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gmang's]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Arena di Verona Festival
글 입력 2015.08.13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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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나 오페라 축제
(Arena di Verona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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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주의 도시 '베로나'에 다녀왔습니다! 바로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과 함께하기 위해서 인데요, 정식명칭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Arena di Verona Festival)은 매년 6~9월 베로나의 원형극장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오페라 축제입니다. 별빛과 달빛이 비추는 야외무대에서 당대 유명한 성악가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수준 높은 공연을 만나기 위해 몰려드는 음악 애호가들로 인해 매년 여름 베로나는 웅장한 음악이 울려퍼지는 음악의 도시가 된답니다!

축제 기간에는 5~7편의 오페라가 50회 이상 공연되는데, 공연은 전통적으로 밤 9시경에 시작됩니다.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 관객들이 준비해온 촛불을 들고 지휘자와 공연자에게 경의를 표하는데, 위의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야외 공연장에 켜진 수많은 촛불은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을 대표하는 광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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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을 보니 더 어마어마했던 아레나(Arena) 원형극장. 베로나 중심부에 있는 원형극장으로, 무려 로마시대인 120~130년에 세워졌습니다. 건설되었을 당시에는 주로 검투사들의 결투장으로 이용되었고, 로마제국이 멸망한 뒤에는 사형장, 결투장소 등으로 이용되다가 19세기 이후에야 유적의 보호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1913년 베르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오페라를 공연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이때부터 베로나를 대표하는 야외 오페라 극장으로 바뀌게 됩니다. 아레나 원형극장은 고대 원형 경기장 중 가장 잘 보전된 곳이며, 유럽에서 세 번째로 큰 경기장으로 약 3만명을 수용할 수 있어서 고대에는 베로나 전 인구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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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시작 20분 전, 설레는 마음을 안고 원형극장 안으로 입장하였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는데요, 한 손에 맥주를 들고 있는 사람들, 소소한 간식거리를 일행들과 나눠먹는 사람들, 아이스박스를 메고 아이스크림과 맥주를 파는 사람 등 극장 안은 생각보다 자유분방한 분위기였습니다. 오페라 관람이라 엄숙하고 조용한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어요. 격식차린 옷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다들 편한 복장에 와인과 맥주를 즐기며 자유로이 사진도 찍고, 때론 다리를 쭉 펴고 옆으로 기대어 비스듬한 자세로 오페라를 관람하기도 했습니다. 예상외로 이렇게 편하고 자유로웠던 분위기에서 오페라를 관람할 수 있었다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공연이 시작할 즈음,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지만 해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답니다. 

 아참, 이곳에서는 필수 준비물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방석입니다! 좌석이 돌계단이라 3시간이 넘는 오페라를 그냥 맨땅에 앉아서 관람하기에는 무리가 커요. 실제로 원형극장 밖에서 방석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저는 지퍼백에 수건을 넣어 제 나름대로의 방석을 만들어갔는데요! 덕분에 폭신폭신하게 긴 시간 무리없이 버텨낼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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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관람하고 온 오페라는 바로 "아이다(AIDA)"입니다.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오페라입니다. 무대장치만 봐도 벌써 감이 오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프로그램은 현장에서 5유로에 구매했습니다. 약간 비싼감이 있었지만,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이곳에서 대작의 오페라를 관람한 추억을 고스란히 담아가기 위해 마치 의무처럼 구매했는데요, 지금은 저의 가장 멋진 기념품으로 책꽂이 한쪽에 예쁘게 자리잡고 있답니다. 펼쳐서 내용을 살펴보면 줄거리와 각 Scene의 설명, 그 뒤로는 대본 스크립트로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었고, ITALIANO(이탈리아어) / DEUTSCH(독일어) / ENGLISH(영어) / FRANCAIS(프랑스어) 이렇게 네 가지 언어로 번역이 되어 있었습니다. 잉글리쉬가 얼마나 반가웠던지요..!나름대로 해석하며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오페라 '아이다(AIDA)'

이집트에 포로로 잡혀있는 에티오피아의 공주 아이다는 젊은 장군 라다메스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라다메스는 그녀의 조국 에티오피아에 맞서 싸우는 사령관이며 이집트의 공주 암네리스의 구애를 받는 상황이다. 조국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던 아이다와 라다메스는 결국 반역죄에 몰리게 되고, 지하무덤에서 함께 애처로운 죽음을 맞는다.

제1막
무대는 멤피스에 있는 이집트 궁전. 람피스가 라다메스에게 에티오피아가 이집트를 위협한다고 알려준다. 전쟁의 대장으로 라다메스가 선택되고, 그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면 그 보상으로 공주의 노에로 잡혀있는 에티오피아의 공주 아이다와의 결혼을 생각한다. 행진곡이 울리고 군중들은 이기고 돌아오라고 외친다. 아이다도 그들을 따라 이기고 돌아오라고 한다. 사랑하는 라다메스와 아버지의 싸움 속에 갈등하며 신의 은총을 내려달라고 간청한다. 사원에서는 전쟁에서의 승리를 기원하는 예식이 계속된다.

제2막
라다메스가 전투에서 승리하고 궁중에서는 모두들 그를 기다린다. 암네리스는 라다메스의 승리 소식에 들떠 있지만 라다메스가 전사했다고 아이다에게 전한다. 아이다가 라다메스를 사랑하고 있다는 마음을 알아챈 암네리스는 승리의 사실을 말해주고, 아이다는 안도한다. 드디어 전투에서 승리하고 들어오는 라다메스. 유명한 개선행진곡과 함께 들어온다. 라다메스는 왕에게 포로의 사면을 요구한다. 왕은 승낙하지만 위험 인물인 아모나스로를 억류하고, 암네리스와 결혼하라 명한다.

