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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나를 돌보는 연습 - '산과 식욕과 나'가 건네는 한 끼의 시간 [만화]

배를 채우는 일, 마음을 채우는 일

by 곽한별 에디터
2026.07.13 13:33

 


『산과 식욕과 나』는 평범한 회사원 히비노 아유미가 주말마다 홀로 산을 오르고, 직접 가져온 재료로 산에서 요리를 해 먹는 일상을 그린 만화다. 특별한 사건도 없다. 매 화는 산을 오르고, 풍경을 바라보고, 따뜻한 한 끼를 만들어 먹는 하루를 담담하게 따라간다.

  

이 작품의 주인공 아유미는 자신을 '아웃도어 걸'이 아닌 '여성 단독 등산객'이라고 소개한다. 산에 더 잘 오르기 위해 회사에서도 틈틈이 스쿼트를 하고 계단을 오를 만큼 등산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이 만화의 가장 큰 특징은 아유미가 오르는 다양한 산과 산에서 직접 만드는 요리다. 도시락부터 간단한 캠핑 요리, 지역 특산물까지, 아유미가 산에 오르는 내내 기다리던 한 끼 의 레시피를 보여 주며 독자의 식욕을 자극한다.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한 번쯤 산에 올라 보고 싶어지고, 캠핑을 해 본 적 없는 사람도 버너 하나 들고 따뜻한 한 끼를 만들어 보고 싶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책을 덮고 나면 오래 남는 것은 산의 풍경보다 자신을 돌보며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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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식욕과 나』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장면은 등산의 과정뿐만 아니라 식사다. 아유미는 산에 오르기 전부터 도시락을 준비하고, 필요한 재료와 조리도구를 직접 챙겨 정상까지 올라간다. 정상에 도착하면 서둘러 내려가기보다 버너를 꺼내 물을 끓이고, 천천히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때로는 토치로 도시락을 그을리다 작은 소동을 벌이기도 하고,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기도 한다. 음식은 배를 채우는 수단이라기보다 하루를 단단하게 붙잡아 주는 의식처럼 그려진다.

 

등장하는 음식이 거창하지 않을 때도 많다. 인스턴트 라면에 약간 비싼 비엔나소시지를 넣어 끓인 '비엔나 라면', 레드와인을 데운 뒤 블루베리 잼과 후추를 넣어 추위를 녹이는 '핫 와인', 어머니가 어릴 적부터 늘 싸 주던 사쿠라덴부(분홍색의 생선가루) 도시락처럼 산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그러나 약간의 정성이 들어가는 음식들이다. 이 만화는 산을 오르는 과정만큼이나 산에서 먹는 시간을 오래, 그리고 세심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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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미가 정상에서 기린 캔맥주를 비운 뒤, 뚜껑을 따고서 쌀과 육포를 넣고 만든 밥은 얼마나 독창적인가. 캔째로 불에 올린 후 보리 냄새와 밥 짓는 냄새를 즐긴 뒤, 뜸 들인 후에 먹는 요리의 이름은 무려 “The 맥주 밥 비프 저키 Mix”. 슴슴한 맛에 결국 카레가루를 더해야 하지만, 요리를 기대하고, 준비하고, 한 숟갈을 소중히 하는 아유미의 모습과 신나는 표정만으로도 나도 그 기분을 느끼고 싶어진다.

 

아유미의 식사는 혼자여도 외롭지 않다. 오히려 혼자이기에 더 천천히 먹을 수 있고, 더 오래 풍경을 바라볼 수 있으며,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 아유미는 혼자 산을 오르지만 혼자만 존재하는 인물은 아니다. 산에서 만난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거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도 자주 등장한다. 혼자 있는 시간과 타인과 연결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어느새 독자는 갑자기 험해지는 날씨나 가방에서 새는 간장 같은 변수에 당황하면서도, 결국 자신을 위해 한 끼를 정성껏 준비하고 한 발 한 발 산을 오르는 아유미를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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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산과 식욕과 나』는 등산을 권하는 만화라기보다, 한 끼와 스스로를 대하는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만화에 가깝다. 만화는 더 많이 해내는 방법보다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조용히 묻는다. 아유미는 산에 있는 동안만큼은 회사와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는다. 산을 오르는 이유를 스스로 딱히 정의내릴 수 없더라도, 주말마다 산에 가는 기쁨을 포기하지 않는다. 작품은 그렇게 거창하지 않지만 분명한 행복을 오래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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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를 읽으며 내 식사도 돌아보게 됐다. 대부분의 식사는 배를 채우기 위한 일이었다. 피곤한 날에는 보상이라며 자극적인 음식을 배달시켜 먹었고, 바쁜 날에는 대충 끼니를 때웠다. 혼자 먹는 시간은 익숙했지만, 나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천천히 먹는 일에는 생각보다 서툴렀다. 그러나 어릴 적 가족과 함께 산에 올랐을 때 바닥에 주저앉아 약간 물러진 김밥을 베어 물면 알알이 씹히던 밥알과, 시원하고 달콤한 오이를 깨물던 순간을 이 만화를 보며 아주 오랜만에 기억해낼 수 있었다. 그때는 특별한 음식도 아니었는데 이상하리만큼 맛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만화를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등산이 아니었다. 그렇게 한 끼를 온전히 즐기던 시간이 그리웠다. 한 끼를 정성껏 준비하고, 온전히 식사에 집중하며 먹는 시간. 특별한 성취보다 하루를 잘 보내는 일. 배뿐 아니라 마음도 채우는 순간.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나만의 삶의 속도를 다시 찾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산에 오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잘 살아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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