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보도지침'

글 입력 2016.03.27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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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빛을 그리다 展'을 갔다 온 바로 다음날인 오늘,
연극 '보도지침'을 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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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하다고 평가받는 많은 것들은 그것을 잃었을 때
그 소중함을 절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마 '자유'도 그런 것들 중 하나가 아닐까요?

저는 민주화항쟁 등을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교과서나 문학작품, 영화 등을 통해
그것이 우리나라 역사에서 얼마나 의미있는 일이었는지,
그 역사의 주인공들이 지금의 자유를 얻어내기 위해
어떤 위험과 공포를 감수해야했는지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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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도지침'은 그 공포스러운 시대. 억압과 폭력이 난무했던 시대에
'언론'은 어떤 억압을 받았는지,
그리고 그 억압에 맞서 싸운 사람들은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었는지
105분간의 러닝타임 동안 치열하게 보여줍니다.

연극은 객석 맨 앞 줄에 앉아있던 배우가 관객들에게
 '여러분은 지금 역사의 현장을 보고있다.
그러니 카메라를 들어 이제 곧 등장할 역사의 주인공들을
마음껏 찍어달라'는 식의 말을 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렇게 등장한 두 인물이 김주혁과 김정배입니다.
각각 사회부 기자와 잡지 '독백'의 편집장인 이들은
소위 '보도지침'이라 불리는 정부의 언론 통제 내용을
책으로 엮어 발행한 죄로 법정에 세워집니다.  

여기에 이들의 변호를 맡은 황승욱, 이들을 기소한 최돈결까지
총 네 명의 인물들은
대학생 시절 연극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한 친구들입니다.
젊은이의 순수한 열정과 이상으로 가득찼던 네 친구들은 지금.
법정에서 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번 연극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네 사람이 대학교에 다녔던 과거와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현재를 오가는 연출이었습니다.
 과거 장면의 마지막 대사가 현재 장면의 첫 대사가 되고,
현재 장면의 마지막 대사가 과거 장면의 첫 대사가 되는 식의 연출이었는데요.
그 두 공간을 오가며 매번 다른 인물들을 연기하는
'남자'와 '여자' 역시 상당히 매력있는 캐릭터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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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건에 기반한 연극인 만큼
역사책에서 보았던 내용들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그 시기에 직접 그 사건을 듣고 보았던 인물들의 입으로
그 내용을 들으니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검사와 변호사로서 팽팽히 맞서는 두 인물들이
쉴 틈 없이 주고받는 대사는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했습니다.
이 작품이 매력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무조건적으로
선과 악, 정의와 부정의 대립을 형성하지 않고,
모든 인물들을 양가적 관점에서 조명했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판사인 송원달은
과거에는 열정적으로 사회 운동을 하던 대학생이었지만,
지금은 최연소 학과장이자 법대교수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는 과거에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너무나 심한 고통을 겪었고,
그 공포 때문에 예전처럼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못합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변절할 만큼 타락하지도 않았죠.
그래서 그는 '균형'이라는 이름으로 중간자적 입장을 취합니다.
하지만 누구도 그를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그의 말대로 그는 아주 잠깐 빛의 순간을 경험했을 뿐이고,
그 빛을 위해 싸운 모든 시간은 고문의 공포에 떨고
치욕을 맛봐야 했던 암흑이었을 테니까요.
이처럼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어느 한 입장을 강요하거나 어느 한 인물을 비난하려 하지 않고,
다만 관객들에게 끝없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우리에게 자유라는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것을 잃음으로써 우리가 겪어야 했던 고통이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을 되찾기 위해 용기를 냈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배우들의 열연과 세련된 연출,
관객들에게 던지는 무거운 질문까지.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을 것 같은 연극 '보도지침'이었습니다.

이번 관람은 아트인사이트(http://www.artinsight.co.kr)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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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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