기사문, 연설문, 연구 논문… 그 중에서도 ‘예술’이라 칭할 만한 것은 대표적으로 앞의 세 가지 정도일 것이다.모든 문학은 결국 ‘나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한다고는 하지만 좋은 작품은 ‘나를 넘어선 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개인적인 글이라 할 수 있는 수필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자신의 솔직한 모습, 미묘한 감정을 잘 포착해내면서도,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고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글이어야 단순 일기 이상의 가치를 지닐 수 있는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그러나 나의 글은 언제나 나에게로 회귀한다. 이 글 역시 문화 예술 전반에 대한 오피니언이라는 꼬리표를 달긴 했지만 어쨌든 자기반성의 글일 뿐이다. 나에게서 시작해서 나를 넘어서는 글. 쉽지 않다. 글로써 아예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작가들이 대단해 보인다.여러 예술 장르들 중에서 문학이 내게 가장 익숙한 이유는 그것 외에 다른 문화생활을 마음껏 누리지 못했던 성장 환경 탓일 것이다. 대학에 와서 영화, 연극, 미술, 음악 등 어느 때보다도 많이 문화 예술과 접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 생각을 표현하는 데에는 글, 문학이 가장 편하다. 문학은 특별한 장르인 것 같다. 다른 예술 장르와 달리 언어라는 걸림돌(?)이 있기 때문에 뇌에서 언어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프로세스를 한 번 더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덜 직관적인 예술이다. 미술, 음악과는 달리 나라 간, 시대 간 언어의 장벽이 존재한다. 흰 종이, 검은 활자를 인지하기 위해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그럼에도 글만의 장점이 있다, 고 항변해보자면 글은 작가의 생각을 그나마 가장 오해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미술과 음악은 해석의 여지를 많이 남긴다. 특히 현대 예술로 접어들면 더욱 그렇다. 이해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배경지식이 갖추어져 있어야 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이는 반박의 여지가 많은 반론인 것 같다. 글 또한, 읽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글만이 갖는 장점은, 표현 욕구를 가장 간편하게 실현해준다는 것이 아닐까? 특별한 기술이나 재료 없이도 종이와 펜, 그리고 언어 구사 능력만 있다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장 빠르게 담아낼 수 있는 것이 글인 것 같다. 그러나 이 역시, 매번 종이와 펜을 앞에 두고 몇 시간을 고민하는 나의 새빨간 거짓말임을 고백한다. 글이 다른 장르, 다른 수단과 비교해서 가지는 특별한 매력이 뭘까? 사실 아직도 명쾌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결국에는 개인의 취향이 아닐까. 글이 좋은 사람은 글로, 이미지가 좋은 사람은 사진이나 그림으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음악으로 어떻게든 자신을 지나치는 수많은 ‘찰나’들을 표현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예술이 아닐까. 다만 능숙하고 아름답게 표현해내려면 보통 이상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 글은 다짐의 글이다. 우연히, 어쩌면 필연적으로 내게 찾아온 글쓰기에 대한 애증을 끝까지 갈고 닦으며 지켜나가겠다는 다짐의 글.[채현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저도 글에 관심이 많다보니 댓글이 길어졌네요ㅎㅎ 간만에 글쓰기에 대해 많이 생각할 수 있었던 글이었습니다. 좋은 글 계속 기대할게요!
저도 채현진님처럼 '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저는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과 비례하게 글쓰는 걸 많이 힘들어한답니다. 채현진님의 '글'에 대한 글을 보면서 다시 한번 글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어요. 앞으로도 채현진님만의 '찰나를 표현 하는 글' 많이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