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뮤지컬 더맨인더홀을 보고

글 입력 2016.09.3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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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화 자유극장에서 얼마 전부터 새로 올린 뮤지컬 ‘더맨인더홀’을 보았다. 프로이트의 억압이론을 바탕으로 한 창작 판타지 스릴러 뮤지컬이다. 평범한 회사원 하루가 여자친구 연아와 어느 날 갑자기 강도, 살인 사건을 당한 뒤 맨홀에 던져지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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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억압이론"으로 본 더맨인더홀

   억압이론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에 바탕을 둔다. 억압이론은 개인에게 심리적으로 극심한 고통이나 불안이 되는 요소들은 억압이라는 방어기제를 통해 망각된다는 이론이다. 억압된 기억은 무의식의 세계에 존재하며 의식적 생활의 영역에서는 영향력을 미치지 않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무의식은 의식의 영역에서도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사랑하는 여자친구인 ‘연아’와의 결혼을 약속한 ‘하루’는 어느 날 강도에 의해 칼에 찔려 맨홀 속에 버려진다. 강도의 습격으로 함께 공격을 받은 ‘연아’는 죽고, ‘하루’만 맨홀 속에서 살아남는다. 하루는 맨홀 속에서 두려움에 떨다가 늑대를 만나게 된다. 늑대는 상처 입은 하루를 구해주고, 먹을 물과 음식을 준다. 하루와 늑대는 서로를 알아보고 노래를 부른다. 이 장면에서 하루와 늑대가 함께 부르는 노래의 가사는 ‘나는 인간, 너는 늑대’로 둘 사이의 구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하루는 늑대가 자신과 분리된 개체가 아닌 자기 자신임을 깨닫게 된다. 즉 늑대는 하루가 외면하려 했던 무의식 속 자아인 것이다. 하루는 망각하였던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의 다른 자아를 발견한 이후에도 그의 혼란스러움은 계속된다.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인 ‘늑대’의 모습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을 완전히 분리된 두 개의 개체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는 ‘하루’의 정체성으로 입원치료를 받고 착한 천성대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형에게 큰 돈을 빌려주는 등의 행동을 한다. 그러나 또 다른 그의 자아인 늑대의 정체성으로는 맨홀 속에서 다른 사람들을 뜯어먹는 등의 야만적인 행동을 한다. ‘선’에 가까운 자아와 ‘악’에 가까운 자아를 완벽하게 분리시켜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 그는 퇴원 이후 자신과 여자친구를 찔렀던 강도를 찾아 그를 살해한다. 이 부분에서 하루는 ‘늑대’가 건네주는 칼을 받아 강도를 찌른다. 자신이 ‘하루’임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러한 행동을 한 것은 그가 부정하려 하고 잊어왔던 ‘늑대’의 모습 역시도 자아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루’는 트라우마를 극복했는가

   자신이 부정하려했던 자아를 받아들이고 강도를 살해하는 것으로 하루는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든 인간의 내부에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 뮤지컬에서 하루는 너무 착해 다른 사람들에게 이용당하는 극단적으로 선한 존재로 묘사된다. 반면, ‘늑대’로 묘사되는 정체성으로는 맨홀 속에서 다른 사람들을 뜯어 먹는 등 잔혹한 행동을 한다. 늑대의 모습은 선보다는 ‘악’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뮤지컬에서는 극단적으로 묘사되었지만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이처럼 선과 악이 공존한다. ‘하루’는 강도에 의해 여자친구의 죽음을 경험하고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 안에 내재하던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그는 분리된 자아로 인해 혼란스러워하다가 결국은 ‘늑대’로부터 칼을 건네받고 강도를 살해함으로써 자아를 받아들이게 된다. ‘악’한 자아도 역시 자아라는 것을 인정한 것은 그의 인격적 성장을 도왔을 수 있다. 그러나 하루는 그런 자아를 인정하면서 선과 악을 조화시키지 못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표출했다고 볼 수 있다. 강도를 살해하는 것은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한 그의 인격적 성장이라기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 못하게 하는 비관적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뮤지컬 전반에 대하여

   공연 내내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 울려 퍼지는 피아노 선율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여자친구인 ‘연아’와 함께하는 행복한 순간, 긴장감 넘치는 순간 깔리는 음악들을 무대 위에서 피아노로 직접 연주하니 더욱 실감나게 느껴졌다. 배우들의 가창력 역시 흠 잡을 데 없이 좋았다. 그러나 ‘가사’가 조금 아쉬웠다. 지나치게 은유적인 표현들을 많이 사용해 바로 이해하는 것이 조금 어려울 때가 있었고 바로 와닿지 않았다. 프로이트의 억압이론을 ‘두 개의 달’을 이용하여 설명하기 위함 같았으나, 그래서인지 뮤지컬의 전체적인 맥락이나 스토리보다는 그저 이론을 설명하려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진 느낌이었다. 인간 심리에 대한 고도의 통찰이 담겨있고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을 드러내 주는 공연은 좋은 연극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한 주제가 공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주제의식으로 드러나야 한다. ‘더맨인더홀’은 주제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직설적이었고, 표현에 있어서는 지나치게 은유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금 난해하고 맥락 없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로 무대는 풍성한 느낌이었다.


[노혜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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