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은 점점 좁아진다. 나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때까지 방이 줄어든다. 내가 커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너무 오랫동안 여기에 있었다. 나는 자랄 수밖에 없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내가 여기 있다고 발로, 주먹으로 마구 벽을 때렸지만 보이는 것 하나 없다. 즐겁게 웃거나 가끔은 걱정하는 듯한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오지만 한 겹 벽 너머로는 갈 수 없다. 내 몸에 맞게 만들어진 이 감옥은 내게 형체가 있는지, 몸이라는 게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게 한다. 저항을 멈춘다.
팽창하는 기분을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을 때 타는 듯한 빛이 눈꺼풀 위로 쏟아진다. 입에 들어오는 대로 맛을 본다. 몸이 들렸다 내려가기를 반복한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건넨다. 한층 선명하게 들려오지만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때로는 팔다리를 뻗을 수 있었지만 대체로 움직일 수 없다. 나를 멋대로 다루고 있다. 혼란스럽다.
나는 구해진 건가?
가물가물하던 시야가 날이 갈수록 빛이 트인다. 어지럽고 속이 안 좋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입을 열지 않는다. 눈앞이 빙글빙글 돈다. 등으로 감각하는 법을 익힌다. 자세를 고친다. 대체로 혼자 있는다. 외롭다.
언젠가 눈을 떴다. 고개를 돌리자 내 손에 쥐인 건 작은 손이다. 아기가 있다. 사위에는 아무것도 없이, 그 존재와 나만 있다. 말을 걸어 본다.
너는 누구니?
대답하지 않는다. 다시 크게 말해 본다.
너는 누구니?
아기가 고개를 돌린다. 마주 본 채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옹알이가 들린다. 나와 똑같은 목소리를 가졌다는 걸 깨닫는다.
나도 몰라. 아주 오랫동안 아무것도 없는 곳에 갇혀 있다가 내보내졌어.
너는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니?
그냥 죽은 듯이 살았어. 숨죽이고. 밖으로 나온 뒤에도 똑같았어. 계속 죽은 척 잠만 잤어. 그랬더니 저 사람들이 아무 짓도 하지 않더라고. 늘 배고프고, 엉덩이가 불편하지만 그 괴물들을 만나는 게 더 무서워. 참을 수 없을 때만 빼고.
있지. 실은, 나도 그래.
그래?
정확히는 그랬었어.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으려고 애를 써봤는데. 내가 너보다 먼저 탈출했거든. 나이도 좀 더 많아. 그래서 조언해 주는 건데, 그게 전부 거짓이었어.
거짓이라니?
거길 나온 이후에 가장 저항이 심한 사람을 골라서 없애 버리려는 거야.
정말?
물론이지. 그러니까 지금 여기에 다른 누구도 없이 우리 둘만 남아있는 거잖아. 가장 조용한 우리 둘이.
그러면 우리는 계속 이렇게 조용히 있어야 하는 거야?
그러는 게 좋겠지만, 나는 그 사람들을 다루는 법을 알아. 내가 소리를 질러서 그들을 유인할 테니, 너는 그동안 편하게 있으면 돼. 내가 너보다 먼저 태어났으니 너보다 세상 사는 법을 더 잘 알거든.
감사 인사는 거절한다. 마지막 양심이니까.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한다.
쌍둥이 동생에게 고한다.
지금부터 너와 나는 같으면서 다른 삶을 살게 될 거야. 우리는 세상에 하나이면서 오직 둘뿐이니까. 바야흐로 평생 경쟁의 시작이다. 너는 내 라이벌이야. 그러니 어쩔 수 없어. 이 삶은 먼저 눈에 띄는 자의 승리다.
배에 힘을 주고 눈을 부릅뜬다. 울음을 터뜨린다. 쟤 대신 나를 먼저 챙겨달라고. 앞으로는 내가 모든 관심을 독차지하겠다고. 목이 터져라 외친다. 평생을 이렇게 살겠노라 다짐한다. 내 생존 전략은 울음이다.
멀리서 남자와 여자가 다가온다. 쥐 죽은 듯 조용한 그 애 대신 나만이 그들의 품에 안긴 채 유유히 방 밖으로 빠져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