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2일 토요일, M발레단이 어린이날을 앞두고 마련한 〈민쿠스 발레 SUITE〉 공연이 막을 올렸다.
이번 공연은 클래식 발레의 두 유명한 작품, 〈돈키호테〉와 〈라 바야데르〉의 핵심 장면만을 엄선해 담아낸 공연이었다.
두 작품 모두 너무나 유명하지만, 각각 전막으로 만나려면 두 배의 시간과 기회가 필요했을텐데 하이라이트 중심으로 구성된 덕분에 서로 전혀 다른 색깔을 지닌 두 작품을 한자리에서 군더더기 없이 만끽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이번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먼저 막을 연 〈돈키호테〉는 시작부터 스페인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투우사를 연상케 하는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빠르고 강한 템포 위에서 쉼 없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역동적이고 화려한 동작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요즘 직접 발레를 배우면서 턴아웃 하나도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 터라 무용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더욱 경이롭게 다가왔다. 알면 알수록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발레인데 무대 위의 무용수들은 늘상 웃으면서 그 어려운 동작들을 해내는 게 정말 대단했다.
이어진 〈라 바야데르〉는 이번 공연에서 가장 기대했던 작품이었다. 니키아와 감자티의 이름은 익히 들어왔지만 실제 무대로는 처음 만나는 인물들이라 궁금함이 컸다.
처연하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니키아와 의상부터 구성까지 화려한 감자티 공주, 무대 위에서 두 인물은 선명하게 대비되었다. 니키아 역을 맡은 최솔지 발레리나는 유독 길고 서정적인 팔다리의 선 덕분에 인물이 가진 슬픔을 온몸으로 이야기하는 듯했다. 특히, 감자티 공주와 자신의 연인의 결혼식에서 축무를 보여주다가 뱀에 물려 생을 마감하는 부분은 붉은 의상이 더해지며 슬픈 니키아의 삶을 잘 보여줬다.
이번 공연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 건 어린이날 공연다운 따뜻한 기획이었다.
M발레단의 양영은 단장이 공연 전후 직접 무대에 올라 작품의 배경과 관람 매너를 설명했고, 공연 말미에는 발레리노가 주요 동작을 직접 시연하며 동작의 이름을 알려주기도 했다. "브라보!", "브라바!"를 힘차게 따라 외치는 아이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고, 그동안 몰랐던 동작의 이름을 알게된 것도 작지만 오래 남는 수확이었다. 아이들에게는 생애 첫 발레 공연의 기억으로 남았을텐데 그 기억이 훗날 어떤 방식으로든 좋은 영향으로 이어지기를 바랐다.
소월아트홀 공연장은 다소 좁아 커튼콜에서 무용수들이 조금 불편해 보이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무대와 더 가까운 거리에서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발레를 뮤지컬이나 연극보다 어렵고 딱딱한 예술로 여기는 이들이 여전히 많은 지금, 이런 공연이 더 많은 곳에서 더 자주 이어진다면 발레는 분명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 가까이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소월아트홀의 작은 무대에서 시작된 그 초대가,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