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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캐스팅에 진심인 실사화 [드라마/예능]

넷플릭스, <원피스>

by 신민정 에디터
2026.04.05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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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실사화 소식을 들었을 때 이걸 실사화로 만들 수 있나 의구심이 들었다. 애니 실사화 중에 잘 된 케이스를 많이 못 보기도 했고 나는 투디는 투디로 남겨야 된다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다. 캐스팅이 처음 떴을 때 배우와 배역이 어울리는 듯 안 어울려서 여전히 별 기대를 안 됐다.

 

그 후로 완전 까먹고 있다가 우연히 고잉 메리호 실사 이미지를 보게 됐는데 애니 속 귀여운 이미지의 고잉 메리호는 어디 가고 밤에 정박 돼있는 걸 보면 놀라서 뒤로 넘어갈 것 같은 고잉 메리호가 있어서 당황했다. 그게 너무 인상 깊었는지 시즌 1이 공개됐을 때도 볼 생각이 안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약 3년 만에 공개된 시즌 2부터 등장하는 로빈이 애니와 너무 똑같아서 처음부터 보게 됐다.


완전 초기 원피스는 루피가 바다로 나오고 동료를 만들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주 내용이다. 애니는 한 편당 20분 남짓이라 보통 한 편에서 끝날 수가 없는데 드라마는 한 편당 한 시간 내외라 쓸 데 없는 장면은 쳐내고 두 편 정도로 분량을 조절한 것 같았다.


원작의 개그 비중을 대폭 줄이고 생각보다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라서 놀랐다. 2년 후 원피스면 몰라도 초창기 원피스는 소년 만화 분위기에 중간중간 들어간 개그가 흥행 요소라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을 아예 들어내다시피 했다.

 

 

 

 

시즌 2를 보기 위해 시작한 시즌 1은 솔직히 말해 엉성했다. 악마의 열매를 먹은 능력자가 아니더라도 원피스 세계관 캐릭터들 생김새부터 특징이 너무 다양해서 특촬물스러운 느낌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더군다나 시즌 1에서는 나미 역할을 맡은 배우 말고는 연기도 어색해서 어딘가 어린이용 연극처럼 느껴졌다.


원작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상디의 여성편력 캐릭터성이라든지 요리사면서 주방에서도 계속 물고 있는 담배, 우솝의 코 같은, 실사화로 구현했을 때 논란이 될만한 부분을 수정한 건 괜찮았다. 특히 여성에게 조금 더 친절할 뿐 모두에게 친절한 설정으로 바꾼 건 좋은 각색이었다. 상디의 특징인 말린 눈썹, 담배가 사라져서 캐릭터 자체가 다소 평범해진 건 아쉽지만.


이런 자잘한 설정 외에도 우솝 해적단에서 우솝을 따르는 꼬마 세 명과 크로의 동료 쟝고 같은 캐릭터들, 상디의 신념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바꾸는지 잘 보여주는 깅과의 에피소드도 거의 다 삭제됐다. 상디가 제프를 떠나 밀짚모자 해적단으로 들어가 제프를 떠나기 전에 울면서 도게자를 하는 장면은 보편적으로 봤을 때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담백하게 각색한 건 그렇다 쳐도 스토리에 영향을 주는 장면들까지 각색해버릴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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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진짜 초반에 잠깐 얼굴을 비추고 한동안 나오지 않다가 워터세븐 편에서 거프의 제자로 등장하는 코비 분량은 오히려 늘어서 더 이런 각색이 이해가 안 갔다. 드레스로자 편에 처음 등장하는 바르톨로메오도 로그 타운에서 등장시키는 등 제작진이 원작을 어느 정도 다 봤고, 애정이 있다는 게 느껴지긴 했지만 굳이? 싶은 부분들도 꽤 있었다.

 

그리고 제일 걱정됐던 쵸파. 초기 원피스와 지금 원피스 쵸파는 완전 다른 캐릭터라고 봐도 될 만큼 마스코트스럽게 변했지만 초기 원피스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 실사화는 좀 더 동물 같은 모습으로 캐릭터 디자인을 한 것 같았다. 걱정한 것에 비해 프리뷰로 공개됐던 쵸파 모습은 나쁘지 않았다. 사람사람 열매 능력을 본격적으로 사용했을 때 얼굴은 불쾌한 골짜기라 좀 꺼림칙했지만.


이 장면이 원래 이렇게 좀 볼품없었나 싶어 애니로 똑같은 부분을 찾아서 다시 본 것도 꽤 있었다. 실사화 원피스를 보다 보니 하나도 안 궁금한 사무라이 얘기가 잔뜩 나와서 중도 하차했었는데, 요즘 다시 생각나서 보고 있다. 내 기준 가장 최근 내용은 갓벨리였는데 벌써 그것도 지났고 애니는 이제 곧 엘바프 편을 방영한다고. 정말 곧 완결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실사화 시즌 1은 진도가 빠른데 느린, 묘한 드라마였다면 시즌 2에서는 바로크 워크스라는 새로운 조직의 등장으로 전보다는 긴장감이 생기는 것 같으면서도 지루한 느낌이었다. 각색과 연출은 여전히 아쉽게 느껴지지만 캐릭터, 소품 고증은 완벽해서 그걸 보는 맛으로 끝까지 봤다. 특히 코드네임을 쓰는 바로크 워크스 에이전트들은 진짜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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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때문에 보기 시작했는데 로빈 분량이 너무 적어 아쉬웠지만 그 적은 분량으로도 임팩트 있었다. 원작가가 각 캐릭터마다 생각해둔 나라를 연상시키는 인종을 캐스팅했는데, 로빈은 러시아계라 러시아 억양으로 대사를 친다. 애니메이션은 모든 캐릭터가 일본어를 쓰고 어인족 거인족이 아닌 이상 다 똑같은 인종(?)처럼 보여서 상상이 잘 안 갔는데 로빈 외에도 루피는 브라질, 조로는 일본 등등 원작자가 정한 이미지 국가 인종으로 캐스팅한 게 조화롭게 느껴졌다.


원피스 그거 몇 화까지 있냐고 물어보길래 1000화 정도?라고 말하니 식겁하던 친구도 실사화 원피스를 보고 이제 막 애니를 보기 시작했다고. 그렇게 보라고 해도 말을 안 듣더니 알아서 찾아보게끔 만드는 걸 보면 원작을 볼 엄두를 못 냈던 사람들이 입문용으로 보기 좋은 것 같으니 드라마로 먼저 시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시즌 2 마지막까지 알라바스타에 도착도 못해서 시즌 3에서 알라바스타 편이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 원작 어디까지 제작할 예정인지는 모르겠지만 퀄리티면에서든 고증면에서든, 이 정도로만 유지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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