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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발러(취미발레) 2개월 차에 접어든 지금, 발레 공연을 바라보는 시선은 발레 학원을 다니기 이전과 이후로 완전히 나뉜다.

 

예전에는 객석에 앉아 그저 무대 위 무용수들의 우아한 곡선과 화려한 의상에 감탄하곤 했었다면, 이제는 저 가벼워보이는 몸짓 하나를 만들기 위해 무용수가 매 순간 얼마나 처절하게 지구가 끌어당기는 힘에 맞서고 있는지가 먼저 다가오는 것이다.

 

바(bar) 앞에 서서 땀을 흘릴때마다 깨닫는 사실이 있다. 인간의 몸은 생각보다 훨씬 더 중력에 단단히 결박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그 결박을 잠시나마 끊어내고 단 1cm라도 허공으로 더 높이 비상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저항인가 하는 점이다.

 

그렇기에 나는 요즘 뮤지컬의 한 넘버인 ‘Defying Gravity’처럼, 발레 클래스에서 나만의 중력과 저항의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M발레단의 [민쿠스 발레 SUITE]는 그 투쟁이 예술이 되었을 때 도달할 수 있는 정점을 보여주었다.

 

루드비히 민쿠스의 선율은 그 자체로 명쾌하고 낙천적이지만, 그 경쾌한 리듬 위를 달리는 무용수들의 근육은 사실 엄청난 저항을 거스르며 역동하고 있었을 것이다. 1부 [돈키호테] 하이라이트에서 무용수들이 바닥을 힘껏 차고 날아오르는 모습을 볼 때, 나는 그들이 공중에서 잠시 멈춰 선 순간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직접 토슈즈를 신어보고 점프 뒤에 오는 착지의 묵직함을 몸으로 기억하는 입장에서, 무대 위 무용수들이 마치 깃털처럼 소리 없이 내려앉는 모습은 경이로움을 넘어선 일종의 위로로 다가오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건 타고난 가벼움이 아니라, 도약하는 순간부터 착지하는 찰나까지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를 극한으로 통제해낸 인내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중력을 완전히 무시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때마다, 나는 마치 나의 묵직한 신체가 잠시 공중에 띄워지는 듯한 해방감을 맛보기도 했다.


이어지는 [라 바야데르]는 또 다른 의미로 나를 압도했다. 화려하게 비상하는 역동성보다 제자리에서 축을 지탱하며 천천히, 아주 느리게 몸을 확장해나가는 움직임은 겉보기엔 정적이다. 하지만 정적인 그 순간이 사실은 몸 안에서 가장 격렬하게 흔들림과 싸우고 있는 시간이라는 것이 매주 1회 초급 수강자에게도 절실하게 체감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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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간에 마련된 해설과 동작 체험을 곁들이는 방식은 나를 포함한 다른 관객들을 다시금 연습실의 호흡으로 끌어들였다.

 

관객들이 직접 팔을 뻗고 다리를 움직이며 동작을 만들어보는 과정에 동참함으로써, 그날의 발레 공연은 단순히 객석에서 지켜보는 수동적인 관극을 넘어섰다. 초보일지언정 우리 모두가 발레라는 언어를 공유하는 무대의 일원으로 자리할 수 있었던 셈이다.

 

공연장을 나서며 소월아트홀의 계단을 내려오는 내 발걸음은 이전보다 조금 더 가벼워져 있었다. 나의 다음 발레 클래스에서도 그날 무대에서 본 그 짧은 정적의 순간들을 상상하며 다시 바 앞에 설 것이다.

 

아주 조금이라도, 오늘보다 더 중력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기를 바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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