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참을 수 없는 ‘○○데이’의 가벼움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11.07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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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본 글의 제목은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패러디하였으나 내용은 그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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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의 빼빼로 배달 서비스, GS25의 빼빼로를 다 먹으면 필통이 되는 무민 빼빼로 기획세트, 세븐일레븐의 세계 지도 모양이 그려진 ‘고지도 빼빼로’, 롯데마트 및 홈플러스의 빼빼로데이 기획전과 옥션의 할인행사 등, 이 모든 행사들이 주목하는 바는 하나다. 앞으로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빼빼로 데이’가 바로 그것이다.

이 시기만 되면 유통업계는 각종 기획으로 들썩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 막대과자 시장은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이 시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지난해 막대과자 매출의 58.1%를 11월에 올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비단 빼빼로 데이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적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발렌타인 데이를 비롯하여 우리나라에는 유독 각종 ‘데이’들이 많으며, 각 업계들은 그런 날들에 집중하여 데이 마케팅을 펼치곤 한다. 대부분 14일에 집중된 그 ‘데이’들 말이다.


(1)각종 데이들.jpg
(1)매월 14일마다 존재하는 각종 ‘데이’들


그러나 이 데이들을 쭉 훑어보면 그나마 인지도가 있는 데이들 외에 다이어리데이나 실버데이 등 존재가치가 의뭉스러운 데이들도 다수 존재한다. 실제로 한 포털사이트에 ‘빼빼로데이’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뉴스 건수는 14,021건이었지만 ‘다이어리데이’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뉴스 건수는 2,347건에 그칠 뿐이었다(기고 당일 기준). 그럼에도 이 비인기 데이들은 사라지지 않고 매년 그 시기가 되면 은근히 고개를 내밀며 업계들의 마케팅 수단이 되곤 했다. 우리나라의 각종 데이들이 그저 ‘상술’이란 비판을 받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이런 데이들은 정말로 단순한 마케팅 수단, 즉 상술 이상의 가치를 지니지 못하는 것일까? 할로윈 데이나 크리스마스 등은 이미 일상 속 하나의 작은 축제로서 자리 잡아 우리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그리고 각종 데이들 역시 최초의 목적은 그와 같이 하나의 특별한 날로서 자리 잡는 것이었을 터다. 그러나 할로윈이나 크리스마스와 달리 각종 데이들에는 사람들이 감정적 교감을 느끼고 그 날을 특별한 날로 여기게 될 장치가 부가되지 않았다. 거기에는 단순한 설정만이 존재할 뿐, 아무런 스토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각종 데이들이 외면 받는 사이 스토리의 빈자리를 밀고 들어간 건 ‘연인들’을 향한 데이들의 대상화였다. 상기 이미지의 설명을 읽으면 알 수 있듯 대다수 데이들은 대상을 연인들로 한정하고 있다. 애초에 각종 데이는 모두의 축제가 되길 포기했다는 뜻이다. 각종 데이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낭만으로 포장하지만, 낭만적인 연인들의 축제 속에 연인이 아닌 사람은 어디에 서야 하는가? 즉, 각종 데이들은 처음부터 대상의 폭을 한정적으로 줄여버리는 약점을 안고 갔다고 할 수 있다.


(2)유머짤.jpg
(2)한때 유행했던 빼빼로데이에 대한 유머 이미지.
빼빼로데이의 대상에서 배제된
솔로들의 한(?)이 녹아 있다.


이렇듯 각종 데이들의 존재가치가 연인들에게 집중된 상황에서, 데이들에 이루어지는 활동이란 그저 ‘연인들 간의 선물교환’에 머물 뿐이었다. 그 선물은 키스나 포옹 등의 것이 되기도 하지만 대개는 물질적인 것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므로 거기에 ‘로맨틱’이 설 자리는 너무나 좁았다. 물질적인 것에 지친 사회 속에서 물질적인 교환이 축제가 될 수 있겠는가? 물론 선물을 손수 준비하고 건네며 오고 가는 마음이야 거기에 부가적인 감동을 덧붙일 수 있겠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이 ‘데이’들의 가치를 한정하기가 본인은 아까웠다.

A데이의 매력을 홍보하는데 ‘A데이는 A를 선물하는 날입니다’ 이외의 다른 포지션을 찾지 못하고 있는 데이들. 그리하여 그저 상술로 비판받는 이 숱한 데이들은, 정말 그게 최선이었을까? 물론 세상에는 희소성의 법칙이란 게 있으므로 모든 ‘ㅇㅇ데이’가 축제가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할로윈이나 크리스마스처럼 경제적 측면을 뛰어넘어 사람들에게 특별한 날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지금으로선 안 된다. 그래서 이 때 본인은 스토리의 부재에 대해 한탄한다. 기껏 설정된 여타 데이들의 설정은 버리기엔 아깝기 때문이다. 본인은 분명 언젠가 이 '데이 문화'에도 새로운 각색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참고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11/01/0200000000AKR20161101089300030.HTML

이미지 출처
(대표이미지) 경북대학교 교육방송국
(1)네이버 검색 제공화면
(2)구글 이미지 검색


[서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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