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만남이 시작된 순간 그 관계는 이별만을 기다린다는 것도 잘 알고 있는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린 타인에게 시간과 노력과 사랑을 쓴다.
미정과 경록도 그렇다.
백화점 주차장이라는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공간. 어떻게 보면 지치고 허름하고 그늘만 드는 공간이기도 한 공간. 그곳에서 경록과 미정은 서로에게 관심이 되어주고 사랑이 되어주며 지하 주차장에도 태양 빛이 들어오는 것만 같은 온기를 전달한다.
사람들은 쉽게 착각하는데, 어떤 관계든 사실 둘로서만 온전할 순 없다. 그래서 둘에게 요한은 중요한 존재였다. 요한은 둘 사이의 다리가 되기도 했고, 지도가 되기도 했고, 등불이 되기도 하며 무한히 서로를 겉돌기만 하며 좀처럼 닿지 않는 둘의 관계를 완성한다.
사랑은 많은 단어에 쓰일 수 있다.
타인에 대한 사랑뿐만이 아니라 삶과 청춘과 선택에도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건조한 얼굴이었지만 경록은 자신의 삶과 청춘을 사랑했던 것 같다. 그래서 지하 주차장같이 좀처럼 볕들이 없을 것 같은 지루한 매일의 삶에 어떻게든 변화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선택이 일어난 순간, 만남과 사랑, 청춘이라는 낭만으로 포장된 단어들의 이면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변하는 건지, 상황이 변하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경록은 더 이상 지하 주차장에 없었고 미정의 곁에만 있지 않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그 발걸음이 미정과 요한과의 관계에서는 변곡점이 되어 버린다.
머무는 사람과 나아가는 사람 내지는 떠나는 사람의 관계 변화는 마음이 아프다. 실제의 삶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영원을 약속하는 당시의 마음만큼은 거짓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생각도 상황도 달라지기에 사람 간의 관계는 유기체와 같이 흘러가고 변화한다.
이처럼 <파반느>는 흘러가 버린 인연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아무리 사람과 관계에 간절해지지 않으려고 해도, 붙잡지 않으려고 해도, 마음이라는 건 쉽게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막상 이별의 때가 올 땐 의연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그보다도 의연하기 쉽지 않은 인연들은, 끝난 줄도 몰랐던 인연들.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앞으론 볼 일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있다. 몇몇 기억 속에 함께 나눴던 대화들이나 시간은 마치 매우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 인연이라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록과 미정의 관계의 결말에 대해선 의견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둘의 삶에 서로가 존재했다는 건 잠깐이어도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비주류라고 여겨지는 취향과 선택을 존중하고 믿어주는 사람은 그만큼이나 만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한순간의 기억들이 평생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 있듯이, 둘은 서로에게 언제 회상해도 따뜻한 인연의 머무름을 선물해 준 존재였다.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이별. 흘러가며 소진되고 있는 관계들과 이미 떠나버린 인연. 그리고 영원히 비주류가 될 것 같은 존재들에게 와닿는 영화 <파반느>.
당신의 미정과 경록 그리고 요한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을 것 같다.