제3막
결혼 전날 밤 암네리스는 신전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왕은 그의 딸 아이다에게 이집트의 군사 정보를 라다메스를 통해 염탐하도록 시킨다. 결국 거부하다가 아이다는 아버지의 청을 들어주기로 하고, 기밀을 알아내려 하면서 라다메스에게 에디오피아로 함께 도망치자고 한다. 조국과 연인 사이에서 방황하던 라다메스는 기밀을 누설하고, 그를 엿듣고 있던 암네리스는 병사를 부른다. 결국 라다메스는 기밀을 누설한 죄로 잡히고 아모나스로 역시 추격받다가 이집트군에게 살해 당한다.

제4막
암네리스는 아이다를 단념하면 살려주겠다고 하지만 라다메스는 거절하고 신전의 돌무덤에 산채로 묻히는 사형판결을 받는다. 돌무덤 안에 라다메스가 갇히고 아이다는 그보다 먼저 돌무덤 속에 숨어 들어가 있다. 아이다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죽음을 각오하고 라다메스의 팔에서 영원히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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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가 시작하고, 점점 밖이 어두워지면서 공연의 무대는 더더욱 살아났습니다. 거대하고 화려한 무대장치,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스케일이었습니다. 원형극장의 거의 반을 무대로 쓰더군요. 본 무대 뒤의 넓은 좌석쪽에서도 깨알같이 연기가 진행되고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페라를 보면서 비록 노래의 가사를 해석할 순 없었지만 알고 있는 줄거리로 대략 이 장면에서는 이러한 스토리가 진행되고 있겠구나~ 예측하면서 보는 맛도 쏠쏠했습니다.

참 신기하고 의문스러웠던건, 아레나 원형극장의 뛰어난 음향효과였습니다. 소리들이 마이크 없이 넓디넓은 이곳에서 생생하고 웅장하게 울려퍼졌습니다. 제 좌석은 무대와 먼 좌석이었지만, 소리가 멀리 들리는 듯한 느낌은 전혀없었습니다. 실제로 원형극장은 지붕이 없고 외벽이 손상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좌석에 음향이 완벽하게 전달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현대 오페라 극장들이 효과적인 음향 전달을 위해 많은 전문가들을 동원해 무대, 좌석, 기둥, 타일 등 모든 부분을 세심하게 고려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2000년 전 지어진 야외 원형극장에서 대사와 음악이 완벽하게 전달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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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아이다의 모습. 글을 쓰면서 한 가지 자랑스러운 소식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베로나 페스티벌 오페라 '아이다'에서 소프라노 임세경씨가 한국인 최초로 주인공역에 캐스팅 되었다는 아주 반가운 소식입니다! 지난해 5월에 있었던 '아이다' 오디션 현장. 엄청난 성량을 요구하는 치열한 경쟁에서 키 159cm에 작은 체구인 소프라노 임세경씨가 선택되었습니다. 캐스팅 담당자는 "세상의 때가 묻기 전 마리아 칼라스(전설적인 이탈리아 소프라노)노래가 생각난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102년 오페라 페스티벌 역사상 처음 탄생한 한국인 아이다는 8월 9일 무대에 섰다고 합니다. 베이스 심인성씨도 이집트 왕으로 '아이다'에 출연, 국내 성악가 2명이 이탈리아 자존심으로 불리는 이 페스티벌의 주역으로 발탁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한국 음악가들이 세계적인 축제의 중심에 우뚝 서고있는 모습들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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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아무래도 '아이다'에서 가장 유명한 '개선행진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선행진곡은 아이다의 제2막 2장에 나오는 행진곡으로, 이집트 군대가 승리하여 개선할 때 군중들이 축하하며 부르는 혼성합창곡입니다. 웅장한 트럼펫 소리와 화려한 음악. 개선행진곡은 승리의 순간이나 영광스런 순간에 자주 연주됩니다. 학창시절 체육대회나 큰 행사때 자주 들었던 음악이라 더욱 익숙하기도 합니다.



-오페라 '아이다' 개선행진곡

(약 3분 17초 쯤 익숙한 트럼펫 소리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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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지만 저에게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무대 아래에서 빛나는 악보입니다. 불빛에 비춰지는 악보들이 참 따뜻하고 감성적이게 느껴졌어요. 화려한 무대와 그 아래에서 단단히 바쳐주는 오케스트라. 이 둘의 조화가 참 아름다웠습니다. 지휘자분께서 3시간이 넘는 공연 내내 아주 열정적으로 지휘해주셨습니다. 저렇게 뛰시다간 중간에 지쳐서 쓰러지지 않으실까 걱정이 될 정도였어요. 하지만 끝까지 지친 기색 없이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지휘하셨고, 공연이 끝나고 지휘자를 위한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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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했던 오페라 공연이 끝나고, 시간은 벌써 12시가 훌쩍 넘어 새벽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저에게 언제 또 이런날이 올까 싶었던 하루. 지금 생각해보니 공연을 보면서 보고도 못 믿을 광경에 눈을 의심하고, '내가 2000년 전에 지어진 원형극장에서 오페라를 감상하고 있다니....' 계속 이 생각만 했었던 것 같아요. 마냥 신기하고 벅찼던 오페라 공연. '화려하고 다채롭다'라는 말로는 절반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났던 무대! 

저에게는 마치 "한 여름밤의 꿈" 같았던 날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참고 - 세계의 축제. 기념일백과. MK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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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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