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대 위 공연예술가의 ‘몰입’ [공연예술]

글 입력 2015.02.07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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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가에게 있어서 ‘몰입’ 이란 무엇일까?
 
수많은 예술가들은 자신이 현재 몸담고 있는 예술 분야에 대해 자부심과 애정을 갖고, 그런 마음을 자신의 창조물을 통해 대중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몰입’(flow experience)을 한다. 예술가의 몰입이란 예술적 행위에 온 정신과 감정을 다 쏟아내어 ‘예술=자신’ 이 되는 경지(?) 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무대에 올려지는 공연 예술일 경우, 관객들은 예술가가 몰입을 통해 뿜어내는 에너지를 눈앞에서 직접 느끼게 된다. 오케스트라 공연, 연극, 뮤지컬, 무용 등이 이에 속한다. 반면, 관객과 예술가의 몰입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없는 전시 예술과 같은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 관객은 보통 ‘몰입의 결과물’을 감상하는 행위를 통해 그 예술가의 열정의 온도를 느낄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미술 전시회 등이 이에 해당된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모든 예술에 우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로부터 나오는 에너지를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것은 공연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연예술가의 몰입에 대한 오피니언을 써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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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가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단지 그들의 뛰어난 실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은 무대 위에서 오로지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온 정신력을 쏟는다. 이것이 바로 그들을 더욱 빛나게 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기립박수를 치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추상적으로만 느껴지는 ‘몰입’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몰입의 종류
 
나는 ‘몰입’을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고, 나름대로 명칭도 붙여 보았다.
첫 번째는 ‘자체적 몰입’ , 두 번째는 ‘감정적 몰입’ 이다.
 
‘자체적 몰입’ 이란, 말 그대로 무대 위에서 만들어내는 예술적 행위 그 자체에 몰두하는 것이다.
외부적인 요소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 예를 들면, 첼리스트가 연주를 할 때 활의 좌우 움직임, 첼로 몸체에서의 깊은 떨림, 현을 오르내리는 손가락 끝에 느껴지는 압박, 그리고 퍼져 나오는 음악소리를 모든 감각을 통해 받아들이며 즐긴다고 할 때 그는 자체적 몰입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감정적 몰입’ 이란, 예술적 행위와 어떤 감정을 연관시켜서 표현하는 것이다.
감정적 몰입은 자체적 몰입보다 더 복잡하고 사람마다 각각 다른 과정을 거쳐 나타나게 되지만, 그만큼 중요성이 크다. 공연예술가들은 주로 감정적 몰입을 하고, 자체적 몰입도 감정적 몰입과 합쳐진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어떤 무용수가 무대 위에서 단순히 춤만 춘다면, 그것은 몸에 완전 익다시피 한 동작들을 재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 치의 실수 없이 완벽한 공연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관객들에게 ‘인상적이다, 감동적이다’ 라는 느낌을 주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감정적 몰입’을 하는 무용수는 그 심리 상태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주관적인 경험,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생겨났던 감정을 꺼내 놓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의 종류는 기쁨, 희망, 분노, 좌절, 그 외 어떤 것도 될 수 있다. 마음 한 구석에서 고개를 든 감정들은, 구체적인 동작을 통해 눈에 보이는 형태로 표출된다. 예를 들어, 무대 위에서 ‘한 쪽 발을 하늘을 향해 힘차고 곧게 차 올리는 동작’을 해야 하는 어떤 무용수는 ‘억압된 상황 속의 답답함과 자유에 대한 갈망’ 과 그것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든다. 더 구체적으로 ‘하늘 = 자유’, ‘힘차게 차 올리는 행위 = 쌓아둔 답답함을 폭발시키는 행위’ 라는 설정을 한 후 춤을 춘다면, 관객들에게 더욱 강한 인상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진짜 몰입’을 판단하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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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예술가가 진짜로 몰입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모호하다.
몰입을 하지 않았지만 표정, 행동의 과장 등을 통해 몰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몰입을 하여 공연을 했지만 관객들이 그것을 완전히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표면적으로는, 행동이나 표정이 과장될수록 심취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몰입의 정도를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무대 위에서 공연가가 뿜어내는 어떤 에너지이다. (이러한 기존의 명칭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땅히 표현할 단어를 찾기 힘든 관계로 에너지라고 표현하겠다.) 그가 진실로 그 순간을 자기만의 방법을 통해 충분히 즐기고 있다면, 그러한 상태에서부터 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이것은 관객을 압도할 만한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다. 이 에너지는 순간의 개인적 희열로부터 표출될 수도 있고, 관객들에게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솟아나올 수도 있다. 그 형태는 예술가들마다 다르다.
 
이 모든 것들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관객들이 예술가로부터 전해지는 에너지를 느낀다면 그는 실제로 몰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너지)의 중요성이 더 크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정작 관객들에게 여운과 감동을 남기는 것은 전자가 아닌 후자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으로 실력이 부족한 아마추어도 그로부터 전달되는 에너지와 자신이 지금 올라 있는 무대에 대한
절실함이 살아 있다면, 관객들은 그것을 느끼고 공연에 빠져들게 된다.
 

 
 좋은 공연을 올리기 위해서는 예술에 대한 전문적인 재능과 실력이 물론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앞서는것은, 어떤 분야의 예술 행위이건 간에 온 마음을 다해 몰입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그것을 뜨겁게 사랑하는 마음이다. 이러한 마음가짐과 실력이 함께 준비된 후 올리는 공연은 반드시 관객들을 사로잡게 되며, 결과적으로는 예술의 가치도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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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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